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73. 11. 13.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2009. 12. 31. 퇴직할 때까지 예인선 기관장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2017. 5. 15. E병원에서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특발성폐섬유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치료 중 2020. 7. 3. 이 사건 상병의 급성악화를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 8. 26.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3. 2. 27.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3. 11. 22.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4, 1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예인선의 기관장으로 근무하면서 기관실 내 단열재의 도포, 배기관의 용접 및 보온재 부착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석면 및 금속 분진에 장기간 노출된 점, 망인에게 폐질환의 가족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의학적 소견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에 관한 자문회신서
망인이 기관실의 수리, 유지, 보수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접흄, 석면, 배기가스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폐렴의 선행요인으로서 특발성폐섬유증과 전이암의 진행경과, 중증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직업환경연구원 업무관련성 전문조사가 필요함
직업환경연구원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
이 사건 상병의 직접적 위험인자로는 금속/목재 분진, 석재/모래 분진, 결정형 유리규산 분진 및 탄 분진이 알려져 있음
망인과 같은 예인선 기관장은 하루 평균 30분 출항 전 점검 업무, 400분의 예인선 기관운전, 20분 각종 기기 필터류 청소 업무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지는 않음
필터류 청소 중 압축공기를 이용해 내부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분진에 노출될 수는 있으나, 대상 선박이 예인선인 점을 감안하면 금속 분진 함량이 적고, 작업시간도 하루 20분으로 금속 분진 노출량은 미미함
주1회 30분 정도의 예인선 기관 정비업무 중 기관장은 간단한 부품 교체 정도의 작업만 하고 그 외의 작업에서는 사외 업체를 이용하거나 DOCK 입거수리를 하기 때문에 위험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은 적음
망인의 주 업무가 출항 전 예인선의 점검업무와 운전 업무인 점을 감안하면 석면에 노출되지 않았거나 그 정도가 미미하다고 보여 망인의 흉부 영상과 조직검사에서 나타난 간질성 폐렴은 석면폐가 아닌 이 사건 상병으로 판단됨
피고 업무상질병위원회 심의 결과
망인이 금속 분진에 노출된 수준이 미미하고, 석면 노출도 미미하여 석면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음
이 법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 소견
이 사건 상병이 특발성으로 정의되는 것 자체가 다인성 질환임을 의미하며, 유전적 요인 외의 외부요인 중에서는 흡연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
이 사건 상병은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노화 과정 자체가 발병의 핵심 요인 중 하나임
직업적 노출도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요인이기는 하나, 유전적 소인과 흡연보다는 관련성이 낮고, 망인의 폐 영상에서 석면반 등 노출에 의한 변화도 관찰되지 않아, 직업적 관련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흡연력은 더 적어야 하고 직업적 노출은 더 많아야 함
위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움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고,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을 제4, 1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이 사건 회사 및 근로복지공단직업환경연구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이 법원의 F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거나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하여 발병하는데, 노화 과정 자체가 그 핵심 요인 중 하나이며, 유전적 요인과 외부 요인 중 흡연력이 직업적 요인보다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직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혔고,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 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위 소견이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직업환경연구원의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에 따르면 망인의 주된 업무는 '예인선의 기관 운영'으로 위 업무 수행 그 자체로 망인이 석면 또는 금속 분진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망인은 하루 20분 정도의 필터 청소 및 30분 정도의 간단한 기관 정비 업무도 함께 담당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에 일부 노출될 우려가 있긴 하였으나 그 정도와 시간이 미미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망인이 예인선 기관실의 수리·유지·보수 업무도 맡았으므로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나, 망인과 함께 근무한 예인선의 선장 장성준은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과정에서 기관장은 간단한 수리 및 부품 교체 작업만을 하였고, 대규모 수리가 필요한 경우 외부 수리를 의뢰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선박 수리를 위한 전문 자격을 갖추지 않은 망인에게 이 사건 회사가 대규모 수리를 의뢰하였을 것 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는 직업환경연구원에서 망인의 업무를 예인선 기관 운영이 아닌 예인선의 운전으로 오인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위 역학조사회신서에는 망인의 주 업무가 기관 운영인 것으로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석면이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선박 건조에 흔히 사용되었던 물질로 망인이 실제로 근무한 예인선에도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나, 앞서 본 것과 같이 망인이 업무 중 석면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석면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이 1975년부터 1986년까지는 선박 수리를 하는 G조선소에서 근무하였으나, 망인이 그대로 예인선의 기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업무 내용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G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의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에서 위험 물질과 반응 관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르면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직업적 요인이 이 사건 상병의 다른 발병 요인보다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송재윤(재판장) 이충원 전정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