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6. 1. 20. 선고 2025구단515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6. 4. 1. B C대리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세차업무를 수행하다가 2022. 6. 20. 퇴직한 후 2023. 5. 9. 진단받은 '좌상엽 기관지 또는 폐 악성신생물'(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에 대하여 2023. 6. 14.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2023. 11. 29. '이 사건 상병은 확인되나, 원고가 정비소 옆 세차장에서 근무하며 디젤 매연에 일부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세차장의 차량은 가솔린 차량과 디젤 차량이 섞여 있는 점, 대부분 옥외에서 시동을 끈 상태에서 세차 작업이 이루어지기에 디젤 매연 노출량이 놓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유해요인이라고 주장하는 세제, 왁스 등의 청소 약품에서는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서울남부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 등에 따라 2024. 2. 23. 원고에 대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4. 3. 28.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은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

원고는 약 16년 2개월 동안 세차작업을 하면서 독성이 있는 세척약품에 피부접촉및 호흡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다량의 미세먼지와 퍼티가루, 필터 미세먼지등을 호흡기로 흡입하였다.

○

원고가 일한 세차장은 차량 정비소 내에 위치하여 정비소에서 발생하는 크롬을 함유한 퍼티가루, 석면분진 등 유해물질을 상시 흡입하였고, 원고가 식사를 한 휴게공간도 폐타이어, 폐오일이 들어있는 드럼통, 폐 필터 라이닝, 폐수정화시설이 있는 세차장내에 있어 각종 유해물질에 상시 노출되었으며, 이 사건 사업장이 통영 항구에 바로붙어 있어 정박한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을 흡입하는 등 원고는 위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유해물질에 상시 노출되었다.

나.

인정 사실(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의 의학적 소견)

○

이 사건 상병은 비흡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폐선암으로 확인된다. 비흡연 여성의 폐선암은 흡연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수십년 간 비흡연 여성 폐암의 비율과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로 보고되고 있다.

○

원고의 경우 비흡연자이고, 2015년 이후 기관지염 진료 이력이 있다. 원고의 작업 환경은 만성적 기도 자극을 일으켜 기관지 점막의 염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원고의 기관지염 병력 및 작업환경에서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기관지의 반복적 염증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의학적으로 유 의미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

원고가 세차 업무 중 장기간 부톡시에탄올에 노출된 사실이 일시적인 기도 자극, 점막 염증 등에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현 단계의 의학적 근거에 비추어 볼 때 부톡시에탄올 등 세척용제의 유해성분이 원고의 폐암이나 기관지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

원고가 장기간 흡입한 세차 및 차량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디젤 연소물, 석면, 매연 등은 일반적으로 폐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원고의 세차 작업이 옥외에서 이루어졌고, 세차 시에는 차량의 시동을 끈 상태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실내 작업장에 비해 유해물질 농도가 낮고 환기가 잘 이루어져 실제노출 수준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의학적 근거와 환경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위와 같은 요인을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

선박의 연료로 사용되는 벙커유는 연소 시 유해한 입자와 가스를 방출하며, 고농도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원고의 경우 실제 어느 정도의 농도와 기간 동안 벙커유 증기에 노출되었는지, 그 노출수준이 폐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만큼 충분히 높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이 벙커유 증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는 이 사건 사업장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현 단계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세척용제 성분, 디젤 매연, 세차 시 발생하는 분진, 인근 선착장에서 유입되는 증기 등이 각각 기도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각 요인들의 노출량과 강도, 지속시간, 상호작용에 대해 명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위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발생, 악화, 촉진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 환경적 요인들은 기관지염과 같은 상기도 염증을 일시적 또는 반복적으로 악화시킬 수는 있으나, 폐암의 주된병인으로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종합적으로 보아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이나 진행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이 사건 상병은 비흡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선암으로, 개인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사업장의 각종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수준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위 요인들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병요인에 기여하거나 유발 또는 악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그 기여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이며, 비흡연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여성 폐암 환자의 약 15-20%는 비흡연자이며, 특히 선암 형태가 많다. 이 사건 상병인 폐암(비흡연자 여성의 선암)은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 없이도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암이다. 일반적으로는 고령, 여성, 가족력, 유전자 변이, 라돈, 간접흡연, 대기오염, 만성 폐질환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시아계 비흡연 여성에서 EGFR 변이가 있는 선암의 비율이 높아 이러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발암물질에 의한 DNA 손상보다는 자연적인 유전적 돌연변이나 감수성의 차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는 직업적으로 주장되는 유해물질의 노출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고농도로 지속되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없는 한, 이 사건 폐암을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폐암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정 근거]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또한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대법원 2009. 7.23. 선고 2009두5695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 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고는 겨울에는 시동을 켠 상태에서 세차 작업을 하였고, 차량 내부를 청소할 때 비산되는 분진 등 부산물은 차량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원고의 호흡기로 그대로 흡입되었으며, 이 사건 사업장의 구조상 세차장옆에 있는 정비소에서 차량 기능 점검을 위해 거의 상시 차량의 시동을 켜고 공회전을 하였으나, 이 사건 처분에 이러한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감정의는 원고의 유해물질 노출의 구체적 강도와 누적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위와 같은 환경이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촉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의학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위 환경을 위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유해물질 노출의 구체적 강도와 누적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위 증거들만으로는 감정의의 감정 소견을 배척하기 부족하다.

결국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유해물질 노출로 발병하였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됨으로써 업무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