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2노528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별지 ‘개인별 체불금품 내역(최종)’ 순번 제9번의 근무기간을 ‘2020. 12. 9. ~ 2021. 12. 29.’에서 ‘2020. 12. 9. ~ 2021. 1. 5.’로 정정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공소사실 기재 ‘F공원 실내체육관 건립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른 ‘노무비의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가 적용되는 공사이므로,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의 주체는 수급인인 유한회사 D이 아니라 도급인인 양주시이다. 피고인은 유한회사 D의 대표로서 양주시에 이 사건 공사 현장 근로자들의 노무비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양주시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의 책임은 양주시에게 있다.

2)

설령 유한회사 D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지급의무의 주체와 관련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이 그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지급받은 이상 해당 근로자들의 처벌불원의사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 단지 절차적으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임금지급의무의 주체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공사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이하 ‘계약집행기준’이라고만 한다) 제13장 제9절 제7호의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가 적용되는 사실, ② 위 계약집행기준에 따라 이 사건 공사의 발주기관인 양주시와 수급인인 유한회사 D은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 ③ 위 합의서는 제2조에서 “‘노무비 구분관리제’란 발주기관, 계약상대자 및 하수급인이 노무비를 노무비 이외의 대가와 구분하여, 발주기관이 계약상대자에게 또는 계약상대자가 하수급인에게 노무비를 매월 지급하고 근로자에게 대금이 지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를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그 시행을 위해 노무비 전용통장을 개설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사에 적용되는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는 발주기관 등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사대금 중 노무비를 그 이외의 대가와 구분하여 지급하고, 그와 같이 지급된 노무비가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지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제도이다.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에 의하더라도 발주기관은 노무비가 포함된 공사대금을 계약상대방인 수급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이고, 수급인은 여전히 사용자로서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발주기관인 양주시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에 적용되는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에 의하더라도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주체가 피고인이 대표자인 유한회사 D임은 명백한 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는 양주시와 유한회사 D이 작성한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합의서 제2조에 분명히 정의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도 그 내용과 효과에 관하여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점, 피고인도 2021. 9. 3. 중부지방고용노동청안산지청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유한회사 D이 노무비를 지급할 책임이 있는 주체라는 것은 동의하나, 발주처인 양주시와 소송 중이어서 양주시가 노무비 금액을 지급해주지 않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유한회사 D이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처벌불원의사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같은 법 제109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바(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설령 피해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불임금에 상당하는 체당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처벌불원의사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임금을 체불한 근로자가 9명에 이르고, 체불임금의 액수도 합계 19,680,000원으로 적지 않다. 피고인은 L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 근로자들로부터 여전히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 반면, 피해 근로자들 중 L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고인은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만, 원심판결의 별지 ‘개인별 체불금품 내역(최종)’ 순번 제9번의 근무기간 ‘2020. 12. 9. ~ 2021. 12. 29.’은 ‘2020. 12. 9. ~ 2021. 1. 5.’의 잘못된 기재임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정정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이종문(재판장) 정재욱 이춘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