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5. 26. 원고에 대하여 한 전보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1988. 1. 8.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과기출연기관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별표에 따라 건설기술 연구, 건설공사 및 건설기자재의 품질인증, 시험, 평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원고는 2003. 5. 1.부터 현재까지 피고의 직원으로서 연구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아래 다.항 기재 전보발령 당시 피고 B본부 C팀 팀장이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다.
원고의 비위에 관한 익명제보로 개시된 피고의 내부감사
피고는 2025. 5. 초경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한 익명제보(이하 '이 사건 익명제보'라 한다)가 접수되었으니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임을 통지하였다.
피고 감사부는 2025. 5. 21. 원고에 대해 1차 조사를 실시하면서 원고의 업무전반에 관하여 질의하거나, 이 사건 익명제보가 별지 목록 기재 내용이라면서 그에 관하여 물었는데, 단순히 익명제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였을 뿐,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피고 감사부는 2025. 5. 26. 오전 원고에 대한 2차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원고가 이 사건 익명제보 내용과 같은 비위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물을 뿐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보발령
피고는 위 2차 조사가 있었던 날인 2025. 5. 26. 원고에 대한 조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에 대하여 2025. 6. 1. 자로 B본부 D 근무를 명한다'라는 내용의 인사(전보)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발령'이라 한다).
피고의 인사규정 등
피고의 인사규정 및 징계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 인사규정 및 징계규정에 의하면, 피고가 직원에 대해 징계를 의결하려면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인사위원회는 징계대상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인사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여야 한다. 피고 B본부 C 팀장이던 원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인하여 B본부 D로 전보되면서 팀원이 되었는바, 이는 사실상 피고 징계규정 제7조 제1호에서 정한 직위 강등의 징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와 같은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정당한 징계사유도 없이 원고에게 전보를 명하였는바, 이 사건 전보발령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된 것으로서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전보발령이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전보발령은 합리적 이유 없이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여전히 무효이다. 즉, ① 우선 원고는 이 사건 익명제보와 같은 행위를 한 바 없다. ② 나아가 원고는 피고 입사 후 줄곧 건축·건설 관련 부서에서 근무 · 승진해 오면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왔는데, 피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원고를 그와 무관한 교통체계에 관한 부서에 배치하면서도 사전에 어떠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원고에게 전보의 구체적인 이유에 관하여 설명하지도 않았다. ③ 또한, 원고의 업무경력과 전문성, 직위 등을 고려할 때 원고를 D에 배치할 필요성은 없는 반면, 원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인해 전문성 상실, 승진 기회의 감소 등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한다.
피고
이 사건 전보발령은 원고의 비위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익명제보로 인해 시험업무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자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직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익명제보 내용 중 2025. 4.경 유관기관의 관계자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별지 목록 ⑤항 일부)은 인정하였는데, 이는 피고 임직원행동강령 제5조의4에서 정한 직무관련자와 부적절한 사적 접촉 제한을 위반한 행위이고, 이는 징계 규정 [별표1] 징계양정기준 제3호 '친절 · 공정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원고가 담당한 E 품질인증 업무는 공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업무로서 공공성이 크므로 이 사건 익명제보에 관한 조사가 확정되기까지 원고를 직무에서 우선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었고, 직위해제보다 가벼운 전보 조치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전보발령은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
이 사건 전보발령이 징계처분으로서 위법한지 여부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근로관계에서 징계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제재를 말한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등).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제보만을 근거로 기존 팀에서의 계속 근무를 배제한 이 사건 전보발령이 징계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피고 징계규정 제7조에 의하면 전보 처분은 징계의 유형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 전후로 위 규정 제13조 별표 4에 의한 수석연구원 직급을 그대로 유지한 점, 원고가 호소하는 사실상의 불이익, 즉, 원고가 팀장에서 팀원으로 변경되었고, 그에 따라 내부 규칙인 위임전결규칙에 따른 권한이 박탈되었으며, 추후 전문성 확장을 할 수 없는 불이익 등은 모두 부서 변경에 의한 결과일 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보발령이 피고가 인사위원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하는 징계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발령이 징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다른 점에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전보발령이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령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 내용·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2, 3, 9 내지 15, 23 내지 28, 33 내지 37, 43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발령은 그 업무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며, 원고와의 성실한 협의절차도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이 사건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에 관한 판단
앞서 본 피고 인사규정 제17조, 제26조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 등 피고의 직원은 직제의 개편, 정원의 증감,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전보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그와 함께 규정된 전보사유인 직제의 개편이나 정원의 증감과 같이 피고의 정당한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경우로서, 전보로 인해 해당 직원이 받게 되는 불이익보다 우월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전보발령 당시 이 사건 익명제보 내용과 같은 원고 비위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를 다른 부서로 전보시켜야 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전보발령 당시 직제의 개편이나 정원의 증감이라는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제출된 바 없고, 피고는 오로지 이 사건 익명제보를 근거로 원고를 전보시켰다.
