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부직포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3. 2. 1.부터 피고에게 고용되어 인사관리팀 팀장으로 근무하였던 근로자이다.
원고의 비위사실에 관한 피고의 내부조사 및 사직 권고
피고의 대표이사 C는 원고에 대한 비위행위를 인지하였고, 조사 결과 원고가 ① 연차휴가를 조작하여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742,160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 ② 2023.11.부터 2024. 3.까지 지각을 하거나 임의로 조퇴하였음에도 근태기록부에 사실과 달리 기재하여 급여를 부당 수령한 사실, ③ 피고 대표이사가 승인한 급여 월 500만 원보다 초과된 급여 월 555만 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 ④ 부하직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 등을 확인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기 전 원고에게 비위사실을 고지하고 자발적 퇴직을 권유하기로 하였고, 피고 대표이사 C는 당시 원고의 직속 상관으로서 원고와 원만한 관계에 있던 D 상무에게 이를 지시하였다.
원고에 대한 비위사실의 고지 및 원고의 사직서 제출 등
D은 2024. 4. 30. 원고를 만나 '회사에서 원고의 비위사실을 확인하였고,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만일 원고가 스스로 퇴직한다면 법적 조치를 진행하는 등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를 전달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D에게 퇴직의사를 밝혔다.2) 원고는 2024. 5. 1. 피고 회사에 방문하려 하였으나, 원고의 피고 회사 출입이 통제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원고는 2024. 5. 2. 피고에게 퇴직일자 2024. 4. 30., 퇴직사유를 '일신상의 사유'로 한 2024. 5. 1.자 사직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4. 4. 30.자로 원고를 퇴직 처리하였고, 퇴직금 등을 지급하였다.
관련 고소사건의 경과
원고는 2024. 6. 경기용인서부경찰서에 피고 대표이사 C와 D을 강요죄로 고소하였다(이하 '관련 고소사건'이라 한다).
경기용인서부경찰서 사법경찰관은 2024. 9. 29. 피고 대표이사 C, D에 대하여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C, D이 원고를 퇴사시키기 위하여 공모를 하였다거나, D이 2024. 4. 30. 원고 주거지 인근에서 원고에게 위해나 위력을 가할 듯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 또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진 퇴사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여 결정하였다고 진술하였다'는 것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10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는 D을 통하여 원고가 자의로 퇴직하지 않으면 원고에 대한 법적조치를 진행하겠다고 협박하여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하고,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를 결여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여전히 근로관계가 존속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4. 5. 3.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자의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52575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한편,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의 사직의사표시를 피고가 수락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하여 2024.4. 30.경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위 권고사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당시 피고의 전무로서 원고의 직속상관이던 D이 원고에게 사직을 권유할 때, '법적 이슈가 확인되었고, 이에 대한 법적 조사 및 조치를 취할 예정이나, 퇴사하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는 취지를 전하면서 아울러, '퇴사하지 않으면 병신되고 개꼴 당한다', '어떻게 개인이 회사 상대로 법적다툼을 하겠냐, 돈도 많이 들고 가족분들이 이 내용을 알게 될 경우 그 피해와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의 부적절한 언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취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사직을 권유한다는 것이고, 위와 같은 부적절한 언동은 원고와 원만한 관계에 있던 D이 스스로 퇴사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원고가 겪게 될 일이나 어려움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고는 D으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은 2024. 4. 30.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과정에서 권유의 정도를 넘어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퇴직의 의사를 표시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강압 또는 강요, 퇴직의 종용이 있었다고 볼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원고는 2024. 5. 2. 피고 회사를 방문하여 자유로운 의사로서 사직서와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사직서와 비밀유지서약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부당한 방법에 의한 강압이나 퇴직의 종용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관련 고소사건의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서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겁을 먹고 자진 퇴사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여 사직을 결정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원고로서는, 피고가 확인한 원고의 비위행위, 퇴직을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진행될 징계절차로 인한 불이익과 법적분쟁에 대한 부담감, 퇴직을 하였을 경우의 이해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록 원고 마음속으로는 피고의 퇴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할지라도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퇴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데에 원고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확인하였다고 주장하는 원고의 비위사실은 실제와달라 비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원고의 사직서 제출은 사실상 피고측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위사실이 실제와 다르다는 원고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는 찾기 어렵고, 원고는 지각이나 조퇴 기록을 수기로 정정한 사실 및 피고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초과된 급여를 수령한 사실에 관하여는 시인하고 있으며, 그 외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연차일자를 조작하면서 대체휴무로 사용한다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은 채 그에 대한 수당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가 주장하는 비위사실이 실제와 다르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퇴직을 강요하였다며 D의 확인서(갑 제18호증)를 근거로 들지만, 위 D의 확인서 기재에 의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부당한 방법에 의한 강압이나 퇴직의 종용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맹준영(재판장) 한지숙 윤상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