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 E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C, 피고 D은 합성섬유 등의 제조 및 판매 등을 영위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고(이하 피고 C 및 피고 D을 함께 부를 때는 ‘피고 회사들’이라 한다), 피고 B은 1997. 2. 28.부터 2012. 2. 9.까지 피고 회사들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원고 등의 근로관계 및 피고 회사들의 해고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1987. 7. 1. 피고 D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2. 1. 15. 피고 C 울산공장으로 인사이동 되어 그 무렵부터는 피고 C 울산공장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02. 2. 10. 피고 C으로부터 의원면직 처리되었다(이하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이라 한다).
피고 회사들은 2001. 10. 17.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하였는데, 선정자 E(이하 ‘선정자’라 하고, 원고와 선정자를 함께 부를 때에는 ‘원고 등’이라 한다)도 피고 D에서 근무하다가 위와 같이 정리해고 되었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선정자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02. 2. 7. ‘이 사건 해고는 피고 회사들에서 경영상 해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부득이한 사정에 이르러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정한 절차에 따라 행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므로 정당한 해고로 판단된다’라며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F 및 G), 선정자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02. 8. 16. ‘피고 회사들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사정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할 때 이 사건 해고는 소정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해고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하며 선정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H 및 I).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나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등의 주장
원고 등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구조조정은 무효라고 주장한다.<1>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회사들의 정리해고 계획신고 수리 여부를 노동조합이나 피고 회사들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피고 회사들의 울산공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피고 J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동일한 K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수리하여 1사 1노조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
피고 B에 대하여
피고 B은 1997. 2. 28.부터 2012. 2. 9.까지 피고 회사들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으로서 상법 제397조, 상법 제450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6조를 위반하였고, 피고 D의 독립적 법인격 무효화에 따른 책임이 있다.
피고 회사들에 대하여
피고 회사들의 이 사건 구조조정은, ① 해고의 예고가 없었고, ② 피고 K 노동조합 설립 신고 수리는 위법하므로, 적법한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③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또한 ④ 피고 회사들은 정리해고 계획을 허위로 작성하여 신고하였다.
원고의 피고 C,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소(아래 4, 5항 판단 부분)를 제외한 나머지 소의 적법 여부
피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 등의 이 부분 청구는 사용자 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를 상대로 한 것으로 대상적격에 흠결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거나 원고 등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
판단
관련 법리
확인의 소의 피고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다툼으로써 원고의 법률적 지위에 불안을 초래할 염려가 있는 자, 즉 원고의 보호법익과 대립·저촉되는 이익을 주장하고 있는 자이어야 하고 그와 같은 피고를 상대로 하여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4420 판결 참조).
그리고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그것이 근로계약을 근거로 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 등은 이 사건 구조조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피고 대한민국, B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고, 거기에다가 원고는 피고 D을, 선정자는 피고 C까지를 상대로 포함하여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 등의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음은 다툼이 없고,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 및 이 사건 해고 무렵 피고 B이 피고들 회사의 대표이사이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들 회사가 아닌 피고 B 개인을 원고 등의 사용자라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 당시 원고는 피고 C, 이 사건 해고 무렵 선정자는 피고 D의 각 근로자였음도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 무렵 원고에 대해서 피고 D이, 선정자에 대하여 피고 C이 각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면,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아니한 피고들(피고 대한민국, 피고 B 및 원고에 대해서는 피고 D, 선정자에 대해서는 피고 C)을 상대로 이 사건 구조조정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경우, 설령 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이 원고 등의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 및 이 사건 해고 무렵 사용자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으므로, 위 소는 원고 등의 지위를 둘러싼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C,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소를 제외한 나머지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직권 판단)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이하 ‘부제소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에 위배되어 제기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또한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에도 어긋나는 것이므로, 소가 부제소합의에 위배되어 제기된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소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2002. 2. 9. ‘본인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회사의 희망퇴직 절차에 응하여 사직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사직원에 서명·날인하여 피고 C에 제출하였고, 피고 C이 이를 수리하여 원고가 2002. 2. 10. 의원면직 처리된 사실, ② 원고는 ‘본인은 회사에서의 근무 또는 사직과 관련하여 회사 및 회사 임직원, 기타 회사와 관련 당사자를 상대로 하여 민·형사상, 행정 기타 일체의 법률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기재된 확약서에 서명·날인하여 피고 C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C과 사이에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에 관하여 위 확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소도 위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이 앞서 본 원고의 주장과 같은 사유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이 무효라면 원고와 피고 C 사이의 부제소합의에도 그와 같은 무효사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이 무효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의원면직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무효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직권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204105 판결 참조),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선정자는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 D으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점, ②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모두 이 사건 해고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해고라는 취지로 판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선정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은 날로부터 무려 20년 4개월이 지난 후인 2023. 1. 18.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는 피고 D의 신뢰 보호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소도 부적법하다[설령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소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이 사건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민사재판의 경우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는데(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7292 판결 참조), 피고 회사들의 근로자들이 2002. 6. 3.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피고 회사들을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한 해고처분 무효 확인의 소에서도 법원은 2004. 6. 17. ‘이 사건 정리해고는 적법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라며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02가합1853), 위 판결은 항소기각판결(부산고등법원 2004나12523), 상고기각판결(대법원 2005다30580)을 거친 후 2006. 9. 22.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확정판결의 인정사실을 배척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선정자의 피고 D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등의 피고들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목(재판장) 황지현 김은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