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10. 25. 선고 2019가단12438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최저임금법 적용사업장이고, 원고들은 아래와 같은 기간<1>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나.

원고들은 격일제(2인 1차제)로 근무하면서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 운송수입금에서 일정 금액(이하 ‘사납금’이라고 한다)을 피고에게 납부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은 원고들이 소유하면서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국회는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여 택시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조항(제6조 제5항, 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을 신설하였고, 피고의 주소지인 양산시에서는 2010.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라.

피고의 2007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1일 10시간이고, 2010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이다. 피고 소속 격일제 근로자의 월 소정근로일수는 13일이다.

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2010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4,110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는 2007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1일 소정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제50조의 기준근로시간인 1일 8시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2007년도 임금협정이 “당연히 임금 산 정도 10시간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구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2021. 1. 5. 법률 제178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에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날에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는데 2007년도 임금협정은 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으로서 격일제 근로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2007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1일 소정근로시간을 10시간으로 인정한다.]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는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종전과 변함이 없음에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을 대비하여 2010년도 임금협정에서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는바 이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이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은 기존의 유효한 2007년도 임금협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1일 10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일 1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산정한 최저임금 및 퇴직금 중 미지급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과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H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소정근로시간은 노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므로,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유 등으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3746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2,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I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0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의 단축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시간과 장소, 운행여부 등을 결정하는 형태로 근무를 하고,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만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위와 같은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과 피고가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

다만, 위 관련 법리에 의하면 피고와 같은 택시회사가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소정근로시간만을 형식적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것인바,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에 따라 소정 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라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들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며, 단지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 그 자체만으로는 위와 같은 특수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피고는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 9.경 양산 지역의 다른 택시 회사들과 협의하여 기존에 각 회사별로 운영하던 택시 콜센터를 통합한 콜택시(J) 서비스를 출범하였고, 이로써 택시운전근로자들은 동일한 시간을 근무하더라도 종전보다 많은 운임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와 같은 사정 변경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전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피고의 2010년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된 것은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사납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를 희망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노사간 합의의 경위는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잠탈을 의도하였다는 원고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다.

3)

나아가 2010년도 임금협정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위와 같은 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축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산정할 경우 그 특정 연도의 시간당 최저임금에 미달하지만, 단축된 소정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임금을 산정하면 그 특정 연도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상회하게 되어 최저임금법 위반을 면하는 효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2010년도 임금협정의 임금조견표에 따르면 월 소정근무일 13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의 비교대상 임금은 591,000원인데, 이를 2007년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인 1일 10시간(= 월 130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환산한 시간당 임금 4,546원(원 미만 버림)도 이미 2010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인 4,110원을 초과하므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미경

각주1) 원고는 2022. 3. 15.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별지 4로 원고들의 근무기간을 아래 표와 같이 특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명시적으로 다투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