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홍콩법에 따라 설립되어 메모리 반도체 2차 가공 사업과 메모리 반도체 트레이딩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7. 4. 17.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2017. 4. 17.자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에 입사하여 피고의 대한민국에서의 영업소(이하 ‘국내 영업소’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이다.
피고는 2019. 12. 16.경 국내 영업소의 프로덕트 매니지먼트팀(Product Management Team, 이하 ‘PM팀’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원고를 2020. 1. 1.자로 홍콩 본점의 마케팅 기획팀으로 전보발령(이하 ‘홍콩 전보발령’이라 한다)하였다.
원고는 피고와의 협의에 따라 2020. 1. 6.부터 홍콩 본점에서 근무하던 중 피고로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홍콩에서의 근로관계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계약서의 초안을 교부받았고, 이후 위 초안에 서명하였다.
원고는 2020. 1. 11.경 피고에게 위 서명된 근로계약서(이하 ‘2020. 1. 11.자 근로계약서’라 하고, 그에 따른 근로계약을 ‘홍콩 근로계약’이라 한다)를 제출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는 아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피고는 2020. 4. 1. 홍콩 전보발령에 따라 홍콩 본점의 마케팅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던 원고를 2020. 4. 1.자로 다시 국내 영업소의 PM팀으로 전보발령(이하 ‘국내 전보발령’이라 한다)하였다.
원고는 국내 전보발령에 따라 귀국한 후, 현재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0. 4. 1.자 전보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수원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가합30951
판결선고
2022. 5. 12.
수원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3,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갑 제6호증의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관할합의는 홍콩 근로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 홍콩 법원이 전속적인 재판관할을 가지기로 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홍콩 근로계약에 관련된 국내 전보발령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재판권이 없는 법원에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판단
먼저 우리 법원이 국제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본 후, 이 사건 관할합의에 따라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배제되는지에 대하여 본다.
우리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등 참조).
한편, 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은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보통재판적은 이들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따라 정하고, 사무소와 영업소가 없는 경우에는 주된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을 외국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에 적용하는 경우 보통재판적은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의 사무소ㆍ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외국법인으로 우리나라에 영업소를 두고 있으므로 국내에 보통재판적을 가진다. 이에 더하여 위에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피고가 국내 전보발령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출하는 증거 대부분이 당초부터 한글로 작성된 점, 원고의 홍콩에서의 업무태도 등에 대하여 서면 진술한 피고 직원 C, D 등이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등 피고가 우리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피고가 국내 발령의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하면서 주장하는 인력 사정 등은 국내 영업소와도 관련된 사정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피고에게 우리 나라에서의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7. 4. 17. 피고에 입사한 이래로 2년 이상 국내 영업소에 근무하였고, 홍콩에서 근무한 기간이 약 3개월에 불과한 점, 원고가 국내 전보발령에 따라 귀국하여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이 사건에 관한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부정하는 것이 원고에게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의 작성언어나 소재지 등 앞서 언급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등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의 측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이 사건은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 모두 우리나라와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므로, 우리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사건 관할합의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에 해당하여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배제되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가 ‘홍콩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또는 홍콩 근로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과 관련하여 홍콩 법원의 비전속적 관할권에 합의한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관할합의를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 관할합의는 그 문언상 비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임이 명백하다(피고가 원용하는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성립한 경우 그 효력에 관한 것으로서,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성립조차 하지 않은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치 아니하다). 설령 위 관할합의를 전속적인 국제재판관할합의라고 보더라도,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한 이 사건 관할합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로서 효력이 없다(국제사법 제28조 제5항 및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53627 판결 참조).
요컨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국내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인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 국내 전보발령의 절차 등에 비추어 보면, 국내 전보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한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위법한 국내 전보발령으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홍콩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홍콩법으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준거법 합의를 하였으므로, 홍콩법에 따라 국내 전보발령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국내 전보발령은 홍콩 고용조례(Employment Ordinance, 이하 ‘홍콩 고용조례’라 한다)상 근로계약 내용의 부당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하다.
