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의 구글 계정에 기록된 타임라인 등의 자료를 토대로 업무 수행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한 결과 사망한 근로자가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뇌내출혈 발병 및 사망이 가속화되었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 사례.
주문
피고가 2024.6.28.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망 이○신(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다. 망인은 2022.7.1.부터 (주)한○정보통신(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통신가설공으로 근무하며, L*○플러스가 대구·경북지역 관내 시공하는 통신장비의 설치·유지·보수 공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이 사건 사업장은 L*○플러스와 연간 계약을 체결하고 통신장비 설치 업무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원고는 2023.9.13. 업무를 하던 중 업무용 차량의 바스켓 안에서 쓰러졌고, 계○대학교 동○병원으로 이송된 뒤 뇌간의 뇌내출혈 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으로 치료를 받던 중 2023.10.3. 교뇌의 출혈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원고는 2024.2.26.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6.28.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돌발 상황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없었고, 망인의 업무시간이 단기과로나 만성과로 기준에도 미치지 않아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의 단기간 업무부담 및 만성적 과중한 업무부담이 반영되지 않았다. 망인의 구글 계정 타임라인 및 하이패스 이용내역 등을 기초로 산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근무시간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단기간 업무부담이 상당히 과중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상병 발병과 망인이 수행한 업무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관련 법리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 인과관계는 의학·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제2호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9.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증거들, 갑 제4 내지 12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감정의 김○일의 사실조회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면,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아래 ① 내지 ③ 기재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과 이 사건 사업장 사이의 계약의 형태가 근로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등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 발병과 망인이 수행한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 외 망인이 수행한 업무시간도 모두 포함하여 고려하여야 한다.
망인은 2022.7.1. 이 사건 사업장과 근로시간을 09:00~14:00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나아가 망인은 에○○통신이라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위 근로시간외 근무시간에 관해서는 이 사건 사업장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이 이와 같이 이중적 지위에서 이 사건 사업장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청인 L*○플러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위와 같은 형태의 계약도 망인의 요청이 아닌 이 사건 사업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망인의 이중적 지위와 상관없이 망인이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통신장비의 설치·유지·보수 공사 업무를 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과 그 외 시간을 비교하면 업무 지시의 형태, 업무 수행의 방법 등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망인이 참여하였던 카카오톡 대화방을 살펴보면,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 등 관리자가 공사가 필요한 장소 및 설계도면 등을 전송하면서 작업을 지시하는 것이 확인된다. 나아가 망인이 사용한 컴퓨터에는 각 일자 및 방문한 장소별로 정리한 근무일지 폴더 등도 발견된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으로 부터 구체적인 지휘 및 감독을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망인의 구글 계정 타임라인, 하이패스 이용내역 등을 기초로 하여, 망인의 근무시간을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 1주 동안 67시간 51분, 4주 동안 1주 평균 51시간 38분, 12주 동안 1주 평균 51시간 37분,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 주를 제외한 12주 동안 1주 평균 50시간 37분으로 각 산정하였다. 원고가 산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실제 수행한 근무시간에 근접하여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망인의 근무시간을 07:00~16:00, 주 6일 근무 및 1시간 휴식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위와 같이 망인의 근무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망인의 출근 및 퇴근에 소요되는 각 1시간은 제외하였고, 퇴근 후 자택에서 작업정리시간 등도 개인사업주의 업무로서 근무시간에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망인이 수행한 야간작업은 원고가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등을 기초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은 사망 전 1주간 근무시간 53시간 48분, 사망 전 12주 중 사망 전 1주일을 제외한 11주의 평균 업무시간은 45시간 27분이며,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 동안 1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 4분,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6시간 9분이다.
먼저 피고가 제외한 출퇴근 시간에 관해 살펴본다. 피고는 망인의 출근시각을 07:00, 퇴근시각을 16:00로 일률적으로 산정하였는데,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위와 같이 산정하였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망인의 출퇴근 시간을 각 1시간으로 산정하고 이를 근무시간에서 제외하였는데, 원고 측으로부터 하이패스기록 및 신용카드결제내역 등 망인의 실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았음에도 실제 망인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 뒤 망인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망인의 구글 계정에 기록된 2023.9.12.의 타임라인(갑 제9호증의1)을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망인은 자택에서 05:53경 출발하여 42분을 운전한 뒤 이 사건 사업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바, 망인의 출근시각은 06:35이다. 망인은 같은 날 업무를 마친 뒤 이 사건 사업장에서 17:16경 퇴근한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 측이 산정한 근무시간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자택에서 이 사건 사업장까지 출근하는데 소요된 시간 및 이 사건 사업장에서 망인의 자택까지 퇴근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모두 제외되어 있다. 원고 측에서 주장하는 근무시간에서 출근 및 퇴근에 소요된 2시간을 제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는 단기간 동안 업무의 부담이 증가한 경우로, 상병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을 제외한 12주 간 1주 평균 근무시간은 50시간 37분이고, 이 사건 상병 발병 1주일 근무시간은 67시간 51분으로 위 기준을 충족한다. 나아가 이 사건 상병 발병에 근접한 무렵인 2023.9.6.경에는 주간업무를 종료한 뒤 다음날 01:00경부터 06:00경까지 야간근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는바,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무렵 상당한 과로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감정의 역시 원고가 산정한 근무내역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단기간의 업무부담을 인정하였다.
망인에 대한 2017년 및 2018년 건강검진 내역에는 간질환, 고혈압, 당뇨병이 의심되고, 흡연력은 15년 이상(매일 10~15개비 흡연), 음주력은 주 1~2회(회당 소주 1~2병), 가족력으로 뇌졸중이 있는 등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적 소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건강검진은 이 사건 상병 발병과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는 점, 과로 및 야간근무 등으로 인하여 고혈압 등이 발생하거나 그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경우라면 결국에는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이 사건 상병 발병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하는 점, 망인의 위와 같은 개인적 소인이 존재한다는 점만으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이 사건 상병 발병 및 사망을 가속화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망인의 개인적 소인만으로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송재윤
판사 이충원
판사 전정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