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4,082,594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6.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토목설계, 감리 등을 주된 목적으로 영위하는 회사인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6. 12. 14.부터 2023. 5. 31.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 C에 대하여 'C이 원고에게 퇴직금 24,082,594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약식기소되었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23고 약8069), 2023. 11. 23. C을 벌금 2,500,000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이 발령되었으며, 위 약식명령은 2024. 1. 3. 확정되었다. 이에 대하여 C이 2024. 4. 24. 정식재판회복청구를 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4초기603), 위 법원은 2024. 5. 17. 이를 기각하였고, C이 불복하여 항고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4로52), 위 법원은 2024. 6. 17. 위 항고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호증, 을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24,082,59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 체결 시 매월 지급하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고 퇴직 시에는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또한, 피고가 위와 같이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한 것은 퇴직금의 중간정산에 해당하여 퇴직금 지급으로서 유효하다
설령 원고와 피고의 위와 같은 합의가 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에 해당하여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이기 때문에 원고가 오히려 피고에게 이미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기지급 퇴직금 상당액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채권과 상계한다<1>.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 ·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①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원고를 포함한 피고의 직원들은 2019년도까지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퇴직금을 매월 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해달라고 요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2020년도부터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본 계약은 퇴직금을 포함한 총 급여를 12개월로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에 작성'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 스스로도 원고와의 근로계약 체결 시 매월 지급하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고 퇴직 시에는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그동안의 합의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약정, 이른바 퇴직금 분할 약정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의 합의에 따라 퇴직금이 이미 지급되었다는 취지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 ②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주택구입, 의료비 지출 등 퇴직금의 중간정산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사유로 피고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위 ③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4,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원고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만 갖추었을 뿐, 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가 상여(퇴직) 명목으로, 2017년 12월에 2,000,000원, 2018년 12월에 2,200,000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는 한다. 그런데 2018년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갑 제5호증의 1)에 원고가 지급받은 위 2,200,000원이 상여로 표시되어 있는바,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위 각 돈이 상여금이 아니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2019년도 급여부터 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였다고도 주장하고 있는데, 2017년도 월 급여가 2,000,000원, 2018년도 월 급여가 2,200,000원,2019년도 월 급여가 2,530,000원, 2020년도 월 급여가 2,800,000원인 점을 고려하면,2019년도부터 퇴직금이 월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만큼 급여의 유의미한 인상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연차 상승에 따른 일반적인 급여 인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급여명세서 등 급여 지급내역을 살펴보아도 원고에게 지급된월 급여와 퇴직금이 명확히 구별되어 있지 않아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지급되었다는 퇴직금의 구체적 정산 기준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24,082,594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3. 6.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위 돈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교식(재판장) 홍미옥 강신규
각주1) 피고는 원고와 피고의 합의가 무효일 경우, 피고가 이미 지급한 퇴직금 상당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주장을 기지급 퇴직금 상당액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퇴직금채권 간 상계항변을 한 것으로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