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2013. 11.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연구원으로 근무한 사람이고, 피고는 전기부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 및 복직명령 등
원고는 2018. 11. 9. 및 2018. 11. 12. 자신이 근무하던 피고 회사 본관 1층 출입문 앞에 적재되어 있던 피고 회사 소유의 화목용 목재를 절취하였고, 위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20. 5. 8. 절도죄에 대한 선고유예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9고정857호). 원고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2021. 2. 4.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20노2355호, 대법원 2020도16337호).
피고는 2019. 1. 23. 원고에게 원고의 회사물품 절도, 명령지시 위반 및 직무 태만 등을 징계사유로 징계 인사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니 참석하여 징계사유를 소명하라는 취지로 통지한 후 2019. 1. 28. 원고에 대한 징계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원고도 위 위원회에 참석하여 소명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2019. 1. 31.경 피고의 취업규칙 제60조 제4항, 제10항 및 제18항에 따른 회사물품 절도, 명령지시 위반 및 직무 태만 등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해고 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5. 2.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중 회사물품 절도 부분은 인정되나 그 사유에 비하여 양정이 과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C). 피고는 위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지방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7. 31.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D).
한편 피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원고에게 2019. 6. 29.자로 복직명령을 하였다.
원고의 병원치료와 휴직
원고는 2019. 1. 3. E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경도의 우울병, 적응장애를 진단받고, 2019. 1. 3.부터 2022. 10. 7.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9. 8. 26.부터 2021. 6. 18.까지 F병원에서 적응장애, 불안 상태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2019. 8. 26.부터 2019. 10. 23.경까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불안, 불면, 우울 증상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원고는 건강상의 사유로 2019. 10. 1.부터 2021. 3. 2.까지 휴직하였고, 이후에도 산업재해 심사청구, 재심사청구 및 행정소송 제기, 출근 중 교통사고 발생,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추가 상병 및 요양 연장 신청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휴직하였다.
원고의 요양급여신청과 근로복지공단의 일부 승인 등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에 피고의 부당해고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적응장애, 불안장애 및 신경증성 우울증이 발병되었다고 주장하며 산업재해보험법상의 휴업급여와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적응장애만을 승인상병으로 인정하여 승인결정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승인상병에 관한 요양기간을 2019. 10. 1.부터 2021. 3. 2.까지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휴업급여 57,033,350원(= 15,388,670원 + 39,942,650원 + 1,702,030원)을 지급하였고, 원고가 2019. 8. 26.부터 2021. 3. 2.까지 F병원에서 받은 통원치료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지급하였다.
한편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승인상병인 적응장애에 관한 요양기간을 2021. 3. 3.부터 2021. 5. 25.까지로 연장하는 취지의 진료계획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1. 4. 7. 위 진료계획 신청에 대하여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2021. 4. 7.자 진료계획 불승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1. 8. 13. '원고가 2021. 3. 2. 현재 2019. 1. 3. 진단받은 적응장애 상병에 대해 2년 2개월 요양하여 적정 요양기간보다 적게 요양하지 않았고, 의무기록상 호소하는 증상은 정신과적 문제보다는 사업장 관련 불만사항이 많은 상태이며, 2019. 1. 3. 재해 관련 증상의 변화에 특이 사항이 없어 증상 고정상태다'라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위 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조사 결과 등
원고는 2022. 3. 22.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부당 지시, 모욕·명예훼손 및 따돌림·차별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2. 3. 25. 위 신고 내용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부당 지시 부분은 피고 회사의 정책에 따라 전 직원에게 적용되고, 모욕·명예훼손 부분은 구체적인 행위 및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따돌림·차별 부분은 담당자의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인하여 주유권 지급이 누락되었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지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22. 4. 11.경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2022. 6. 22.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 혐의로 조사한 결과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 처리하였다.
[인정근거] 갑 1, 4, 6, 17, 20, 21, 23, 25호증, 을 1, 4 내지 7, 9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의 부당해고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적응장애가 발병, 악화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일부로서 원고에게 2019. 10. 1.부터 2021. 3. 2.까지 기간 동안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휴업급여와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평균임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25,980,321원과 위자료 10,000,000원의 합계 35,980,321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명시적 일부청구).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에 의하여 곧바로 그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해고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해고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 등 해고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해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2019. 1. 31.자 원고에 대한 해고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의해 부당해고라고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징계사유는 인정되고 다만 그 징계양정이 지나치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므로, 피고가 아무런 징계사유도 없이 오로지 원고를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원고를 해고하였다거나 해고권의 남용으로서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적응장애라는 상병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25, 2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또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등으로 원고를 괴롭혔다거나 피고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재해보상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위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사유만으로 당연히 사용자인 피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는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하여 관련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충분히 조사한 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도 원고가 제기한 진정에 대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처리 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복직명령을 한 후 원고를 곧바로 연구소로 배치하지 않은 채 대기발령을 한 것이 원고를 괴롭히기 위한 조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경기지방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원고에게 2019. 7. 1.자로 복직명령을 하였고, 피고가 원고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하였다가 위 재심 판정 이후인 2019. 9. 30. 비로소 원고를 연구소로 인사발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부당하게 인사발령을 지연하였다거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원고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복직 당시 원고에게 종전 연봉보다 40% 감액된 연봉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원고를 괴롭혔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피고가 원고의 복직 이후 연봉 협상을 하면서 원고에게 종전보다 적은 금액의 연봉계약서를 제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이는 당시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이 계속 중이었던 관계로 향후 연구소에서의 근무 여부가 불확실하였던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원고가 피고의 위 연봉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결국 피고는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원고와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급여 전액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감액된 연봉계약서를 제안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효진(재판장) 전용수 박수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