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5. 29. 선고 2024노737 판결

주문

피고인 B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판결

중 원심 공동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은 위 공동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에 대한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피고인 B)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와 F 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 사이에 작성된 「I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도급계약서의 내용과 문구, 사고 원인 등을 종합하면, 원청회사인 G의 직원인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공사가 도급계약에 따라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만을 관리·감독하는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만 있고, 피고인은 작업자의 비정상적인 이동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주의의무 내지 과실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피고인 B 및 검사)

•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B 각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C 벌금 2,0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 피고인 B: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결문 제6면 ‘피고인 B과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하여 위험성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일반·예방적 목적에서 통상인과 달리 각별한 주의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이들 사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는 구체적 결과의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개연성이 크며 그 때문에 미리 예상된 그러한 종류의 결과가 발생한 때에는 용이하게 주의의무의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위함이다.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1)

피고인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사고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를 가장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이다.

①

피고인은 G H공장 설비계전팀 소속 기장이자 이 사건 계약의 현장 관리감독자(일명 ’포맨‘)로서 회사로부터 소속 근로자 및 관계수급인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작업장의 안전·보건을 관리할 업무를 부여받았다.

②

피고인은 매일 수회에 걸쳐 작업 현장을 방문하여 위험요소가 있는지 등을 점검하였고, 현장소장으로부터 매일 작업계획서와 작업일지를 검토하고 작업허가서를 발행하는 등 실제로 일상적 현장관리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1>

(2)

나아가 아래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원청회사인 G의 현장관리자로서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도급계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만을 관리·감독하는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가 아니라,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적‧구체적인 주의의무라고 할 것이다.

①

G은 대규모 설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산업재해 발행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이고, 이 사건 공사는 G의 관리와 통제 하에 놓인 산업현장에서 시설 일부의 유지‧보수를 하청업체인 F 및 D가 맡은 것으로서, 특정 작업에 관하여 전문성과 기술성이 부족한 도급인이 이를 갖춘 수급인을 선정하여 작업 전반을 일임하는 경우와는 달리 보아야 한다.

②

G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관리감독자로서 현장직인 피고인을 배치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작업허가서를 발행하거나 작업계획서 및 작업일지를 제출받아 검토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G 측에서도 이 사건 공사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2>

③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1항 본문).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는 작업장으로 통하는 장소 또는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사용한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고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 통로의 주요 부분에 통로표시를 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제22조 제1항,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 규칙에 의하면, 사다리식 통로 등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안전사항을 준수하여야 하고(제24조 제1항), 작업발판,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추락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안전난간, 울타리, 추락방망, 덮개 등을 설치하고 어두운 장소에서도 알아 볼 수 있도록 개구부 표시를 하여야 한다(제43조 제1항).

④

위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 및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성격, 작업 수행의 과정과 원청의 실제 관여 정도, 관계 법령의 내용 등 어떠한 측면에서든 G 및 그 현장 관리감독자인 피고인에게 작업자에 대하여 공소사실과 같은 안전조치를 취할 직접적‧구체적인 주의의무를 도출해 낼 수 있다.

(3)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안전사고 발생에 관한 예견가능성 내지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은 1998년에 G에 입사하여 1995년에 H공장 설비계전팀으로 발령받은 이후 현재까지 현장직으로 근무하면서 탱크, 배관 부분의 유지관리와 관련 공사 현장의 지도‧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등 개방 공사와 대상 설비에 관하여 이미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다.

②

이 사건 공사 중 사고 발생 당시 진행되고 있던 공정은 대형 탱크의 외부에 다단의 비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작업자들이 이동하면서 도장 등의 고소작업을 하는 것으로서, 작업의 위치, 방식, 내용에 비추어 추락사고의 가능성은 안전관리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예견하고 대비‧점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위험이다. 또한 현장의 석유 탱크는 구형(球形)으로 되어 있어 그 외부에 비계를 설치하더라도 계단식 형태가 되고 개구부가 생기는 등 안전시설에 빈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안전조치의 필요성을 피고인이 인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③

이 사건 공사의 작업 현장에는 비계 각 단별로 내측에 설치된 승강용 수직사다리에 통로 표시가 없고, 수직사다리와 볼탱크 사이 간격이 매우 협소(수직·수평 각 60cm)하여 근로자가 통행하기에도 불편했다. 현장 관리감독자로서 매일 현장에 출근하는 피고인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④

또한 피해자는 비계 3단에서 2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추락하였고 그 높이는 대략 5.2m 정도로 비계의 고층부가 아닌 저층부에 해당한다(비계는 총 12단, 높이 45m에 이른다). 이처럼 비계의 저층부에서 작업자의 층간 이동이 불편하다는 사정은 현장 근무 경험이 많은 피고인으로서는 직접 비계에 올라가보지 않더라도 육안으로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⑤

사망한 피해자가 사다리가 아닌 안전 난간대로 내려오려 하다가 미끄러진 것은 피해자의 과실에 해당하고, F 및 D 측에서는 수일이 지나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그제서야 추락사고 발생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렸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현장 관리‧점검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고, 작업의 내용과 설비의 구조상 작업자들의 비정상적 이동이 예견가능함에도 피고인이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을 조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나.

피고인 B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내용, 방법, 범행 후의 태도와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사유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과 검사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B과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모두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대로(재판장) 정재우 강경숙

각주1) 증거순번 43, 454쪽, 피고인 B의 경찰 진술조서

각주2) 증거순번 32, 324쪽, G의 설비계전팀장인 S 부장의 경찰 진술조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