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10. 5. 선고 2020가단729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8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4. 26.부터 2022. 10. 5.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5. 2. 3. 개최를 위한 준비사항에 관하여 다음 내용이 포함된 약정서(이하 ‘1차 약정서’)가 작성되었다.

나.

전시회는 매르스 사태로 일정이 변경되어 2015. 12. 9.부터 같은 달 15.까지 개최되었다. 전시회를 마친 후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6. 1. 4. 다음 내용이 포함된 ‘계약(약정)에 대한 확약서’(이하 ‘2차 약정서’)가 작성되었다.

다.

1) 피고는 원고에 대한 다음 범죄사실 등으로 기소되어(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고정589) 2018. 4. 6. 벌금 50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2)

피고는 ‘원고가 2016. 9. 4. 17:25경 피고 사무실을 방문하여 문만 열었다가 바로 다시 닫고 나갔음에도 같은 날 18:00경 원고가 피고의 왼쪽 뺨을 1회 가격하고, 넘어진 피고의 오른 발목을 발로 밟는 등 폭행하였다고 112에 신고하여 원고를 무고하였다’는 혐의로 원고로부터 고소를 당하여 수사를 받았는데, 2016. 12. 27.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와 초범인 점 등이 참작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3)

피고는 원고를 배임, 횡령, 사기, 사문서위조, 협박, 폭행으로 고소하였으나 2017. 1. 31.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라.

1) 원고의 처 J는 2021. 5. 20. 피고에 대한 160만 원 차용금채권(B 초서전시회서예작품 표구비용)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는 내용의 채권양도통지서를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2)

K은 2021. 5. 20. 피고에 대한 100만 원 차용금채권(B 초서전시회 서예작품 표구비용)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는 내용의 채권양도통지를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3)

L는 2021. 5. 20. 피고에 대한 차용금 595만 원 채권(B 초서전시회 서예작품 표구비용 잔금 355만 원 + 미납금 340만 원)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는 내용의 채권양도통지를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4 내지 6, 9, 10, 37, 68 내지 70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피고가 상당한 기간 동안 2차 약정서에서 정한 작품 양도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2022. 4. 2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로 2차 약정에 기한 대물변제 약정을 해제하고, 인건비 1,800만 원을 구한다.

2)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행위에 대하여 위자료 합계 1,100만 원(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 500만 원, 무고로 인한 위자료 각 300만 원)을 구한다.

3)

피고는 J, K, L에게서 채권을 양도받은 원고에게 양수금 합계 855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피고는 원고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

1차 약정서(갑 제3호증)의 도장은 피고 인감이 맞지만 피고가 다른 용도(피고와 M 사이의 소송 위임)로 교부한 것을 이용하여 원고가 임의로 날인한 것이다.

피고가 2차 약정서(갑 제4호증)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원고의 강요에 못 이겨 평소의 본인의 서명과는 다른 형태의 글씨로 서명을 한 것이다(제2차 변론기일에서의 진술). 원고와 입회인이었던 N, O이 억지로 피고의 팔과 손을 잡아끌어서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서명, 무인을 하게 한 것이므로 2차 약정서는 무효이다(2021. 9. 7.자 이후의 준비서면).

2)

피고는 J, K, L에게 아무런 채무가 없으므로 양도대상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와 J, K, L 사이의 채권양도는 소송신탁을 목적으로 한 채권양도로 소송신탁금지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3)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고,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3.

판단

가.

인건비 청구에 대한 판단

1)

1차 약정서(갑 제3호증) 진정성립 여부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의하여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인영의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입증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1차 약정서 작성일과 같은 날인 2015. 2. 3. ’피고가 M과의 조정신청사건의 신청서 제출, 답변서 수령 권한을 원고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이 작성되었고 그 위임장에 피고의 인감이 날인된 사실(을 제8호증), 피고는 2015. 2. 2.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그 인감증명서는 M과의 소송에서의 합의서와 탄원서에도 첨부되었던 사실(을 제7, 10호증)에 비추어 보면 2015. 2. 3. 1차 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가 피고와 M사이의 소송 위임을 받으면서 피고의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2015. 2. 2. 인감증명서 3통을 발급받은 점(갑 제122호증), 1차 약정서 제3항에 따라 발급받은 피고 명의 통장에 대해 개설신청서를 위조하였다며 피고가 원고를 고소한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 동의 없이 후원금이나 도록 판매대금 등 편취를 위해 통장을 발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을 근거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진 점(갑 제35호증), 1차 약정서 작성 이후 실제로 그 약정서 내용대로 원고가 도록 제작, 액자 제작 등 전시회 개최를 위한 업무를 처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와 M 사이의 소송 위임을 받으며 피고의 인감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1차 약정서의 인감이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날인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1차 약정서가 위조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2차 약정서(갑 제4호증) 진정성립 여부