그런데 이 사건 익명제보는 구체적인 신원을 알 수 없는 익명의 사람이 투서한 것인데, 피고는 그 투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이 사건 익명제보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형식과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피고는 이 법원에 이 사건 익명제보의 내용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한 바 없고, 심지어 두 차례에 걸쳐 원고를 조사하면서 원고에게도 그와 같은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1차 조사가 있었던 2025. 5. 21.경으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6. 3. 5.까지도 원고에 대한 감사를 종결하지 못하였고, 원고의 비위사실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다. 피고의 주장대로 원고에 대한 조사 종결 후 직위해제 등 징계 처분 전에 임시로 이 사건 전보발령을 한 것이고, 원고가 그동안 병가를 냈기 때문에 조사가 지연되었다고 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임시조치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면, 이 사건 전보발령은 원고를 불안한 지위에 장기간 놓이게 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피고 민원사무처리지침 제3조 제3항은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된 민원에 대하여는 처리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 역시 피고가 담당하고 있는 품질인증 업무의 성격상 인증결과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에 의하여 허위 제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허위 제보에 의하여 업무의 공정성이 의심받거나 그로 인해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익명이나가명으로 제출된 민원은 그 제보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 처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피고의 민원사무처리지침의 내용에다가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익명제보의 진실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에 대한 내부감사도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를 다른 부서로 전보해야 할 만한 급박한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과기출연기관법 제35조<1>가 뇌물죄에 관하여 연구기관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전보발령 당시 시행되었던 피고의 임직원행동강령 제5조의4, 제24조 제1항<2>은 임직원으로 하여금 자신이 취급하는 직무와 관련하여 직무관련자 기타 이해관계가 있는 자와 정당한 이유 없이 함께 골프나 사행성 오락을 하거나 식사나 여행을 하는 등으로 사적 접촉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해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경우 신속히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경우에 따라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로서는 이 사건 익명제보의 신빙성을 파악하기 위해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수사기관에의 수사의뢰나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또는 직위해제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피고가 이 사건 익명제보가 처음 접수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수사의뢰나 징계절차 회부, 직위해제 등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전보발령에 따라 원고가 입는 불이익
원고는 B본부 C 소속 수석연구원으로서 E의 품질인증을 담당한 F팀의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같은 본부 내 D 소속 팀원으로 전보되었다.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 전 담당한 업무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건설폐기물을 물리적 또는 화학적 처리과정 등을 거쳐 만든 E의 품질이 위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시험하고 인증하는 업무였고, 원고는 2003. 5. 1. 피고에 입사한 이후 이 사건 전보발령 전까지 약 22년간 오직 건설재료의 연구·시험·인증에 관한 업무만을 담당하면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왔던 반면,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새로 담당하게 된 업무는 정보통신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하여 교통흐름을 최적화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며 친환경적인 교통환경을 구축하는 기술인 G(G, G) 분야의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 업무인바, 이 사건 전보발령 전후 담당업무의 분야 및 성격은 매우 상이하여, 원고는 당장 소속 부서에서의 업무가 불가능함을 호소하고 있다.
피고의 업무상 필요성과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 간의 비교 · 교량 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보발령이 유지될 경우 원고는 장기간 쌓아온 경력, 전문성이 단절되고, 연쇄적으로 승진, 연봉, 재계약 등 인사상 처우에서 불이익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당 부분 추상적이며 그 진위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나 사정도 없는 이 사건 익명제보 외에, 원고를 여태까지 근무해 오던 C에서 배제하고 새로이 D로 배치하여야 할 피고 측의 현실적인 필요나 근거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더욱이, 피고와 원고 사이에 2022. 8. 10. 자로 체결된 근로계약서(피고는 인사규정에 따라 3년 단위로 직원들과 재계약을 맺어 왔다)에는 원고의 근무처가 'B본부 C'라고 명시되어 있어 이 사건 전보발령은 위 근로계약 내용에도 반한다.
가사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보발령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인하여 사실상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과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을 비교하여 보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 라)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 준수 여부
앞서 본 피고 인사규정 제16조 제1항, 제26조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전보발령에 앞서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 협의절차를 거쳐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에 앞서 원고에게 이 사건 익명제보에 대하여 소명 기회를 제공하거나 전보에 대한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다만, 피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원고를 조사하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위사실이 충분히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증빙자료가 제시되지도 않은 탓에 실질적인 반박과 해명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며, 그 조사 내용 또한 비위사실의 진위 여부를 질문하는 데 그쳤을 뿐 이 사건 전보발령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이나 다른 대안의 모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와 실질적인 협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소결
이 사건 전보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인사권의 재량을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주희(재판장) 김미리 김효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