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3. 1. 원고에 대하여 한 전적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상시 근로자 94명을 고용하여 금융, 소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C조합(이하 ‘D조합’을 ‘D조합’이라 한다)이다.
원고는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1995. 12. 11. 피고에 입사하였고, 2005. 4. 1.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E조합으로 전적하였다가 2016. 3. 1.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다시 피고로 전적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0. 3. 1. F조합으로 전적 발령(이하 ‘이 사건 전적’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고의 취업규칙 중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과 울산광역시 C조합 인사업무협의회에서 정한 ‘인사교류 기본 원칙(이하 ’이 사건 인사교류 원칙‘이라 한다)’은 조합 간의 인사교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 중 전적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전적은 원고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이루어졌고, 원고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야기하는 위법한 처분이므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한다.
판단
이 사건 전적의 유효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종래에 종사하던 기업과 사이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동일 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고, 나아가 기업그룹 등과 같이 그 구성이나 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사회적 또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일단의 법인체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 그 법인체들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법인체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와 같은 관행이 그 법인체들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그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참조).
다만 근로자의 동의를 전적의 요건으로 하는 이유는, 근로관계에 있어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을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인바,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기업들이 기업그룹을 형성하여 자본·임원의 구성·근로조건 및 영업 등에 관하여 일체성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그 그룹 내부에서 계열기업 간의 인사교류가 동일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보나 전근 등과 다름없이 일상적·관행적으로 빈번하게 행하여져 온 경우, 그 그룹 내의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전적시키는 것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사용자의 법인격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동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부의 이와 같은 전적에 관하여 미리 근로자의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두면, 그때마다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7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근로시간·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근로자의 특정기업에의 종속성을 배려하여 근로자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의 전적에 관하여 근로자의 포괄적인 사전동의를 받는 경우에는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복수기업이라도 좋다)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전적의 유효요건
피고와 인사교류를 하는 15개 C조합 모두 울산광역시 관내의 C조합으로서 I단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들 사이의 전적은 기업그룹 내부의 계열기업 간 전적에 준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전적에는 앞서 본 전적의 법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전적이 적법하다고 보기 위해서는 원고가 이 사건 전적에 대하여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하였거나 C조합 사이에 직원의 동의 없는 인사교류의 관행이 존재하여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전적에 대하여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
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본인은 2020년도 울산광역시 회원 D조합간 인사교류(승진/이동) 실시와 관련하여 울산광역시 인사업무협의회의 결정에 성실히 따르겠으며, 향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에 본 서약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에 서명 · 날인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갑 제3,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J, K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한 행위를 이 사건 전적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 동의라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일반적으로 C조합은 연 초에 인사교류의 대상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서약서와 같은 양식을 일률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데, 이 사건 서약서 역시 피고가 5급 이상의 승진 대상 직원들과 4급 이상의 책임자 등 원고를 포함한 39명의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그 초안을 송부하여 작성 및 제출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 서약서는 작성일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적인 정보를 기재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부동문자로 인쇄된 양식을 이용하여 획일적으로 작성되었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6조에는 인사교류로 인하여 근로조건에 차등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사전 동의 시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 사건 서약서에는 전적 후의 업무, 임금 등 기본적이고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도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원고는 이 사건 전적으로 인하여 시내 D조합(B, E, L, M, N 등 5개 D조합)에서 시외 D조합(O, F 등)으로 전적이 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주거지와 근무지 간의 이동거리가 멀어지고, 임금이 감소[전적 이전(2019. 3. 1.부터 2020. 2. 29.까지)의 임금 합계는 141,823,151원이었으나, 전적 이후(2020. 3. 1.부터 2021. 2. 28.까지)의 임금 합계는 100,764,545원이 되었으며, 통상임금으로 비교해보아도 약 15%의 급여 차이가 발생한다]하였으며, M급으로의 승진 기회가 박탈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증인 J, K 역시 위와 같은 불이익 때문에 직원이 승진하는 경우 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내 D조합에서 시외 D조합으로 전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으며,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전적이 사실상 ’좌천성 인사‘라고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고 증언하였다. 이와 같이 시내 D조합에서 시외 D조합으로의 전적이 직원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인사교류에 대하여 진정한 의사에 기한 동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사전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전적할 대상이 되는 시외 D조합들을 특정하였다거나, 전적 이후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임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전적에 대하여 진정한 의사에 기한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더욱이 원고는 피고로 전적된 이후 근속연수가 5년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 인사교류 원칙에 비추어 본인이 인사교류의 대상자 중에서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의 동의 없는 인사교류 관행이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었는지 여부
피고는 최근 5년 간 시내 D조합에서 시외 D조합으로 전적된 사례는 총 21건이고, 같은 기간 동안 근속연수 5년 미만자가 소속 D조합을 변경하여 인사교류를 한 사례가 총 47건인바, 이러한 전적이 사실상의 제도 또는 관례로 확립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동의가 없어도 그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시내 D조합에서 시외 D조합으로 인사교류가 이루어진 사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승진을 하거나 본인이 희망하는 등 전적에 특별한 사유가 있는 사례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증거만으로는 직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도 시외 D조합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다거나 그러한 일방적인 전적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었다거나 직원들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전적에는 그 유효조건인 원고의 포괄적 사전 동의나 위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는 관행이 존재하지도 않아 위법하고, 피고가 이 사건 전적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전적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조한기 박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