2차 약정서의 피고 이름 옆의 무인이 피고의 것임은 피고도 다투지 않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 법리에 의하여 무인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2차 약정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와 N, O의 완력에 의하여 2차 약정서에 강제로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피고는 을 제18호증 2면 오른쪽에 무인이 두 번 찍힌 것은 피고가 원고 측 외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고 주장하나, 을18호증 2면 오른쪽 무인 일부는 갑 제4호증 2면 왼쪽에 찍혀 있는 무인 일부와 이 어지는 위치에 찍혀 있어 간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항의 흔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밖에 피고가 주장하는 갑 제4호증과 을 제18호증의 내용 및 형식상의 차이점들, 즉 ⓛ 소인의 유무(갑 제4호증에는 을 제18호증과는 달리 소인이 찍혀있다는 주장), ② 갑 제4호증에는 을 제18호증과는 달리 제3항에 부채 내역이 가 필되어 있는 점, ③ 인장의 유무 등은 2차 약정서의 무인이 강제로 피고의 손을 움직여서 찍힌 것인지 여부나 갑 제4호증이 위조된 것인지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2차 약정서(갑 제4호증)가 피고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것으로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인건비 1,800만 원 주장에 대한 판단

2차 약정서 제2항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2015. 1.부터 12. 15.까지 약 1,800만 원 인건비 등을 주는 대가로 피고의 작품 8개를 양도하기로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는 본래의 급부인 인건비 지급에 갈음하여 피고 작품 양도라는 다른 급부를 이행하기로 한 약정이므로 대물변제계약에 해당한다. 피고가 양도하기로 한 8개의 작품 중 3개의 작품을 양도한 사실은 원고가 자인하고 있다. 그런데 갑 제1, 2호증의 각 기 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9. 12. 30. 및 2020. 10. 27. 피고에게 2차 약정서에 따라 나머지 5개 작품을 양도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인정되고, 2022. 4.

2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서 피고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위 대물변제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렇다면, 인건비 1,800만 원 지급을 피고 작품 8개 양도로 대신한다는 대물변제계약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제되었으므로, 원고는 본래의 급부인 인건비를 청구할 수 있다. 1차 약정서에서 6개월 인건비를 900만 원으로 정하였고 2차 약정서에서도 전시회 종료 시까지 약 12개월 동안 원고가 실제 받아야 할 인건비가 1,800만 원임을 전제로 대물변제계약을 하였으므로, 피고가 지급할 인건비의 액수는 1,800만 원이 된다.

피고는 원고와 피고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인건비 청구가 이유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인건비 청구원인은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임금 청구가 아니라 1차 약정서와 2차 약정서에서 피고가 한 약정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고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피고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사건 청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의 명예훼손 및 무고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가원고의 딸이 근무하는 은행에 찾아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날은 2016. 4. 11.이고, 원고에게서 뺨을 맞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는 허위신고를 하였다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날은 2016. 12. 27.이며, 횡령, 배임,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협박, 폭행으로 원고를 고소하였다가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진 날이 2017. 1. 31.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고는 위 일자 무렵에는 피고의 명예훼손 및 허위신고 사실과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정신적 고통) 발생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한데, 이 사건 소는 각 날짜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제기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되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양수금 청구에 대한 판단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그 채권양도가 신탁법상의 신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므로 이는 무효이다.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지는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방식, 양도계약이 이루어진 후 제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적 간격, 양도인과 양수인의 신분관계 등 제반 상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2506 판결).

원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J, K, L에게서 채권을 양도받았다며 양수금청구를 추가하였는데, 제3차 변론기일에서 J, K, L의 채권을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변제받기 위하여 채권 양도양수계약 체결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 원고가 J, K, L와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할 원인관계가 무엇이었는지 확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J, K, L에게 채권양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였다는 자료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J, K, L 사이의 채권양도는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양수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인건비 1,8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2022. 4. 2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로써 이행을 청구한 다음날인 2022. 4. 26.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10. 5.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