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11. 30. 선고 2023고단541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A은 H단체 I노동조합(이하 ’I노조‘라고 한다) 서울건설지부 고양파주지대 지대장, 피고인 B은 I노조 서울건설지부 고양파주지대 부지대장, 피고인 C, 피고인 D, 피고인 E, 피고인 F, 피고인 G는 I노조 서울건설지부 고양파주지대 조합원들로, 피고인 C은 형틀9팀장, 피고인 D는 철근 6팀장, 피고인 E은 해체2팀장, 피고인 F은 시스템 팀장, 피고인 G는 형틀팀 총무이다.

피고인들은 고양시 일산동구 J아파트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위 공사를 진행하는 고소인 주식회사 K(이하 ‘고소인 회사’라 한다)이 H단체 소속 조합원들을 지하층 공사 종료시까지만 고용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이유로, H단체 I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고양파주지대 소속 근로자의 채용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공사현장 1, 2출입구에서 ‘조합원 고용요구 집회’를 개최하고, 집회 전후 공사장으로 출입하는 공사차량의 출입을 방해하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 확인을 강요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소인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기로 모의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22. 3. 4. 오전경 이 사건 공사 현장 2번 출입구 앞에서 노동조합원 50명이 도열하여 출입구를 막고, 공사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 확인을 강요하는 등 인부 출입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고소인 회사의 공사 관리 및 작업 진행 업무를 방해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이를 비롯하여 위 일시경부터 2022. 4. 7.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고인 A, 피고인 B은 총 12회에 걸쳐, 피고인 C은 총 16회에 걸쳐, 피고인 D는 총 13회에 걸쳐, 피고인 E은 총 14회에 걸쳐, 피고인 F은 총 12회에 걸쳐, 피고인 G는 총 18회에 걸쳐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공사 관리 및 작업 진행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 단

가.

인정사실

증인 L, M, N의 일부 법정진술 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들은 I노조 소속 근로자들로서 2021. 12.경 고소인 회사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철근공, 형틀공 등으로 근무하던 중 2022. 2.경 고소인 회사가 피고인들 등 I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의 종기를 지하층 공사 종료시(2022. 2. 28.)까지로 제한하고, 임금도 I노조와 사단법인 O(고소인 회사도 위 사단법인에 소속되어 있다) 사이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상의 금액을 하회하는 포괄일당으로 하되 임금과 관련한 일체의 법적 이의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의 체결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면서 고소인 회사와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다.

(2)

(가) 피고인들은 우선 관할 경찰서에 이 사건 공사현장 게이트 좌우 100m 구간에서 옥외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다음 2022. 3. 3.경부터 2022. 4. 초순경까지 매일 06:00경 피고인들 및 I노조 소속 조합원 등이 위 공사현장 2번 게이트 부근에 모여 ‘조합원 고용 및 불법하도급․불법고용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였다.

(나)

위 집회는 대체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작업개시시각인 07:00경 종료되었으나 집회를 위해 모인 조합원들 및 이들이 주차한 차량 등에 의하여 당일 작업 준비를 위하여 07:00 이전에 위 공사현장에 출입하려던 레미콘차량 등 공사차량의 통행이 일부 방해되었다.

(다)

피고인들은 위 집회 도중 고소인 회사의 직원들에게 위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고소인 회사의 직원들은 집회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입회하에 희망자에 한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의 신분증을 조사하였다.

(3)

피고인들 중 일부는 2022. 2. 28. 이후에도 계속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고소인 회사의 업무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였는데(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10쪽), 이들은 다른 I노조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휴게시간(09:30~10:00, 12:00~13:00, 15:00~15:30 또는 14:00~14:30)을 이용하여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하면서 고소인 회사의 직원들에게 작업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피고인들은 이를 ‘준법 캠페인’이라 칭하였다), 고소인 회사의 직원들은 확인을 거절하였다(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3쪽).

(4)

피고인들 중 일부는 2022. 2. 28. 근로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 사건 공사현장 및 안전교육장에 출입하면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안전보건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고소인 회사는 이들의 이 사건 공사현장 및 안전교육장 출입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아니하였다.

(5)

고소인 회사는 2022. 3. 23.경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고소하였다가 피고인들 등 I노조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를 정하지 아니한 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원만하게 합의를 한 다음 2023. 5. 4.경 피고인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였다.

(6)

피고인들 등은 고소취하 후 고소인 회사와의 합의하에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잔업을 하여 피고인들의 집회와 이른바 ‘준법 캠페인’ 등으로 인하여 연장된 공사기간 등 고소인 회사의 손해를 만회하도록 하였다(고소인 회사의 이사인 증인 N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3쪽).

