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사건정보
울산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고단2746
판결선고
2021. 8. 19.
범죄사실
피고인은 농업회사법인 B 주식회사로부터 울산 울주군 C에 있는 ‘D’ 공장 엔드밀 장비 해체 및 이전 설치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금액 4,200,000원에 도급받아 시행한 사업주이다.
사업주는 제품, 자재, 부재 등이 넘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지탱하게 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여야 하고,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추락, 낙하, 전도, 협착, 붕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7. 30. 15:00경 위 D 공장에서, 일용직 근로자인 피해자 E(남, 69세)으로 하여금 집진기에 부착된 사다리를 타고 바닥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집진기 위에 올라가 집진기와 크레인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면서 집진기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중량물의 전도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지도 아니한 과실로, 집진기가 넘어지면서 피해자를 바닥에 추락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16:39경 양산시 F에 있는 G병원에서 피해자를 오른쪽 치골 골절에 의한 과다출혈 및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H, I의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H, J, I, K, L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전화등사실확인내용,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결과보고, 통화 상세내역, 녹취자료분석보고
앤드밀 장비 해제 이송 설치 계약서, 계좌거래내역, 문자메세지 출력본, 카카오톡 사진
재해조사 복명서, 사체검안서, 현장 사진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어 2020. 1. 16.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6조의2, 제23조 제2항(안전조치 불이행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형의 선택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쟁점에 관한 판단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사업주로서 근로자를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의무 및 같은 내용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여 수행한 주체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과거 산업기계 제조 등을 하는 업체를 운영한 경력이 있고, 기계장비 이설공사를 하는 사용자로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범죄사실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등, 기계 관련 사업을 한 경력이 있는 사실, 이 사건 공사를 발주한 농업회사법인 B 주식회사(이하 ‘B’이라고만 한다)를 대리한 H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를 의뢰하였고, 피고인이 공사 견적을 내고 공사 수행이 가능함을 통보한 사실,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공사계약서가 B과 주식회사 M(이하 ‘M’라고만 한다) 사이에 작성되었으나, 주식회사 M는 사업자등록을 유지하지 못한 피고인이 세금계산서 처리를 위해 명의를 빌린 업체에 불과한 사실, 피고인은 M를 거쳐 B이 지급한 선수금을 지급받았고, 피해자에게 일당 지급을 약속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여 수행한 주체가 피고인임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B과 M 사이에 체결된 공사계약은 파기되었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는 사업자등록을 가진 피해자가 사업주로서 새로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한다.
증거에 의하여, 2019. 7. 2. B과 M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되고 2019. 7. 4. B이 선수금 126만 원을 지급한 후 2019. 7. 5. 피고인 및 피해자 등이 현장을 방문하였으나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사실, 2019. 7. 9.경 B 측에서 피고인에게 전화로 선수금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인 측은 이미 인건비를 투입하였으므로 계약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이의하였고, 이후 선수금이 반환되지 않은 사실, 이후 B이나 피고인 또는 M가 계약 해지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그런 취지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한 바 없는 상황에서 2019. 7. 26.경 B 측에서 피고인에게 다시 공사 수행을 요청하였고, 특별한 이의나 계약 조건 변경 없이 2019. 7. 30. 피고인과 피해자가 공사를 진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피해자가 보유한 사업자 명의로 새로 이 사건 공사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계약을 인수한다는 점 및 기존에 지급된 선수금의 인수 문제 등에 관하여 발주자인 B 측(J, H)과 전혀 협의된 바 없는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점까지 계약 관계에서 이탈하지 않고 이 사건 공사에 관여하였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에도 피해자와 함께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시까지 발주자 측이 피해자와 직접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연락을 한 바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이 사건 공사의 수급 주체가 피고인(명의상 M)에서 피해자로 변경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단순히 사용자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고용관계 유무는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근로계약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나,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이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어 특정한 일을 계속하여 경영하는 것에 한정되는지 여부
피고인은, 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였을 뿐 사업자등록을 갖추거나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어 관련 공사업을 계속하여 경영한 것이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을 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근로자를 사용하여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를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이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어 특정한 일을 계속하여 경영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볼 이유가 없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사업을 하는 경우에만 ‘사업주’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사업’의 범위를 위와 같이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고, 안전조치 의무 조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상시로 고용하는 사업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와 같이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사업을 하려는 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각종 안전보건조치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물적 역량을 갖추어야 할 의무를 부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공사 업계의 현실에서는 근로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적정한 인적·물적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적법한 사업자등록과 면허조차 갖추지 못한 사업주체가 경험과 인맥 등에만 의존하여 공사를 수급하고,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공사에 근로자를 투입하여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공사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취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똑같이 근로자를 위험한 업무에 투입하고 그를 통하여 이윤을 취득함에도 불구하고, 인적·물적 역량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그런 역량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주는 모든 안전조치 의무를 면한다는 해석은 본말이 전도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주장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정한 ‘사업주’에 관한 헌법재판소 2012. 3. 29.자 2010헌바432 결정과 직업안정법이 정한 ‘직업소개사업’에 관한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1도5025 판결의 판시를 인용하고 있으나, 다수의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의무를 규정한 장애인고용법에 관한 위 판시와 계속적인 직업소개행위를 규율함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안정법에 관한 위 판시를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의 해석에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실질적인 고용관계 인정 여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여 수행한 주체인 사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당 지급을 약속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게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 스스로 사업자등록을 가진 사업자였고, 공사 수행에 필요한 장비를 피해자가 소유하고 지참하였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사업주로서 스스로 충분한 인적·물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였고 사업주로서의 안전관리감독 의무를 방기하였다는 사정에 불과할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소결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고, 근로자를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법령상 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현장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와 같이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사업을 하려는 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각종 안전보건조치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물적 역량을 갖추어야 할 의무를 부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스스로 현장을 통제하고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발주자나 원청의 관리감독자를 통해서라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안전조치를 취할 역량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위험성이 있는 사업을 수행하여서는 안되고,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자를 작업 현장에 투입하여서는 안된다.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여 피해자를 작업에 투입하였다는 사정은, 규범적으로 피고인을 면책시킬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근로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아무런 인적·물적 역량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만연히 인맥과 경험에 의존하여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한 후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는 작업에 피해자를 투입하였고, 안전 확보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더구나 피고인은 단순히 법률적 책임 유무를 주장을 함에 그치지 않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바도 없다.
한편, 발주자도 피고인의 공사수행 및 안전확보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인맥에 의존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를 맡겼고, 피해자도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한 사업주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적·물량을 전혀 갖추지 못하였음을 충분히 알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믿고 일당 취득을 위해 공사에 참여하였다. 통상적인 고용관계에 비하여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종속성이 훨씬 약한 경우에 해당한다. 규범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나, 후진적인 공사 업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사고 발생에 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가혹하다. 또한 피고인에게 다수의 전과가 있으나, 동종의 전과는 없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정상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선고형을 정한다.
판사 김용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