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11. 13. 선고 2023가합2447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1. 2. 1.자로 개정한 일반직원 인사규정 제25조 제4항은 원고에 대하여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3. 9. 25.자 대기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사립대학인 C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2)

원고는 1996. 11. 26.경 피고에 환경관리팀(기능직) 직원으로 임용되어 2023. 10. 1.자로 직무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이다.

나.

피고의 일반직원 인사규정 개정 경과

1)

피고는 2021. 2. 1. 일반직원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제25조 제4항(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을 신설하였는데, 이 사건 인사규정은 아래와 같다.

2)

피고는 2022. 4. 22.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다. 피고의 직원 전체 77명 중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70명이었고, 투표 결과 70명 중 동의자가 31명, 부동의자가 36명, 선택적 동의/부동의<1>자가 3명으로,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여 부결되었다(이하 ‘1차 투표’라 한다).

3)

피고는 2022. 5. 9.부터 같은 달 11.까지 피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동의 여부를 묻는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는데(이하 ‘2차 투표’라 한다), 위 동의서에는 직원들의 소속과 성명을 함께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2차 투표 결과 이 사건 인사규정 개정 안건이 가결되었다.

4)

피고 소속 근로자는 2022. 5. 9. 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에 2차 투표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장은 2022. 6. 2. 피고에게, “근로자들이 취업규칙에 동의할 때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 충분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부여하는 절차가 미흡하였으므로 위 절차를 보완하여 투표절차를 진행하라”고 통보하였다.

5)

피고는 2022. 6. 13.부터 같은 달 14.까지 피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재실시하였고, 2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위 동의서에는 직원들의 소속과 성명을 함께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71명 중 동의자가 54명, 부동의자가 17명으로 이 사건 인사규정 개정 안건이 가결되었다(이하 ‘3차 투표’라 한다).

다.

이 사건 직무대기발령 경위

1)

피고는 2021. 6. 30. 원고를 포함한 환경관리과 설비직원 8명에게, 2021. 7. 2.부터 2022. 7. 1.까지 1년 간 기술직 직무전환을 위하여 설비 기능직의 취득 자격 중 1개 이상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는 통보서를 발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1차 통보’라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피고는 2022. 8. 29. 원고를 포함한 환경관리과 설비직원 3명에게, 2022. 9. 1.부터 2023. 8. 31.까지 1년 간 기술직 직무전환을 위하여 설비 기능직의 취득 자격 중 1개 이상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는 통보서를 발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통보’라 한다). 이 사건 2차 통보서의 내용은 자격취득 요구 기간이 변경된 것 외에는 이 사건 1차 통보서의 내용과 동일하다.

3)

피고는 2023. 9. 25.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환경관리팀(설비) 직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2023. 10. 1.자로 직무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을 통보하였다.

라.

이 사건 대기발령 해제 및 인사 발령

C대학교 총무팀장은 2024. 7.경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2024. 7. 26.자로 학적팀으로 인사발령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7호증, 을 제2, 5, 7, 16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을 신설할 당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2>에서 정한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1차 투표에서 안건이 부결되었음에도 재차 투표를 진행하였으므로, 이는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무효인 이 사건 인사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무효이다.

나.

피고

1)

피고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규정은 유효하다.

2)

원고가 보유하고 있는 보일러 취급 기능사는 임용 당시에는 필요한 자격증이었으나, 2021년에 피고에서 보일러가 모두 철거되고 냉․난방이 현대화되는 등의 변화로 인하여 더 이상 위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설비직 직원들에게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원고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적법하다.

3.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항변 요지

피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에 대하여 2024. 7. 26.자로 학적팀으로 인사발령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것이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현재적 또는 잠재적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다249148 판결 등 참조).

2)

판단

1)

피고가 2024. 7.경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고에 대하여 2024. 7. 26.자로 학적팀으로 인사발령을 한 사실은 위 1.라.항에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의 2022. 7. 1.자로 개정된 일반직원 직무평가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제2조(평가의 종류) 직원평가는 기본근무평가와 승진평가로 구분한다.

