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피해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고용주라고 진술해 왔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진술을 번복한 경위도 믿기 어려우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근로자들의 채용, 지휘, 감독에 관한 포괄적인 위탁 내지 위임을 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처가 제출한 녹취록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또한 피고인으로부터 일당을 받기로 하고 일을 하였고 피고인이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성립한다.
설령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실질적 고용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도급사업주로서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중구 B에서 'C'라는 상호로 천막제작 및 설치업을 경영하는 개인사업주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 책임자인바, 피고인은 울산 북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 울산센터로부터 공사금액 1,700만 원의 천막 철거 및 교체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발주받아 2018. 1. 24.부터 2018. 1. 31.까지를 공사기간으로 하여 시공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1. 30. 12:53경 주식회사 E 울산센터에서 피해자 F(49세)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 4명으로 하여금 높이 8.3m 상당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노후된 천막을 철거하는 작업을 지시하였다.
사업주는 위와 같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높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여야 하고,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방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안전조치 의무 및 같은 내용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근로자들에게 안전모, 안전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발판, 안전방망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업무상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주식회사 E 울산센터 G 창고 지붕에서 천막제거 작업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하여 두부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근로자가 아니라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은 독립적인 사업주라고 보아 피해자가 피고인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지 않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사의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H'라는 상호로 천막 제작 및 설치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사업주로서 이 사건 직전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피고인으로부터 총 12건의 천막설치공사 등을 수주한 다음 사업자 대 사업자의 지위에서 피고인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바 있다.
이 사건 공사를 위한 천막 재료를 피해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직접 구매하여 자신의 작업장에서 직접 천막을 제작하였으며 이 사건 공사현장 근로자들도 모두 피해자가 직접 일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고용하였다.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한 사람은 피해자 자신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피고인의 검찰 진술 이외에 없다.
이 사건 사고 직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붓아들인 에게 '피해자의 일을 끝내야 하니까 아들인 네가 도와 달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1,2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직불하기로 하거나 이미 직불한 재료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635만 원을 실제로 I에게 지급하였다.
근로복지공단울산지사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과거부터 동업으로 일한 사업주였다는 점, 피고인과 관계에서 정해진 일당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공사완료 후 정산하여 수익을 배분한 점, 피고인으로부터 특정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대가는 세금계산서합계표 등을 볼 때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인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피해자의 유족이 청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근로자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원심 법정에서 이를 번복하였는데,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이 진술한 경위에 관하여, 오랜 지인인 피해자의 유족으로 하여금 산재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유족급여청구를 위해 '자신이 피해자를 이 사건 공사에 투입한 고용주이고 피해자가 공사현장에서 추락 사망하였다'는 내용의 사고경위서를 작성해 주고 근로복지공단에 자신이 고용주라고 진술한 점, 피해자의 49재에 참석하여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 전혀 모르던 피해자의 처에게 자신이 경찰에서 피해자를 일용직으로 고용했다고 진술하였다고 말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은 수긍할 수 있다.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내세운 위와 같은 이유들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여기에 당심이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이유, 즉 검사가 당심에서 새로이 제출한 증거인 피해자의 처 Q과 피해자로부터 일당을 받기로 하고 이 사건 공사를 맡은 근로자 중 하나인 K 사이의 전화통화에 관한 녹취록을 살피더라도 피고인이 일상적인 안전 지시 외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더하여 볼 때, 원심이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그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용법조에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제1항 제2호"를, 공소사실에 아래 1)항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각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추가되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중구 B에서 'C'라는 상호로 천막제작 및 설치업을 경영하는 개인사업주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책임자인바, 피고인은 울산 북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 울산센터로부터 공사금액 1,700만 원의 천막 철거 및 교체공사를 발주받아 2018. 1. 24.부터 2018. 1. 31.까지를 공사기간으로 하여 시공하게 되었고, 피해자 F은 피고인으로부터 위 천막 철거 및 교체공사를 1,200만 원에 일괄 하도급받은 'H'를 실제 운영하는 사람이다.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주는 그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그에 따른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급사업주인 피고인은, 수급인인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가 고용한 근로자 J, K, T이 2019. 1. 30. 12:53경주식회사 E 울산센터 내 높이 8.3미터 상당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노후된 천막을 철거하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에게 안전모 및 안전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추락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폭 30cm 이상의 발판 및 안전방망 설치 등 위험예방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에 있어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거나 이 사건 공사가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하고(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본문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사업주가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것'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는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본문을 그 전제로 하는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법 문언에 비추어 이 사건과 같이 이 사건 공사 전부를 피해자 F에게 하도급한 경우,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검사는 이 사건 공사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1]의 금속구조물공사업에 해당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 제2호의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공사는 창고 지붕의 노후화된 천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천막을 씌우는 공사에 불과하여 금속구조물공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 다른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따라서 위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환(재판장) 조현선 노민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