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은 정당하지 않으므로 그 차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충분이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은 근로자들과 지급기일의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피고인이 인정하는 금액 상당의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안양시 동안구 B건물 401호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C'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58명을 고용하여 신발 도소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1997. 1. 6.경부터 2011. 4. 23.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2011년 3월 및 4월 임금 합계 1,873,347원, 연차휴가 미사용 대체수당1,638,741원 및 퇴직금 13,574,561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것과 같이 근로자 12명의 임금, 연차휴가 미사용 대체수당 및 퇴직금 합계 175,589,545원을 지급기일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는 2008. 3. 12. 주식회사 E(변경 전 상호는 주식회사 F, 이하 'E'라 한다)로부터 분할·설립된 사실, C는 2008년 약 35억 원, 2009년 약 37억 원, 2010년 약 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사실, 피고인은 2011. 3. 3. C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실, 피고인은 취임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5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본인의 급여를 반납하였으며, 일부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 사실, 피고인은 임금을 삭감하면서 "이의가 있는 사람은 회사에 서면으로 통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공고를 한 사실, 근로자 G, D, H, I, J, K, L, M, N, O, P은 2012. 1.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988호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05,223,497원 및 그 지연손해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5. 30. 위 사건에 관하여 청구 금액 중 합계 37,244,414원 및 그 지연손해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사실, 피고인은 위 판결에 따른 금액을 모두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 것은 회사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고인 또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조치인 점, ②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삭감의 효력 유무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③ 근로자들이 청구한 금액과 실제 지급의무가 인정된 금액의 차이가 약 7,000만 원 상당에 달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범죄일람표 기재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 C는 2008. 3. 4. E의 신발사업 부문이 분할되어 설립되었고,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E에서 근무하다가 2008. 3. 4. 퇴사한 후 곧바로 C에 재입사하였는데, 당시 E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 C는 2008년 약 35억 원, 2009년 약 37억 원, 2010년 약 20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였고 주권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검토되는 등 회사의 경영 및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2011. 3. 3.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C에 사재 5억 원을 출연하고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면서 C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였다.
㈐ 피고인은 2011. 3.경 C가 많은 어려움에 처하여 있다는 이유로, C와 연봉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 감액에 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등을 변경하거나 이 사건 근로자들과 임금 감액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내부 전산망에 임금 감액과 이에 대한 이의가 있는 사람은 서면으로 통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지를 하고 일부 근로자들에게 감액한 금액의 2011년 3월 및 4월분 임금을 지급하였다.
㈑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별지 범죄일람표 '퇴사일'란 각 날짜에 C에서 퇴직한 뒤, 2011. 5. 24.경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2011년 3월 및 4월분 감액된 임금, 미사용 연차에 대한 휴가수당,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11. 7. 9. 및 같은 해 8. 31.경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각 퇴직금 중 일부 금원을 지급하였다. 당시 이 사건 근로자들과 피고인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시기 내지 연장에 관하여 합의를 한 사실이 없었다.
㈒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2. 1. 4 C를 상대로 임금, 미사용연차에 대한 휴가수당, 퇴직금 등 합계 190,518,065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988)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3. 5. 3. ① 연봉계약에서 미리 정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액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동의가 필요한데 임금 감액에 대한 근로자들의 동의 또는 추인이 없었으므로 C는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11년 3월 및 4월분의 감액 전과 감액 후의 임금 차액인 별지 범죄일람표 '2011년도 체불임금'란 기재 각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②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 중 G 이외에는 모두 2010년에 8할 이상 출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C는 별지 범죄일람표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대체수당'란 기재 각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③ C와 C 노동조합의 2009. 3. 30.자 조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E 근무기간을 제외하고 C 근무기간만을 근속연수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감액 전 임금에 연차휴가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하여 C에 입사한 날부터 퇴직한 날까지 산정한 별지 범죄일람표 '퇴직금'란 기재 각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C는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합계 37,244,4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C와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 무렵 확정되었고, C는 2013. 9. 11.경까지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위 판결에 따른 돈을 모두 지급하였다.
㈓ Q은 C에서 근무하다가 2011. 10. 22.경 퇴직하였는데, 피고인은 Q에게 별지 범죄일람표 '2011년도 체불임금,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대체수당, 퇴직금'란 기재 각 금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2012. 2. 5. 퇴직금 명목으로 11,494,260원을 지급하였다. Q은 2013. 8. 23. C를 상대로 임금,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대체수당, 퇴직금 합계 29,904,305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인천지방법원 2014가단209592)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4. 12. 1. C가 Q에게 2015. 2. 9.까지 2,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C와 Q이 위 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위 결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에서 살펴 본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① 피고인은 2011. 3.경 이 사건 근로자들과 임금 감액 등에 관하여 협의나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내부 전산망에 공지를 한 후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였고,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1. 4. 23. 내지 2011. 5. 1.경 C를 퇴사하고 그 직후에 노동청에 피고인의 일방적인 임금 감액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하였으며, C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일방적인 임금 감액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② 피고인은 Q을 제외한 이 사건 근로자들이 E에 근무한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키고 E의 취업규칙에 따른 퇴직금 누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퇴직금을 요구하여 퇴직금 등을 정산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에서 규정하는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는 사용자로 하여금 기일 내에 퇴직금 등을 근로자에게 어김없이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 점(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도2089 판결 등 참조)을 고려해 보면 근로자들과 미지급 퇴직금 등의 산정방식과 미지급 액수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지급의무의 존부 자체에 다툼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고, 다툼이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용자 스스로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급 또한 거절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는 점, Q은 2011. 10. 22.경 C를 퇴직하였는데 피고인이 Q의 미지급 임금, 미사용 연차에 대한 휴가수당, 퇴직금 등의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피고인은 Q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훨씬 지난 2013. 2. 5. 스스로 인정하는 금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