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화물 운송 및 포장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4. 2. 8. 피고에 입사하여 1년 단위의 시급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울산 울주군 C에 있는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에서 피고의 지게차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피고는 2020. 2. 27. 원고에 대하여 지게차 운전 업무에서 화물 포장 업무로 보직을 변경하는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2020. 4. 14.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무노동, 위계질서 훼손, 업무시간 불필요 행동(독서 등)’을 사유로 이 사건 제1 정직처분를 결의하고, 2020. 4. 16. 원고에게 위 결의 내용을 통보하였다.
또한 피고는 2020. 7. 21.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근로제공 거부, 지시불이행’을 사유로 피고의 취업규칙 제58조 제1항, 제3항, 제4항, 제59조 제3항에 기하여 이 사건 제2 정직처분을 결의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위 결의 내용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2020. 7. 23. 위 정직처분에 불복하여 피고 징계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0. 7. 30.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위 정직처분을 유지하는 결의를 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4, 7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정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징계사유의 부존재
피고는, 원고가 근로제공을 거부하거나 피고의 지시를 불이행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은 징계 사유가 없음에도 한 징계처분으로서 무효이다.
)
나 징계절차 위반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은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임금 청구
위와 같이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각 정직기간 동안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인 13,616,31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정직처분 무효 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을 제5, 12, 13, 18,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2020. 3. 17. 원고가 2020. 2. 27.부터 업무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원고에게 근로할 것과 업무일지를 작성하여 결재를 받을 것을 지시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그 지시서를 수령하여 서명하였는데도 업무일지를 작성하지 않는 등 지시에 불응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공장에서 휴대전화 조작 또는 독서만을 하면서 피고에게 일체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관하여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이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지게차 운전 기사로 피고에 입사하여 7년간 근무하였는데도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피고로부터 이 사건 인사명령을 받았고,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라 원고가 수행하게 된 화물 포장 업무는 원고의 건강상태에 비추어 과중하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ㆍ내용ㆍ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ㆍ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단,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① 피고는 원고와 체결한 시급제 근로계약 제2조에서 원고의 근로 장소를 ‘피고의 사업장 및 업무상 필요에 따라 피고가 별도로 정하는 장소’로, 업무 내용을 ‘자동차 부품 포장과 관련된 제반 업무 역할과 그와 관련된 제반 업무’로 각 정하였고, 피고는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원고의 근로 장소와 업무 내용을 변경할 수 있으며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한 점, ② 원고는 지게차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2018. 1. 31. 운반하던 화물을 파손하였고, 2019. 5. 14. 다른 지게차와 접촉 사고를 내었으므로, 피고에게는 원고를 지게차 운전 업무에서 배제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후에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수령하였고 화물 포장 업무는 기존 업무에 비하여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함에 있어 사전에 원고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규정이 없고 그러한 관행이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피고의 인사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인사명령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가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징계절차 준수 여부
취업규칙 등의 징계에 관한 규정에 피징계자의 출석 및 진술의 기회부여 등에 관한 절차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절차는 징계처분의 유효요건이라 할 것이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피징계자에게 징계혐의사실에 관하여 자신에게 이익되는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데 있고 소명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다24763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취업규칙이 제61조 제3항에서 ‘징계대상자가 서면진술을 하였을 때는 서면진술서를 징구하여 기록에 첨부하고 서면심사만으로 징계의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에서 ‘징계위원회는 의결 전에 해당사원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을 제6,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제1 정직처분에 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서면진술서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 그 위원회에서 간사가 위 서면진술서를 낭독하고 서면심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정직처분을 결의한 사실, 피고가 이 사건 제2 정직처분에 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2020. 7. 10. 원고에게 징계사유와 함께 ‘징계위원회에서 귀하의 진술을 청취하고자 하오니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기 출석 요청에 불응 시 귀하가 징계위원회의 결정사항에 이의 없는 것으로 간주됨을 알려 드립니다’는 내용이 담긴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원고가 같은 날 이를 수령한 사실, 위 징계위원회에 피고가 출석하여 ‘일방적인 인사명령이 부당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에 관한 징계혐의사실에 관하여 충분한 소명을 하였거나 적어도 소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제1, 2 정직처분이 정당한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지혜(재판장) 임미경 신동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