2)

위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 갑 제26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이 내려진 2023. 10. 1.부터 2024. 7. 26.까지 약 10개월 간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던 점, ② 이로 인하여 원고는 일반직원 직무평가 규정 제6조 제1항에 따라 2023년 및 2024년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평가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 ③ 위 직무평가 규정에 의한 직무평가 결과는 일반직원들의 인사(승급, 승진, 보직, 징계 등), 보수, 포상, 교육훈련 등의 기초자료가 되므로,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직무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위 직무평가 결과를 기초로 진행되는 승급, 승진, 보직, 보수, 포상 등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④ 피고는 원고가 2023년도 직무평가를 위하여 자기평가서를 직접 작성하여 피고에 제출하였으므로(을 제18호증), 직무평가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원고는 직무에 종사하지 않은 기간이 10개월로 장기간이었으므로, 승진 평가에 영향을 주는 근무성적 평가가 좋지 않을 것임이 예상되고, 원고가 2024년도 직무평가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이 과거의 법률관계라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인사규정이 원고에 대하여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인사규정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의 종전 일반직원 인사규정 제25조 제1항은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사유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1호),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담당하지 못할 만큼 지장이 있는 자(2호),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3호),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4호), 학교발전에 저해되는 행동을 한 자(5호)로 특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위 사유들 외에 피고 근로자들에게 직무대기를 명할 수 있는 사유를 추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규정은 피고 근로자들에 대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에 관하여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 또는 피고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3)

피고가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가)

판단

⑴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이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고(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등 참조), 확인의 소의 대상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에 대한 것이어야 하므로 확인의 소로써 일반적, 추상적인 법령 또는 법규 자체나 단체 내부규정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13875, 13882, 1389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면 해당 근로자는 그 취업규칙이 자신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종전 규정의 적용을 받을 지위에 있다는 확인, 즉 이 사건 인사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확인을 구할 수 있다.

⑵ 피고가 2022. 4. 22. 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으나, 투표 결과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여 부결된 사실은 위 1.나.항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러한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한 이 사건 인사규정이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⑴ 피고는 1차 투표가 부결된 이후 2차 투표 및 3차 투표를 진행하였고, 이러한 투표 결과 모두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규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⑵ 피고가 1차 투표 부결 이후 2차 투표 및 3차 투표를 각 실시한 결과,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은 사실은 위 1.나.항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갑 제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미 1차 투표가 부결되었음에도 피고가 재차 이 사건 인사규정에 대하여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동의를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이와 같은 방식이 적절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D노동조합 E 지부장 또한 안건이 부결되었음에도 피고가 2차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하여 항의하였던 점, ③ 더구나 2차 및 3차 투표 시에 사용된 동의서에는 소속과 성명, 확인서명까지 적도록 되어 있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투표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미 1차 투표에서 부결되어 이 사건 인사규정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이상, 피고가 재차 투표를 하여 가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인사규정이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대기발령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이고,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휴직,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대기발령 근거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대기발령 사유의 발생에 따라 근로자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대기발령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만일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이 사건 인사규정을 근거로 한 이 사건 대기발령의 무효 여부

피고가 이 사건 인사규정을 근거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한 사실, 그러나 이 사건 인사규정이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여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는 사실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대기발령 또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대기명령의 정당성 여부

위에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갑 제14 내지 25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가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대기명령을 한 뒤 이를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명령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건물의 냉난방방식이 현대화되어 원고가 가지고 있던 자격증(보일러 취급기능사)과 관련한 직무가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원고를 포함한 설비팀 직원들에게 에너지관리사업기사 등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대기명령을 발령받기 전까지 수행하였던 업무 내용을 보면, 원고는 냉난방 유지관리업무뿐만 아니라 교내 도시가스 점검 업무, 상수도 시설유지 관리 업무 등 피고의 건물 관리에 관한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냉난방 자동제어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하여 원고가 기존에 담당하였던 업무나 직무가 소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②

설령 원고가 담당한 업무 중 일부가 관련 시스템의 변화로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원고의 직무 능력 향상은 피고의 교육이나 훈련을 통하여 진행되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설비팀 직원들에게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위 기간 동안 자격증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근무시간 이후에 따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였다.

③

피고는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설비팀 직원들은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한 반면, 원고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도 고려하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이 자격증을 새로 취득하였다는 점이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고, 원고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도 제출되어 있지 않다.

④

원고는 설비팀 직원으로서 28년간 건물관리 업무를 해 왔으나, 이 사건 대기명령을 받고 낯선 직원들이 근무하는 총무과 사무실에서 10개월 동안 혼자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여야 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원고가 느꼈을 수치심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피고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원고에게 작업지시를 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맹준영(재판장) 전민정 류호정

각주1) 피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 외에도 직무평가 규정 및 직무재교육 규정을 각 제정하는 것에 대하여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위 안건들에 대하여 각 규정별로 동의/부동의를 구분하여 동의한 경우를 말한다.

각주2)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