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는 철강, 비철, 합금 등 제조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 A는 F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F의 자녀들이다.
F는 2015. 1. 12.경 피고에게 고용되어 열처리 조작원으로 근무하였다.
F는 2024. 7. 28. 09:45경 피고의 휴게실에 쓰러진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되어 119 응급차로 인근 G병원에 옮겨졌으나 같은 날 10:32경 사망하였고,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드러났다(이하 F를 '망인'이라 한다).
보호의무,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원고들 주장의 요지
망인이 근무하던 작업장은 고열과 극심한 소음이 발생하던 곳인데도 피고가 고열과 소음을 저감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가 망인으로 하여금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게 하면서도 휴가사용을 제한하는 등 사용자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 이로 인하여 망인에게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망인이 입은 손해는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528,862,686원), 적극적 손해(장례비 5,000,000원), 정신적 손해(망인 100,000,000원, 원고 A 30,000,000원, 원고 B, C 각 20,000,000원)이고, 여기에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금으로 수령한 유족급여를 공제하면 원고 A의 손해액은 130,195,947원, 원고 B, E의 손해액은86,816,492원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각 손해액 및 지연손해금을 손해배상 하여야 한다.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보호의무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하므로,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그 위반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참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
판 단
열악한 작업환경
망인이 근무하던 작업장이 고열과 소음에 노출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령에 정한 안전기준에 미달한다거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비추어 근로자의 안전보호에 미흡하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을 제2, 3,4호증의 영상에 비추어 보면, 갑 제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장시간 근로와 휴가 제한
을 제5, 8, 9호증의 기재에 비추어 보면, 갑 제5, 6, 1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시간을 위반하여 망인에게 근로를 강요하였다거나 휴가 사용을 제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인과관계 및 과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망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위 사망원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열악한 작업환경, 장시간 근로와휴가 제한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는 의학적 소견이 드러나야 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피고의 예견가능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갑 제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 결
위와 같이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될 만한 주의의무위반 내지 인과관계, 예견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퇴직금중간정산의 무효에 따른 잔여 퇴직금 청구
원고들 주장의 요지
망인은 2019. 6. 30.경과 2021. 1. 31.경 각각 퇴직금중간정산을 받았는데, 이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중간정산 없이 계속근로기간 전부를 기준으로 적법하게 재산정한 퇴직금은 35,873,702원이고, 여기에서 이미 중간정산 및 사망 즈음에 수령한 퇴직금을 공제하고 나면, 남은 금액은 2,960,992원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2,960,992원을 법정상속분으로 나눈 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 단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 본문은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그 사유로 제1호부터 제7호까지 '주택 구입, 주거 목적 보증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에 대한 의료비(연간 임금총액의125/1000 초과), 파산선고, 개인회생절차개시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한편 을 제6, 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2019. 6. 19. 피고에게 '가사(대출금)'라는 중간정산사유를 기재하여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을 하고, 2021. 1. 25. '가사(3월 초 출산)'라는 중간정산사유를 기재하여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중간정산 신청 사유가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2019. 6. 30.자 정산사유인 가사(대출금)가 주택 구입 또는 주거 목적 보증금에 대한 대출금에 관련된 것인지, 2025.1. 25.자 정산사유인 가사(3월 초 출산)가 배우자에게 6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고 연간 임금총액의 125/1000을 초과하는 의료비의 부담을 초래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의 입법 취지와 퇴직금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여기에 근로자가 요구하는 퇴직금중간정산 사유에 관하여 사용자가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정한 사유의 충족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비록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정한 사유를 충족하지 못하였더라도, 망인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이상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