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속칭 ‘H’라고 불리는 팀장으로서 일감이 있을 때마다 D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계속근무가 예정되어 있는 업무를 시킨 것이 아니고, D에 대한 일당 지급시 원천징수를 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D에 대한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지급의무를 지닌 사용자가 아니다. 설령 D가 피고인의 일용근로자로 판단된다 하더라도 피고인과 D와 사이에는 기지급한 일당에 주휴수당 및 퇴직금을 포함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여주시 B에 있는 C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D는 위 사업장에서 2013. 2. 1.부터 2018. 9. 30.까지 일용근로자로 재직하고 퇴직한 후 2019. 2. 11. 재입사하여 2020. 12. 23. 최종 퇴사하였다.
피고인은 D의 2019. 2.부터 2020. 12.까지 주휴수당 합계 5,22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D의 2013. 2. 1.부터 2018. 9. 30.까지의 퇴직금 20,804,380원과 2019. 2. 11.부터 2020. 12. 23.까지의 퇴직금 9,660,82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그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D의 사용자인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식적으로 일용근로자라 하더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로서는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 상의 직원에 준하여 일용관계가 계속된 기간을 계속 근로연수로 계산하여 그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며(대법원 1986. 8. 19. 선고 83다카657 판결 참조), 반드시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하여야만 근로자의 상근성, 계속성, 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단
원심은, 그 거시 각 증거들 및 그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 특히 피고인의 D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ㆍ감독 여부, 피고인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및 이에 대한 D의 구속 여부, D의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사업장의 이름, 피고인과 임창선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D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D의 근로형태{아래 나의 2) 참조}에 비추어 피고인과 D 사이의 계약관계에 있어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및 근로자의 사용자에의 전속성이 통상의 근로계약의 경우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당제 근로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과 D 사이의 그와 같은 관계가 장기에 걸쳐 계속되어 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사정이 D의 근로자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는 아니한다. 나아가 피고인은 ‘C’의 운영자로서 자신이 수급한 실리콘코킹공사의 (하)도급대금에서 D에게 지급한 일당을 제외한 나머지를 단순히 노동에 대한 대가를 넘어선 사업상 수익으로서 취득하였다고 보이는데, 이와 같은 피고인의 수익 취득 방식은 피고인이 스스로도 정해진 일당만을 받으면서 함께 작업한 다른 인부들에게 그들의 일당을 전달하여 주는 일명 ‘H’가 아니라 자신의 책임 하에 D를 고용하고 지휘감독하면서 D에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피고인을 D에 대한 사용자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 부분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피고인에게 주휴수당 지급의무가 있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휴일제도는 연속된 근로에서 근로자의 피로회복과 건강회복 및 여가의 활용을 통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적·문화적 생활의 향유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39946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1주간의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한 규정은 1주일에 1회 이상의 휴일을 의무화하는 한편, 성실근로를 유도·보상하기 위하여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는 경우에 유급으로 할 것을 정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두2857 판결 등 참조).
판단
D가 피고인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됨은 앞서 본 것과 같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D가 공소사실 기재 주휴수당 산정 기간 동안 1주간의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함으로써 주휴수당 청구권이 발생하였고 피고인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과 D 사이에는 구두의 근로계약만 있었을 뿐 별도의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지 아니하였다. 위 구두 계약의 내용도 피고인이 요청하면 D가 정해진 날에 정해진 현장에서 소정의 일당을 받고 일하기로 하는 것일 뿐이어서, 피고인의 계속적 근로기회 제공의무의 측면이나 D의 계속적 노무 제공의무의 측면에서 구속력 있는 계약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즉, D가 피고인의 호출에 응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작업요청에 D가 반드시 응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D가 피고인이 호출한 날 다른 사업자의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호출을 거절한다거나 피고인이 일을 주지 아니한 날 다른 사업자의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다고 하여 피고인이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과 D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1개월 또는 1주당 소정근로일수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D의 전체 근로기간에 걸쳐 D가 실제 노무를 제공한 일수는 월별 및 주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즉, D가 1주일 중 5일 내지 6일을 연속으로 일한 주가 있는가 하면, 그 직전 또는 다음 주에는 1일도 일하지 아니하거나 2일 내지 3일 정도만 일한 주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러한 D의 근로형태에 비추어 볼 때 D가 어느 특정한 주에 5일 내지 6일을 근무하였다고 하여 주휴수당을 부여하는 것은 ‘연속된 근로에서 근로자의 피로회복과 건강회복 및 여가의 활용을 통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적·문화적 생활의 향유’를 보장하고, 성실근로를 유도 및 보상하기 위한다는 주휴수당의 입법취지와도 맞지 아니한다.
결국 피고인에게 D에 대한 주휴수당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D에게 여하의 방법으로 계산된 주휴수당 상당의 금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 상당액의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미지급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D는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근로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D는 최초 피고인과의 일을 시작할 때 일당 13만 원을 받기로 하였으며, 위 일당은 근로기간 동안 계속 올라 D의 퇴사 무렵에는 18만 원까지 조정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위 일당이 동종 업계에서 상당한 정도의 금액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반하는 다른 증거는 보이지 아니한다. 나아가 수년에 걸친 근로기간 및 최초 퇴사와 재입사 시점에 D가 피고인에게 퇴직금에 대하여 언급하거나 퇴직금을 별도로 청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은 처음부터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퇴직금 액수(20,804,380원 및 9,660,820원)는 D의 진정사건을 대리한 노무사가 작성한 진정이유서상의 계산에 근거한다. 당시 노무사는 D의 퇴직일 전 3개월의 일급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해당 기간 D의 실제 일당 16만 원(2018. 9. 30. 퇴사일 기준) 내지 18만 원(2020. 12. 23. 퇴사일 기준)을 통상임금으로 본 후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다는 이유로 D의 실제 일당인 16만 원 및 18만 원을 각 퇴직금 계산식(통상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일)에 대입하여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을 산출하였다. 그러나 위 제3의 나항에서 보았듯이 전체 근로기간에 걸쳐 D의 월 근로일수가 불규칙한 점, D가 피고인에게 완전히 전속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2020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실제로 D가 노무를 제공한 일수는 월 8일에서 21일까지 다양하고, 2020년 전체의 월 평균 근로일은 13.3일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D의 본래 일당에 30일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운영한 C의 규모나 앞서 본 D의 근무형태, 퇴직금 산정 방식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D와 같은 일용근로자가 퇴직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인지 여부나 그 지급의무의 범위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알기 어려운 법적 쟁점에 해당한다.
소결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 대하여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거나 퇴직금 지급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진(재판장) 김효연 김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