설령 우리나라 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국내 전보발령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전보발령은 피고의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이고, 원고가 입은 불이익은 충분히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적법하다.
국내 전보발령이 적법한 이상, 국내 전보발령이 위법한 것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준거법의 결정
이 사건 준거법 합의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이 사건은 우리나라 국민인 원고가 외국법인인 피고에게 고용되어 홍콩에서 근로를 제공하던 중 발생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 및 근로장소 등에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준거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국제사법 제32조 제3항은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 사이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계약의 준거법이 결정되고, 그 계약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 그 불법행위의 준거법도 위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근로계약의 경우에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더라도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강행규정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박탈할 수 없다(국제사법 제28조 제1, 2항).
원고와 피고가 홍콩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홍콩법으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준거법 합의를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 근로계약에 따라 원고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가 홍콩인 사실은 갑 제6호증의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홍콩 근로계약과 관련한 분쟁인 원고의 이 사건 각 청구에 대한 준거법은 홍콩법이 된다.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의 작성일자 부분이 변조되었다거나, 2020. 1. 11.자 근로계약서는 홍콩 워킹 비자 신청을 위한 비자용 계약서에 불과하여 이 사건 준거법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변조 주장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2020. 1. 11.경 작성일자 부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2020. 1. 11.자 근로계약서(갑 제6호증에서 작성일자 부분 제외)에 서명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호증의 기재, 감정인 E의 필적감정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갑 제6호증의 작성일자 부분이 변조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갑 제6호증에서 작성일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진정성립이 인정되고,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준거법 합의가 성립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작성일자 부분이 변조되어 이 사건 준거법 합의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음으로 2020. 1. 11.자 근로계약서가 비자용 계약서에 불과하여 이 사건 준거법 합의의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2020. 1. 11.자 근로계약서 체결에 관한 원고의 의사표시가 비진의의사표시 내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선해하여 본다.
피고의 인사팀 직원인 F이 2019. 12. 30. 원고에게 홍콩 워킹 비자 신청을 위하여 근로계약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안내한 사실, 원고가 그 이후 피고로부터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의 초안을 교부받아 서명하고, 피고에게 2020. 1. 11.자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사실 등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7, 28, 35호증, 을 제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제2, 24 내지 26호증, 을 제14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2020. 1. 11.자 근로계약서 체결에 관한 원고의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피고가 이를 알았다거나 원고와 이를 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2020. 1. 초순경 피고로부터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의 초안을 전달받고, 피고에게 이에 기재되어 있던 연봉의 인상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였다. 원고의 위 협상 요구로 인하여 위 초안이 전달된 당일에 2020. 1. 11.자 근로계약서가 체결되지 않았다.
원고는 위 초안을 전달받았을 당시 피고의 홍콩 본점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히 워킹 비자를 신청할 필요가 있었는데, 위 연봉 협상 요구로 인하여 워킹 비자 신청이 며칠간 지연되었다.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원고가 2017. 4. 17. 피고에 입사하여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면서 작성한 2017. 4. 17.자 근로계약서의 내용보다 상세하다.
원고의 홍콩 워킹 비자 신청을 위하여 2020. 1. 11.자 근로계약서가 홍콩 행정관서에 제출될 필요가 있었는데, 홍콩에 본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피고가 홍콩 행정관서에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엿보이지 않는다.
국내 전보발령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관련 규정
국내 전보발령은 원고의 근무장소를 홍콩에서 우리나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근로계약 내용의 변경에 해당한다. 을 제35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근로계약 내용의 변경에 관한 홍콩 고용조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 판단
홍콩 근로계약이 계속적 근로계약이라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를 위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국내 전보발령은 아래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적법한 것으로 판단된다.
