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사건정보
울산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고정626
판결선고
2018. 12. 20.
범죄사실
피고인은 울산 북구 D 소재 (주)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대표자로 상시근로자 40명을 고용하여 경북 울진군 F 소재 G 주설비공사 중 옥외매설물 설치공사를 시공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7. 10. 17. 위 사업장에서 퇴직한 H의 연차수당 2,735,720원을 비롯하여 별지 기재 퇴직근로자 18명(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의 연차수당 합계 39,285,52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I, J, K, L,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
사업자등록증, 근로계약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벌금형 선택)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적법한 것으로 알고 해당 연차수당을 미지급한 점 등 참작]
피고인의 주장과 판단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이고, 연차수당은 이미 지급된 급여에 모두 포함되어서, 그에 대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한다.
법리
포괄임금제 일반론-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15조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면서(근로기준법의 강행성)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근로기준법의 보충성),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포괄임금제 구체론 -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법원은 위 일반론에 따라 포괄임금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다음의 3가지 유형, 즉 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 외 근로, ②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 내 근로, ③ 감시·단속적 근로에 한정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1> 그 중 일반론에서 이미 거론하고 있는 감시·단속적 근로(③)<2>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 외 근로(①<3>는 이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보여 아래에서 추가로 검토하지 아니한다.
대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 내 근로의 예로 포괄임금제의 대상이 된다고 본 근로자의 유형은 매일의 기상조건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염전회사 직원(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5939 판결), 극심한 더위와 빈번한 모래바람현상 등으로 인하여 매일 똑같은 시간을 근무하기가 어려운 해외건설공사현장의 근로자(대법원 1991. 4. 23. 선고 89다카32118 판결) 등이다. 다만 대법원은 염전회사 직원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월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해외건설공사현장의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시간외근로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한편 대법원은 앞서 본 일반론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골프장 내 식당(클럽하우스 또는 그늘집)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포괄임금제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포괄임금약정은 무효라고 본 원심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연차수당)이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경우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근무하였을 때 지급하는 수당, 이 사건에서는 검사와 변호인 모두 "연차수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이 보다 정확한 용어로 보임)도 그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4>.
이에 관하여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실근로시간과 무관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가 어렵거나 곤란한 경우와 관련된 것이 아닌 점, 이를 포괄임금약정에 포함시킬 경우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된 사업장에서 실제 연차휴가를 사용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 급여의 차이가 없게 되므로 불공평한 점,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된다고 볼 경우 이미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받았으므로 사실상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근거로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었어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이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5>가 유력하다.
한편 행정해석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근로한 대가로 지급되는 연차휴가미사용수당(행정해석에서는 '연차유급휴가근로수당'이라 표현함)은 그 성격상 미리 임금에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본다.<6>
판단
인정되는 사실 공판에서의 변론과 증거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근로자들은 2개월에 한번씩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근로계약서에는 시간급에 따라 포괄역산 산정내역을 통하여 각종 수당을 포함한 포괄일당을 기준으로 임금을 정하도록 하였다. 그 중 "연차"라고 기재한 부분은 전체 임금의 2.2% 내지 2.8%를 구성하는데, 이에 관하여 근로계약서에는 부동문자(不動文字)로 '연차휴가는 전월(1~말일)에 만근한 경우 익월에 1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고, 미사용시에는 익월 급여지급시에 연차수당으로 포괄역산 지급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시간급에 따라 계산하여 포괄일당에 일한 날수를 곱하여 산정하였다. 예컨대 근로자 I은 2016. 8. 계약까지 포괄일당을 140,000원, 2016. 10. 계약부터 포괄일당을 145,000원으로 산정하였고, 근로자 J은 2016. 8. 계약까지 포괄일당을 150,000원, 2016. 10. 계약부터 포괄일당을 155,000원으로 산정하였으며, 근로자 P은 2016. 8. 계약까지 포괄일당을 110,000원, 2016. 10. 계약부터 포괄일당을 115,000원으로 산정하였다. 위와 같이 포괄일당을 산정함에 있어 '연차'는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장으로 출근하여 근무하였다. 사업장은 범죄사실 기재 G 주설비공사 중 옥외매설물 설치공사 현장이었는데, 연차휴가는 따로 부과된 적이 없었다[수사기록 24쪽(J), 30쪽(K)]. 사업장이 옥외매설물 설치공사였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대체로 공사를 하지 아니하였으나, 모든 공사가 외부공사였던 것은 아니어서, 비가 오는 경우에도 내부공사를 하기도 하였으며, 비가 곧 그친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잠시 대기하였다가 일을 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인지 여부
검사는 이 사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현장의 근로자들이 아니어서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앞서 살핀 법리에 따르면, 대법원이 극심한 더위와 빈번한 모래바람현상 등이 있는 해외건설공사현장에 관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본 사례가 있기는 하나,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장이 기후나 기상 때문에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장을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으로 볼 경우, 비가 와서 작업을 못하는 건설 관련 업체는 모두 포괄임금제가 적용될 수 있는 사업장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데, 이러한 결론은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장을 지나치게 확장시킬 우려가 높다.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포괄임금약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피고인은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이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장한다.
