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8. 18.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7. 2. 10.부터 ‘C’라는 상호로 종이류 유통과 판매업을 영위하던 중 2020. 7. 30. 골판지박스 제조업을 영위하는 D 주식회사(당시 대표자 사내이사 E, 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와 합병계약을 체결하였고, 2020. 8. 6.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 사내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2021. 11. 6. 16:00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같은 날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에 해당하고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적인 내재 요인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발병 또는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10, 23, 25, 49, 50, 53호증, 을 제1, 2, 8, 12,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로 등재되었으나 실질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였고,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만성적인 과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8, 12 내지 14, 17, 20, 37 내지 39, 47, 52, 57, 58호증, 을 제3 내지 7, 9 내지 11,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C라는 개인사업체를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2020. 7. 31.
폐업하였고, 이 사건 사업장은 C의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자산과 인적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C를 합병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이후인 2022. 1. 6. 사내이사에서 해임되었고 F이 새로운 대표자로 취임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은 2019. 12. 9. 설립된 회사로 부산 강서구 G에 위치하고 있는데, 위 곳은 1999. 8. 5. 설립된 H 주식회사(이하 ‘I’라 한다)가 부산 강서구 J으로 이전하기 이전 사용하던 I 소유 부지와 건물로, 외벽에 I의 간판이 여전히 걸려 있는 상태이다.
I(대표이사 K)는 원지로 골판지박스를 만드는 회사로 상시 근로자 60명, 연매출 550억 원 규모이고, 이 사건 사업장은 골판지박스를 구성하는 속지와 외부지를 주문제작하는 회사로 상시 근로자 14명, 연매출 25억 원 규모이다. 이 사건 사업장의 지분은 K의 자녀들(지분율 80%)과 E(지분율 20%)이 보유하고 있다.
이 사건 사업장의 주요 설비는 1호기인 편단기와 2호기인 간지절단기인데,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간지절단기 운전과 생산 업무, 납품과 관련한 민원 처리 업무를 총괄하였다. 원고는 2021. 4. 23.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간지절단기 운전 도중 좌측 수부 제5수지가 일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여 6일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원고는 2013년 무렵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아 정기적으로 그에 관한 치료를 받아왔다. 원고는 2017. 8. 26. 건강검진 결과 혈압 129/75, 총 콜레스테롤 153, HDL 44, 중성지방 108, LDL 87로, 2019. 6. 8. 건강검진 결과 혈압 124/74, 총 콜레스테롤 145, HDL 64, 중성지방 59, LDL 69로 측정되었으나, 2021. 7. 31. 협심증 진단을 받아 2021. 8. 17.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근로자 지위 인정에 관하여
관련 법리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상법 제382조 제1항, 제409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I회사 K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생산 업무 등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I의 대표이사 K와 급여, 근무기간, 향후 급여인상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이후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로 취임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주총회나 이사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한편 원고 이전의 대표자였던 E은 I의 이사, 원고 이후 대표자로 근무하고 있는 F은 I의 상무로, 마찬가지로 주주총회 등의 결의 없이 K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 지위에 취임하면서 I의 근로자 지위를 겸직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과 I는 차로 2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K는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여 원고에게 재고관리, 사업장 내 기계수리, 생산독촉, 하자 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거나 해당 내용에 대하여 문의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의 제품단가 인상, 거래처 선정과 확대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K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위와 같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원고는 배제되어 있었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원고의 업무는 2호기 운전과 생산업무, 납품과 관련한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고, I의 영업담당자가 영업, 고객접대 업무에 관여하였다. 원고가 대표자로 취임할 당시 책정된 급여는 월 350만 원이었는데, 당시 1호기 운전과 수리 업무를 수행한 직원 급여는 280만 원, 1, 2호기에 들어가는 골판지 규격 입력과 배송·배차 조정 업무를 수행한 직원 급여는 270만 원이었다. 한편 현 대표자인 F은 생산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원고에 관한 객관적인 출퇴근기록은 없으나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출근시간이 대체로 일정하였고 다른 근로자들(주 5일 근무)과 달리 통상적으로 주 6일을 근무하였으며 총 근무시간도 상당히 길다.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지급된 원고의 급여에서 근로소득세가 원천 징수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실질적인 대표자로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사업장은 2022. 12. 1.경 위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따라 원고가 위 사업장에서 자동퇴직한 것으로 처리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 위 사업장의 실질 경영자라고 적극적으로 다투었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의 위임에 따른「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22. 4. 28. 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내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하며,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이 법원의 L병원장, M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이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는 원고에 관한 객관적인 출퇴근기록이 없어 배우자의 진술과 카카오톡 대화내역, 발신기지국 정보, 원고 거주지 차량 입차 기록, 하이패스 이용내역, 이 사건 사업장 경비내역 등을 분석하여 원고의 업무시간을 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 55시간 5분, ② 발병 전 4주 평균 55시간 50분(휴일 4일), ③ 발병 전 12주 평균 48시간 21분(월 평균 휴일 6.3일)으로 산정하였다. 이와 같이 산정된 원고의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은 이 사건 고시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의 기준으로 정한 업무시간에 미치지 못하나,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원고의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준(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에 미달하게 된 주된 요인은 ① 원고가 관상동맥 중재술을 위하여 2021. 8. 16.부터 2021. 8. 20.까지 입원하고<1>, ② 2021. 9. 19.(일요일)부터 2021. 9. 22.(수요일)까지 추석연휴<2>이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7주간, 12주간을 제외하고 발병 전 10주 동안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 원고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은 58.88시간이 된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이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혈압, 총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음에도 2021. 7. 31. 협심증 진단을 받고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게 되었는데, 이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통상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주당 평균 57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 과로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고는 2021. 8. 21. 퇴원한 이후 2021. 8. 27.까지는 주 7일, 62시간 40분을 근무하였는바 입원기간 동안은 물론 퇴원 이후 업무복귀 과정에서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장시간 근로나 사회 심리적으로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군에서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휴가, 연휴가 있을 경우 평균 노동시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제외하고 업무시간을 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0주 동안 원고의 평균 업무시간은 58.88시간으로 만성 과로에 해당한다. 3개월 동안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초과 48시간 이하인 군에 비하여 52시간 초과인 군에서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위험이 4.18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원고에게 고혈압, 고지질혈증의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장시간 근로나 업무긴장이 기저질환의 악화를 촉발하여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이 법원의 신경외과 감정의는 “2017년과 2019년 건강검진 당시 혈압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나 장기간 고혈압 치료이력이 있었던 점으로 보아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은 고혈압으로 추정된다.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수 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 여부가 주요 논점이 될 것인데 근거는 없지만 임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과관계는 10% 이하로 생각된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신경외과 감정의가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가 원고의 업무시간, 근무환경에 대한 상세한 고찰과 함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신경외과 감정의의 소견을 들어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의 소견을 배척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사공민
각주1)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2021. 8. 14. ~ 2021. 8. 20.)의 근무일수가 1일, 총 업무시간이 9시간으로 산정되었다.
각주2) 이 사건 상병 발병 7주간(2021. 9. 18. ~ 2021. 9. 24.)의 근무일수가 3일, 총 업무시간이 28시간 15분으로 산정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