근로계약 내용의 변경(근무장소 변경)에 원고의 동의가 있거나, 근로계약에 그러한 변경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있을 것
근로계약 내용의 변경(근무장소 변경)에 홍콩 고용조례 제32K조가 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것
그런데 갑 제6호증의 일부 기재,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2020. 1. 11.자 근로계약서 제2-2조가 ‘원고의 근무장소는 홍콩 완차이로 하며, 피고가 단독 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의 사무소가 우리나라, 홍콩, 대만 등에 분산되어 있는 사실, 피고가 홍콩 전보발령 당시 원고와 사이에 홍콩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하여 별도로 약정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2020. 1. 11.자 근로계약서에는 원고의 근무장소를 홍콩에서 우리나라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갑 제20호증, 을 제4, 14, 15, 19 내지 24, 27, 42, 43호증의 각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행동이나 업무 능력, 피고의 사업 운영을 위한 필요성 등 홍콩 고용조례상 정당한 사유에 의하여 국내 전보발령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행동이나 업무 능력에 관하여
원고는 홍콩 본점 마케팅기획팀에서 메모리 반도체 구매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구매업무의 주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은바, 메모리 반도체 관련 자재의 공급가격이 수시로 변경되기에 구매업무는 적시(2~3일 이내)에 처리될 필요가 있는 업무이다.
원고는 홍콩 전보발령에 따라 홍콩 본점에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 마케팅기획팀 팀장인 G에게 ‘메모리 반도체 부자재의 구매업무는 한국에서 대부분 처리하면 될 일들이니 해당 업무를 국내 영업소로 이관하자’고 건의하였다. G은 ‘홍콩 본점에서 공급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므로, 국내 영업소로 위 업무를 이관할 수 없고, 원고가 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여 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원고의 전임자로 원고의 홍콩발령 전 위 구매업무를 수행하던 C은 2020. 1. 중순경 원고가 업무 관련 이메일을 적시에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20. 2. 6.경 국내 영업소의 D이 요청한 업무를 적시에 처리하지 않아 D으로부터 ‘지난 주에 요청한 건을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D은 2020. 2. 10. 원고와 원고의 상위 직급자인 H, G을 메신저 프로그램의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후, 원고에게 ‘2020. 1. 31.부터 요청한 업무를 처리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한 D은 2020. 2. 18. 원고에게 ‘2020. 2. 11. 요청한 업무 등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는 D에게 ‘전산 문제로 당일 처리가 어렵다’고 답변하였으나, 당시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는 전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원고가 홍콩 본점에서 구매업무를 수행하기 전 홍콘 본점에서의 구매업무 지연으로 피고의 구매업무에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으나, 원고가 구매업무를 수행한 이후에는 원고의 업무태도로 인하여 위와 같이 피고의 구매업무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피고는 홍콩 본점에서 수행하던 발주서의 확인 업무와 인보이스 게재 업무를 국내 영업소 직원이 처리하도록 구매업무의 프로세스를 변경하였다.
한편, 원고는 2020. 1. 9. 피고 직원이었던 I에게 ‘홍콩에서 연봉 인상이 안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해 두었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피고의 사업 운영을 위한 필요성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의 업무처리 지연으로 인하여 홍콩 본점에서 수행하던 발주서의 확인 업무와 인보이스 게재 업무를 국내 영업소 직원이 처리하도록 구매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한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로써 홍콩 본점 직원인 원고가 홍콩 본점에서 구매업무를 처리할 필요성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피고 국내 영업소 직원이었던 J, K이 원고에 대한 국내 전보발령 이전에 퇴사의사를 밝혀, 국내 영업소에서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필요했고, 원고는 국내 영업소 PM팀에서 근무하던 2017년에는 A 등급, 2018년에는 S 등급, 2019년에는 A 등급 등의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홍콩 전보발령 이전에는 PM팀에서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였다.
즉, 피고의 사업 운영을 위하여 원고를 홍콩 본점에 잔류시킬 필요성은 낮은 반면, 국내 영업소에 전보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국내 전보발령은 홍콩 고용조례상 근로계약 내용의 변경을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국내 전보발령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국내 전보발령이 적법하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국내 전보발령이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춘근(재판장) 김효정 조용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