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주식회사 C은 부산 해운대구 I 소재 의료용구 및 위생용품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사업주로서 경남 양산시 J에 양산지점을 두고 있고, 피고인 A는 위 양산지점의 지배인이자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며, 피고인 B은 위 양산지점의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불이행 또는 업무상과실
피고인 A
피고인은 2015. 12. 17. 08:20경 위 양산지점에서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K(63세)로 하여금 기계식 스팀 건조기(용량 250kg, 지름 1.41m, 깊이 1.84m)를 이용한 세탁물 건조작업을 하게 하였고, 한편 위 건조기는 틸팅기능(건조기에서 세탁물을 쉽게 빼내기 위해 건조기를 기울이는 기능)이 고장난 상태였으며 피해자는 작업 중 건조기 내에 세탁물이 끼자 세탁물을 빼기 위해 건조기 내로 몸을 넣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에게는 기계 또는 방호장치의 결함이 발견된 경우 반드시 정비한 후에 근로자가 사용하도록 하여야 하고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는 해당 기계 및 방호장치 등의 사용을 금지하여야 하고, 원심기 또는 분쇄기 등으로부터 내용물을 꺼내거나 원심기 또는 분쇄기 등의 정비·청소·검사·수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할 안전조치의무가 있으며, 동시에 같은 내용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건조기의 결함을 미리 점검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사용 중 결함이 발견되었음에도 이를 정비하거나 사용을 금지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가 건조기 내에서 세탁물을 꺼낼 때 건조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아니하는 등 건조기 작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B
위와 같이 피해자가 건조작업 중 건조기 내로 몸을 넣게 되었고 이러한 경우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에게는 건조기의 결함을 미리 점검하여 결함이 발견되면 사용을 금지하고, 건조기에서 세탁물을 꺼내기 전에 운전을 정지하는 등 건조기의 작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건조기의 결함을 미리 점검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사용 중 결함이 발견되었음에도 이를 정비하거나 사용을 금지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가 건조기 내에서 세탁물을 꺼낼 때 건조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아니하는 등 건조기 작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피해자 사망의 결과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업무상과실이 경합하고 피고인 A는 동시에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피해자가 작업 중 건조기 내에 낀 세탁물을 빼기 위해 운전이 정지되지 않은 건조기 내로 몸을 넣자 갑자기 건조기가 회전하며 건조기 내부의 회전 날개가 피해자의 머리와 가슴 등을 충격하였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경부손상(경추 골절, 경수 절단), 흉부 손상(폐 파열, 다발성 늑골 골절) 등으로 사망하였다.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은 피고인의 종업원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판단
L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 M, N, O의 각 수사기관 진술, 중대재해 발생보고, 중대재해조사 의견서, 중대재해 조사복명서, 시체검안서, 현장감식결과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2015. 12. 17. 08:09경 본건 사고 건조기(3호기)에 새로 건조시킬 이불을 투입하던 중 건조기의 회전이 멈춘 사실, 피해자는 건조기에 투입하던 이불을 일부 수거하고 건조기 내부로 들어갔다가 건조기가 회전하는 바람에 내부의 회전날개 등에 머리와 몸통 등을 충격당한 후 건조기 밖으로 나와 바닥에 쓰러졌고, 같은 날 08:55경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건조기의 결함에 따른 안전조치의무위반 내지 업무상 과실 여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본건 사고발생 전날인 2015. 12. 16. 18:30경 피해자가 퇴근한 후 피고인 회사의 생산부장 L이 건조작업 물량이 남아 있어 본건 건조기(3호기)를 이용하여 30분 정도 작업을 더 하였는데 당시 본건 건조기는 틸팅기능을 비롯하여 별다른 문제없이 정상 작동한 사실, 다음날인 2015. 12. 17. 아침 피해자가 본건 건조기를 사용하여 건조작업을 하다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당일 오후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 시 본건 건조기의 틸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가 본건 건조기를 사용하기 전에 이 마지막으로 본건 건조기를 사용할 때에는 건조기가 별다른 문제없이 정상 작동하였다가 사고 후 점검에서 틸팅기능 이상이 관찰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건조기에 내용물이 끼어 내부 원통이 회전하지 않자 차단 스위치 등으로 건조기를 종국적으로 정지시키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가고, 그때의 충격에 의한 일시 오작동으로 당일 오후 조사에서 틸팅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작업할 당시부터 본건 건조기에 위와 같은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본건 건조기에 결함이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들이 이를 정비하고, 그 전까지 사용을 금지하도록 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본건 건조기의 결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사전점검 여부도 본건 사고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원심기 등 미정지 관련 안전조치의무위반 내지 업무상 과실 여부
원심기 규정 적용 여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 본문은 "사업주는 원심기 또는 분쇄기등으로부터 내용물을 꺼내・・・는 경우에 그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은 본건 건조기가 원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위험기계·기구 방호조치 기준」(고용노동부 고시 제2015-25호) 제8조는 원심기에 관하여 '원심력을 이용하여 액체 속의 고체 입자를 분리 하거나 비중이 서로 다른 혼합액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 동력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로 규정하고 있는바, 본건 건조기는 세탁물에 열이 고루 가해지도록 하기 위해 약 2초에 1회 정도의 속도로 원통이 회전하는 것으로서 원심력을 이용하는 기계로는 보기 어렵다.
다만 위 규정이 원심기와 전혀 다른 분쇄기를 함께 명시하면서 '원심기 및 분쇄기 등 '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원심기와 분쇄기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이 일정한 공간에 물건을 넣어 공정을 거친 후 내용물을 꺼내거나 배출하는 형태의 기계에서 내용물을 꺼내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이고, 이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안전조치의무위반 내지 업무상 과실 여부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 규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 등을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참조).
L은 경찰에서 '1987년부터 본건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는데 건조기에 의한 이와 같은 사고는 처음이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건조기의 내부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사전에 정지 스위치를 적절히 조작하는 등으로 내부 원통의 회전을 정지시킨 후 들어갈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건조기를 정지시키지 않은 채 내용물을 꺼내는 것을 지시하였거나 알고서도 방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본건 사고는 그와 같은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위반 내지 업무상 과실에 의해 발생하였다기 보다는, 피해자가 세탁물이 걸려 잠시 건조기의 회전이 멈춘 것을 기계가 정지한 것으로 잘못 생각한 나머지 건조기를 종국적으로 정지시키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간 잘못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1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수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