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공소사실 중 주식회사 H 근로자 72명에 대한 임금 미지급에 따른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배경
피고인은 ㈜ E(이하 'E')의 대표이사이다. E은 G아파트 신축공사(이하 '아파트 신축공사')를 F ㈜(이하 'F'이라고 한다)에게 도급하였다(이하 '도급계약').
F은 2013. 3. 7.경 ㈜ C(이하 'C')과 사이에 아파트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이하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에 관하여 하도급 공사대금을 90억원으로 하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F은 2013. 5.경 위 하도급계약을 해제하고, 2013. 5. 2. ㈜ H(이하 'H')과 사이에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검사의 항소에 대한 판단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아파트 신축공사의 하수급인인 C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C은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공소사실 중 C의 근로자 161명에 대한 임금 미지급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데(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 귀책사유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 금액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4조).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그러므로 검사가 피고인이 아파트 신축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 및 위와 같은 공사대금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
공사대금의 미지급 여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E은 F에게 매월 아파트 신축공사의 기성 부분에 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수사기록 제151쪽), 그 후 F과 C 사이에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에 관한하도급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2013. 3. 24. C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3자 합의하였다(증 제7호증).
C이 하도급받은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은 아파트 신축공사 공정의 51.49%에 해당하는데(수사기록 제378쪽), C이 공사를 중단한 2013. 5. 2.까지의 기성고는 위 공정의 9.24%이다(수사기록 제378쪽).
E은 2012. 12. 26.부터 2013. 4. 29.까지 C에게 공사대금 합계 1,826,760,420원을 직접 지급하였다(수사기록 제387쪽, 증제6호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E은 C에게 기성고 상당의 공사대금인 1,615,070,887원(= 90억원 × 9.24%51.49%)을 초과하는 금액인 1,826,760,420원을 지급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C의 기성고를 9.24%로 산정한 감리공정보고서를 믿기 어렵고, 오히려 그 기성고가 24%에 달한다는 취지의 Q, AP의 진술이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다(항소이유서 참조). 그러나 아래 ①항 내지 ③항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Q, AP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려우므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공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기성고가 하도급인이 지출한 공사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리자가 감리공정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성고를 부당하게 낮게 산정하였다 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고, 피고인이나 감리자가 공사의 진행 중에 기성 고 산정에 관한 이의제기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설령 감리자가 감리공정보고서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더라도 Q, AP의 진 술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C의 임원인 Q은 위 회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어서 위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 할 정도로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의 항소에 대한 판단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천시 원미구 D, 204호에 있는 E의 대표이사로서 주택건설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피고인과 F은 2012. 11.경 피고인이 실제 대표이사로 있는 E 사업장에서 아파트 신축공사를 F에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F은 위 신축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2013. 3. 7. C 하도급하였다가 2013. 5.경 그 하도급 계약을 해지하고 2013. 5. 2. H에 같은 공사를 하도급하였다. 피고인은 2013. 6. 27. 코리아신탁 ㈜로부터 H 현장 기성금 명목으로 841,723,313원을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H 명의의 국민은행 예금계좌로 송금받은 다음 이를 인출하여 전액 E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H에 기성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H은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귀책사유로 H의 상위 수급인으로서 H에 고용되었다가 2013. 8.경 퇴직한 근로자 I의 2013. 7월 임금 663,950원 등 체불임금 합계 1,033,430원을 비롯하여 별지 체불임금일람표(H) 기재와 같이 퇴직 근로자 72명의 임금 합계 119,788,982원이 지급되지 아니하게 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아파트 신축공사의 수급인인 F과 하수급인인 H과의 3자간 직불합의에 따라 H에게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에 관한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H이 그 소속 근로자 72명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데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공소사실 중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에 따른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H에 2013. 12.경 합계 150,000,000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H 소속 근로자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합계 119,788,982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관련 법리
위 제2의 나.1)항에서 본 바와 같이 도급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도급 금액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하수급인의 근로자의 임금 미지급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도급인이 도급 금액, 즉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근로자가 하수급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공사대금의 미지급 여부
위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미지급하였는지에 대하여 본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H에 2013. 12. 5. 100,000,000원, 2013. 12. 27. 5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기록에 나타난 아래 ①항 내지 ⑤항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H이 위 돈의 합계 150,000,000원을 초과하는 공사대금 채권을 취득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공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기성고가 하도급인이 지출한 공사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리공정보고서에 따르면, H이 시공한 철근콘크리트 공사 부분의 기성고는 아파트 신축공사 공정의 0.03%이고, 위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의 액수는 위 150,000,000원에 훨씬 미달하는 5,243,736원(= 90억원 × 0.03%/51.49%)에 불과하다.
위 감리공정보고서에 따른 기성고 산정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감리자가 감리공정보 고서를 작성할 때 기성고를 일부러 낮게 산정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 ㉡ F의 대표이사로서 피고인보다 H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M도 기 성을 많이 올리지는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공판기록 제193쪽). ㉢ 비록 M는 H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양의 철근콘크리트 작업을 하였다고 진술하지만, 공사량과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 H 근로자들이 한 작업 내용과 범위에 관하여 H이나 F 임직원의 추상적인 진 술(공판기록 제129쪽, 제139쪽 등) 외에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의하더라도 H의 공사대금 채권은 150,000,000 원을 초과하지 아니한다(증 제1, 9호증).
피고인이 H의 공사대금 채권이 150,000,000원에 미달한다는 점을 증명하여 야 할 필요는 없고, 검사가 위 공사대금 채권이 위 액수를 초과한다는 점 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 따라서 감리공정보고 서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더라도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미지급하였다고 단 정할 수 없다.
한편 기록에 나타난 아래 ①, ②항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기의 경과 후에 지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합계 150,000,000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위 채권의 이행기가 경과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은 H에게 공사대금의 선급금을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H의 귀책사유 로 이를 지급하지 못하였다(증 제1, 9호증).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검사의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한편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 제3의 가항과 같은데, 이에 대하여 위 제3의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민수(재판장) 이영범 강효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