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3. 21. 선고 2021노817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1)

직상 수급인이 아니라는 주장

피고인의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는 수원 현장 공사와 공주 현장 공사를 D회사 A가 아니라 Y 주식회사(이하 ‘Y’이라 한다)에게 하도급준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사용한 A의 직상 수급인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2)

미지급 임금이 없다는 주장

F는 수원 현장과 공주 현장의 근로자 임금에 대하여는 이를 모두 직불처리하거나 A에게 지급하였기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미지급 임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 사건 근로자들 중 N, M는 F와의 청구이의 소송(안산지원 2020가단10893)에서 조정을 통해 F에 대한 청구를 포기하였으므로 미지급 임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N의 경우 수원 현장에서 일한 바도 없다.

3)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다는 주장

이 사건 근로자들 중 N, P, O, Q, R의 A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에는 A의 직상수급인인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직상 수급인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F는 수원 공사와 공주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Y과 체결하였는데, Y의 대표이사 Z는 A의 처로서 명의만 대표이사로 되어 있을 뿐 그 실질적 운영자는 A인 점, ② 피고인도 A가 Y의 실질적 운영자임을 인정하면서 위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A라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바 있는 점, ③ A가 위 하도급 공사에 관하여 현장 근로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고 근로대장을 작성하여 F에 이메일로 보고하면 F가 근로자들의 계좌로 직접 임금을 지급해 온 점 등을 모아보면, 위 하도급계약에 기하여 수원 현장과 공주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하수급인은 Y의 실질적 운영자인 A이고, 그 임금 지급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직상 수급인은 F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미지급 임금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아보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들도 모두 이유 없다.

①

직불이든 A를 통한 지급이든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수원 현장 내지 공주 현장의 임금이 모두 지급되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또한 피고인이 A에게 수원 현장 및 공주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그 임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②

N, M가 민사소송에서의 조정을 통해 본건 임금채권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범행의 죄책이 성립된 후 발생한 사후적 사정에 불과하다.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당초부터 N, M의 임금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이를 인정하고 청구를 포기한 것’이라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자료는 없다.

③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주 현장의 임금체불 사실은 A의 법정진술 외에 N, A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와 A 작성의 근로사실확인서 등에 의하여 인정된다.

④

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수원 현장의 임금체불 사실은 A의 법정진술 외에 A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와 V에 대한 전화진술청취 보고, A 작성의 근로사실확인서, 근로대장 등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한편 P와 A에 대한 경찰 대질조서에 ‘N이 수원현장에 나와 일한 적이 없다’는 P의 진술이 있으나, 앞서 든 부합증거들의 내용에 비추어 P의 위와 같은 진술은 N에 대한 임금체불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3)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되, 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그런데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되어, 결국 하수급인의 행위에 따라 책임 유무나 범위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점,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는 등의 사유로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과 근로자의 합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결과 정작 하수급인은 근로자의 의사표시로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직상 수급인에 대하여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아니한 점, 나아가 하수급인에게서 임금을 지급받거나 하수급인의 채무를 면제해 준 근로자가 굳이 직상 수급인만 따로 처벌받기를 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점 등을 고려할 때, 하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에는, 근로자가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을 직접 청구한 적이 있는지,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 미지급 사실을 알린 적이 있는지, 하수급인과 근로자의 합의 과정에 직상 수급인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 근로자가 합의 대상에서 직상 수급인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지, 변제나 면제 등을 통하여 하수급인의 책임이 소멸하였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여기에 직상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하수급인에 대하여만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쉽사리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공소제기 후 이 사건 근로자들 중 P, O, Q, R이 2020. 6. 24. A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진정취하서를, 그 후 N이 2021. 11. 15. A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진정취하서를 제출한 점, ② 이 사건 근로자들이 A와 피고인의 임금체불을 사유로 진정을 제출한 이후 수사과정에서 A는 진정 내용을 인정한 반면, 피고인은 임금체불사실 내지 임금지급책임을 적극적으로 다투면서 그 입장을 견지해 온 점, ③ 이에 P, O, Q, R은 자신들의 임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F를 상대로 채권가압류를 했는데, F가 채권가압류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점, ④ 그러자 P, O, Q, R은 A에 대하여 위와 같이 진정취하서를 제출하는 한편, F를 상대로 하여서는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던 점, ④ N 또한 F를 상대로 별도의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다음 위와 같이 A에 대하여는 진정취하서를 제출하였던 점 등을 모아보면, N, P, O, Q, R은 피고인이 자신들에 대한 임금지급책임을 부인하자 피고인의 F를 상대로 임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A에 대하여만 진정취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A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도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원심판결의 양형이유와 대조하여 보면,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의 양형에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원심이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한 사정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그 밖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그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준현(재판장) 진세리 조순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