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및 관계
피고 D 주식회사(이하 '피고 D'이라 한다)는 망 H(H, 이하 '망인'이라 한다)가 근무하였던 법인이고, 피고 E는 피고 D의 대표이사이다.
피고 주식회사 F(이하 '피고 F'라고 한다)는 망인에게 피고 D의 일자리를 소개하여준 법인이고, 피고 G는 피고 F의 대표이사이다.
원고 A, B는 망인의 부모이고, 원고 C는 망인의 형이다.
망인의 근무 중 사고 발생 및 귀가 등
망인은 2023. 4. 26. 12:15경 피고 D 공장 작업장에서 자동차 금형 부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던 중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쓰러졌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약 10분 뒤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피고 F의 직원 I는 같은 날 13:20경 피고 D 공장 근처에서 망인을 차량에 태웠고, 같은 날 14:58경 망인을 안산시 단원구 J 건물 앞에 내려주었다.
망인은 위 건물 앞에 하차한 뒤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망인을 순찰 차량에 탑승시켜 집에 내려주었다.
망인의 사망
망인은 2023. 4. 26. 18:00경 안산시 소재 K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같은 날 20:09 인천 소재 L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2023. 4. 30. 04:24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7, 9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
피고들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제1항,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소방기본법 제19조 제1항에 따른 신고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았고, 망인에게 안전모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망인의 상속인이자 유족인 원고들에게,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 망인 및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에게 외상이 보이지 않았고, 망인 본인도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날 밤 집에서 화장실에 갔고, 그곳에 쓰러져 있다가 나중에 발견된 사실이 있는바, 당시 이미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다음 날 피고 D 공장에서 쓰러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들이 신고의무 등 작위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에게 가해행위를 한 사실 및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즉시 해당 작업을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데(제54조 제1항), 여기서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하고(제2조 제2호),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1호). 그런데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외력에 의하지 않고 업무와 무관하게 스스로 쓰러진 사고이므로 산업재해라 할 수 없고, 설령 산업재해라 보더라도 당시 망인이 사망하는 등 재해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망인 외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중대재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응급의료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등에 신고하여야 하고(제5조 제1항), 소방기본법에 의하면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제19조 제1항). 그런데 위 조항들은 응급환자나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에 대하여 신고 등을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법인인 피고 D, F에 위 조항에 따른 신고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사고 현장에는 피고 D 소속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설령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스스로 몸을 일으킨 약 10분 사이에 응급환자에 해당하여 구조·구급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피고 E, G가 당시 위 사고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위 피고들에게 신고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자동차 금형 부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들이 망인에게 안전모를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이 안산시 단원구 J 건물 앞 거리에서 비틀거린다는 신고를 받고서 출동한 경찰관은 망인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집에 내려주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망인은 피고들의 주장처럼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거부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23. 4. 25. 22:00경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서 같은 날 24:00경 발견되었고, 그다음 날인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별도의 외력이나 충격이 없이 갑자기 스스로 쓰러졌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전날 밤 이미 망인에게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민(재판장) 소민욱 김리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