나.

관련법리

(1)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충분하지만, 결과발생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10560 판결). 또한 업무를 ‘방해한다' 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3767 판결 참조).

(2)

반면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위 법 제4조, 형법 제20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첫째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또는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또는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613 판결, 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다.

구체적 판단

(1)

검찰은 ① 피고인들이 개최한 집회 도중 발생한 공사차량의 출입통제 및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 확인 요구(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제1 내지 11, 17번 기재 부분), ② 이른바 ‘준법 캠페인’ 도중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 확인요구와 콘크리트 타설작업 방해(펌프카의 붐대 조작 방해)행위(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제9, 12 내지 16, 18번 기재 부분), ③ 피고인들 중 근로계약이 종료된 근로자들의 안전교육장 점거와 안전보건교육 방해 및 임의작업(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제8, 9번 기재 부분)이 고소인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행위태양 중 근로계약이 종료된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입하여 고소인 회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작업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소인 회사의 관리(공무)과장 L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들이 임의로 작업을 한 적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녹취서 제3쪽).

(3)

나머지 행위태양에 대하여도 ① 피고인들의 집회 및 이른바 ‘준법 캠페인’은 대체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작업개시 전 또는 휴게시간에 이루어진 점{위 집회 및 이른바 ‘준법 캠페인’ 현장을 조사․촬영하여 엑셀자료로 작성한 다음 고소인 회사에 보고한 증인 L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집회가 작업시작 후 2~30분 정도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하였지만, 한편 ‘남아있는 인원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집회종료시점을) 더 여유 있게 판단했다’, ‘음악 소리만 들려도 집회(가 계속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여 앞선 진술의 집회종료시점과 관련하여서는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은 작업개시 후 안전보건교육을 받기 위하여 안전교육장으로 이동하거나 고소인 회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계속 집회에 참여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집회는 대체로 작업개시시각인 07:00경 종료되었지만 그후에도 이 사건 공사현장과 무관한 집회 참여자들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집회 현장에 일부 혼란이 남아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12, 16, 22, 42쪽)}, ② 집회 도중 공사차량 출입방해와 관련하여 피고인들 등 집회참여자들이 적극적․의도적으로 공사차량 출입을 방해하지는 아니하였고, 집회 장소가 협소하고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여 불가피하게 공사차량의 출입에 장해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위 증인 L도 집회 현장인 2번 게이트 주변 이외에는 차량을 주차할 곳이 없고, 집회 도중에도 공사차량이 오면 주차 차량을 옮기는 등으로 길을 터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녹취서 제19, 40쪽), ③ 집회 및 이른바 ‘준법 캠페인’ 도중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고용 여부 확인 요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공사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관행과 비율 등에 비추어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고용 문제는 내국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불법고용 확인 요구가 그 정도가 지나쳐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해관계 있는 근로자들로서는 사용자측에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④ 콘크리트 타설공사 방해와 관련하여 피고인들이 이른바 ‘준법 캠페인’ 과정(변경 전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제15번의 기재에 의하면, 위 방해행위는 2022. 3. 28. 09:30~10:00의 휴게시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에서 콘크리트 타설공사 현장에 가까이 간 적은 있으나 작업을 방해하기 위하여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작업이 중단된 적이 없었던 점(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25쪽), ⑤ 근로계약이 종료된 근로자들의 공사현장 출입과 안전교육장 점거 및 안전보건교육 방해와 관련하여 피고인들 중 일부가 공사현장 및 안전교육장에 출입하여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들 역시 고소인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 체결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던 근로자들로서 안전보건교육 대상자에 해당하고(안전보건교육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다른 근로자들의 안전교육장 출입을 막거나 안전보건교육의 진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지 아니하였던 점(고소인 회사의 안전과장으로 안전보건교육 담당자인 증인 M은 이 법정에서 안전보건교육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녹취서 제10, 12쪽) 등의 제반사정과 ①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I노조)의 활동범위에 해당하고, 취업시간 이외의 작업개시 전 또는 휴게시간에 주로 이루어졌으며, 사용자인 고소인 회사의 규율이나 지시를 적극적으로 어기거나 공사현장의 관리지배권을 배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리력 등 폭력을 수반하지도 아니하였던 점, ② 그 결과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고소인 회사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경미하였던 반면 공사현장별로 비교적 단기간 개별적으로 고용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인 피고인들로서는 사용자와의 임금교섭 등이 결렬되었다 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 등 노동관계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의한 권리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워 공사현장 주변에서의 집회 등 긴급한 수단에 의지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행위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노동조합법 제2조,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종합해 보아도 위 인정을 뒤집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묻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보승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