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력 및 업무제공 용역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이다.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은 2018. 1. 1.경부터 2019. 2. 25.경까지 주식회사 B의 사업장인 고양시 일산 서구 C에서 주차장 관리업무를 담당하며 근무하다가 퇴직한 D의 연차수당 2,145,000원을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명의 근로자에 대한 연차수당 합계 9,425,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와 같이 퇴직한 D의 퇴직금 1,054,726원을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4명의 근로자(이하 ‘이 사건 고소인들’이라 한다)에 대한 퇴직금 합계 5,352,53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 단
이 사건 고소인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2018. 1. 1.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B와 노무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식회사 B가 의뢰하는 고양시 일산서구 C의 주차장관리 등의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는 매주 월요일에 전주의 용역제공일수로 산정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C의 행사일정에 따라 주차장관리 등의 용역제공을 의뢰받으면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용역을 제공할지 여부를 결정하였고, 용역을 제공하지 않는 날에는 근무하지 않았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로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전주에 근무한 일수에 일당 98,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보수를 지급받았다.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고소인들이 용역을 제공하지 아니한 주에는 보수를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고소인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공소사실 근무기간 중 주식회사 B의 동의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시장에서 고객과 접촉하여 동일․유사한 종류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았고, 주식회사 B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개인사업자등록을 하여 주식회사 B로부터 보수를 사업소득으로 지급받았고 이에 따른 3.3%의 사업소득세만을 납부하였으며, 고용보험, 직장건강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2019. 2. 중순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고소인들에게 정규직 근로계약의 체결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보다는 종전처럼 노무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이유로 위 제안을 거절하였다. 3)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와 명시적인 근로계약이나 고용계약 등을 체결한 적이 없고, 주식회사 B가 정한 취업규칙이나 복무(인사)규정의 적용도 받지 아니하였다.
주식회사 B가 이 사건 고소인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지시를 한 것은 노무도급계약의 성질상 불가피한 것이었을 뿐, 이를 두고서 주식회사 B가 일방적으로 업무의 내용을 정한 것이라거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가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정한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구속받지 않았다.
이 사건 고소인들이 주식회사 B로부터 받은 보수는 제공한 노무의 대가일 뿐이고 그 밖에 다른 성격이 있지는 않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본인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노무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고소인들이 주식회사 B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고소인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5도676 판결 등 참조). 이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2018. 1. 1. 주식회사 B와 노무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주차장 관리 등의 용역을 제공하였다. 이 사건 고소인들은 2019. 1. 7. 주식회사 B에 2018년도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하여 주고, 2018년도 근무로 발생한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도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주식회사 B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고소인들의 청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① 이 사건 고소인들은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의 지급대상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②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고소인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에 응할 의무가 없고,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예정하여 미리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수는 없다.
그러자 이 사건 고소인들은 별다른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2019. 1. 13. 주식회사 B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이로 인하여 사업에 지장이 생긴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고소인들에 대하여 1개월가량 더 근무하는 조건으로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으로 180만 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식회사 B에 “본인은 근로자로 가정하였을 경우 산정되는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 가운데 180만 원만을 받기로 합의하고, 향후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에 관한 일체의 채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고소인들에게 180만 원씩 지급하였다.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고소인들과의 합의에 의하여 정해진 액수인 18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전부 지급하여 더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믿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피고인이 퇴직금 등의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으므로, 피고인이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 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권기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