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20나78735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건설사업의 토목, 건축 등의 종합 감리용역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5. 4. 2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토목현장 상주감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2017. 1. 1.부터 2019. 7. 9.까지 자택에서 대기하였고, 2019. 7. 9. 최종적으로 피고 회사를 사직하였다.

다.

원고는 위와 같이 자택에서 대기하였던 기간 중에 피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수령하였고, 피고 회사를 사직한 이후에는 피고 회사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9,156,520원을 수령하였다.

라.

원고는 2019. 10. 1.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하여 체불임금 19,613,470원 및 퇴직금 8,012,586원 합계 27,626,000원(천원 미만 버림)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마. 원고는 2019. 11. 15.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C를 상대로 휴업수당과 관련하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2020. 1. 20.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1, 10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적극적인 근로제공 의사가 있었음에도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대기발령을 받고 휴업 상태에 있었으므로, 해당 기간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원고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한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에 있어서 평균임금 산정에 기초가 되는 임금을 대기발령 이전 3개월의 임금으로 정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 작성한 ‘입사시 보안각서’를 통해 피고 회사와 부제소 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그 부제소합의에 반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원고와 피고 회사는 입사할 당시에 원고의 감리대기 기간 동안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하여 별도로 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위와 같은 대기 기간을 근로기준법상 휴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휴업수당 청구는 이유 없고, 그러한 주장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퇴직금 청구 역시 이유 없다.

3.

판단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한편,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계약 문언에 나타난 ‘부제소’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본래적 급부에 관한 이행을 구하는 것을 포함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에 관하여 일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해석하는 것은 계약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 구체적 분쟁이 생기기 전에 헌법상 보장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미리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을 제1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 작성한 2015. 4. 17.자 ‘입사자 보안각서’ 제4항에서 “근로관계에 따른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어떠한 민·형사상 및 행정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문언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부제소합의의 성부 내지 그 범위가 객관적으로 명확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부제소합의의 범위를 ‘근로관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라고 포괄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고, 이를 작성할 당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작성한 입사자 보안각서상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소의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휴업수당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 본문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라 함은 사용자가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근로자로부터 근로의 제공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도611 판결 참조).

휴업에는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데도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 및 을 제1 내지 6, 10 내지 12,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피고 회사와 근로조건에 관하여 합의하였고 그 합의에 포함된 내용이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원고가 일을 하지 못하는 휴업의 경우에도 일체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위와 같은 합의가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①

통상 감리원들은 감리용역 수주 현황 및 여건 등에 따라 기존 감리업무를 수행한 공사현장의 감리용역이 완료되더라도 다른 공사현장에 현장감리원으로 바로 투입되지 못하고 그 대기기간 예측도 용이하지 않으며, 감리용역에 투입되지 않고 대기 중인 감리원은 별도로 출근할 필요도 없다.

②

이에 감리원이 감리용역 현장에 투입되지 않아 근로 제공이 없는 기간을 대비하기 위해 피고 회사와 그 소속 감리원인 원고는 감리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기간에 본사 대기하는 내용의 근로계약(근로계약서에서는 임금에 관하여 연봉계약서 및 직원 연봉관리규정에 따른다고 정하였는데, 연봉계약서에는 ‘대기시에는 대기자 처우기준에 따라 지급한다’, ‘본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임원 연봉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체결하였으며,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이전인 2014. 4. 면접 당시에도 ‘본사 대기 시에는 월 2,200,000원을 지급받는 것’에 동의하였다.

③

피고 회사는 원고 이외의 다른 감리원들과도 유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회사 이외의 다른 감리회사 역시 그 소속 감리원들과 유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④

근로기준법상의 휴업수당 관련 규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발생한 경영악화와 같은 사용자의 책임영역에 있는 사정을 들어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과 달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고자 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원고와 피고 회사의 합의에 따라 사전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⑤

피고 회사는 원고의 감리대기 기간인 2016. 11. ~ 2018. 8. 원고를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약 12회 이상 입찰에 참가하였으나 낙찰 받지 못하였고, 원고는 2019. 2. 14. 피고 회사에 대하여 가족의 간병을 이유로 하여 현장투입 보류를 요청하였다.

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역시 ‘감리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사자 간 자유의사로 체결한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피고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를 본사대기(재택근무)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본사대기(재택근무)를 근로기준법 제46조에서 정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 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진정사건에 대하여 종결 처분을 하였다.

다.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퇴직금 청구는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휴업수당 청구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위와 같이 원고의 휴업수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 부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염기창(재판장) 이지형 최호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