앞서 살핀 법리에 따르면,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었어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이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체결한 계약서는 포괄일당을 얼마로 정하는지에 초점이 있었는데, 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연차휴가를 미사용할 경우에 포괄역산 방식으로 지급한다는 기재가 있고, 포괄일당에는 '연차'라는 항목으로 2.2% 내지 2.8%의 급여를 포함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에서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연차휴가를 보장하지 아니하였음을 모두 고려하면,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었어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이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앞선 법리와 같이 연차휴가를 형식화하지 않는 해석으로 보인다.
결론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송영승
별지
각주1) M,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규제와 포괄임금제(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대법원판례해설(83호, 2010), 법 원도서관, 815~820쪽; N,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사정이 없는 경우 포괄임금계약의 효력(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을 중심으로), 한국법학회 법학연구(43집, 2011년), 379쪽(수사 419쪽)도 유사한 취지의 논문임
각주2) 대법원이 감시적 근로의 예로 포괄임금제의 대상이 된다고 본 근로자의 유형은 아파트의 경비원(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6958 판결, 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33398 판결), 청원경찰(대법원 1997. 4. 25. 선고 95다4056 판결), 주된 업무가 경비원들에 대한 감시·감독인 경비계장(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46462 판결), 한국도로공사 보안원(대법원 1996. 11. 22. 선고 95다36695 판결), 회사의 야간경비원(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다2881 판결,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66523 판결), 대학교 수위(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38995 판결) 등이다. 대법원이 감시적 근로의 예로 보아 포괄임금 제의 대상이 된다고 본 근로자의 유형은 아파트 보일러공(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050 판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보일러 운전기사(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0다65383, 65390 판결), 지하철공사의 기능직(신호보안직, 대법원 1998. 2. 27. 선고 96다4534 판결) 등이다.
각주3) 대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 외 근로의 예로 포괄임금제의 대상이 된다고 본 근로자의 유형은 사업장 밖에서 장 거리 운행을 하는 트렉터 트레일러(추레라) 운전원(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120 판결), 운행코스, 교통상황 및 운전사들의 근무태도 등에 따라 그 소속 운전사들의 근무시간이 각기 일정하지 아니하여 근로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시외버스 운전사(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다카6934 판결) 등이 있다.
각주4) 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이 있기는 하나, 이는 연가휴가 미사용수당을 쟁점으로 다룬 판결이 아님. 연차휴가 수당이란 유급의 연차휴가를 사용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기간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을 말하며, 이 사건의 연차휴가 미사용수 당(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근무하였을 때 지급하는 수당)과는 그 개념이 다름.
각주5) O, 포괄임금 약정의 효력과 문제점(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을 중심으로), 저스티스(2014. 4.), 353쪽.
각주6) 2000. 6. 16. 근거68207-1844; 1997. 9. 4. 근거68207-1182.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