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 주장
G는 피고인으로부터 추후 정산할 퇴직금 등을 담보로 피고인 부분에 대한 물품보증금 7,000만 원을 실제로 수령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 피해자 부분에 대한 물품보증금을 감액한 사실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과 G 사이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사실을 피해자에게까지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사실오인 주장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물품보증금에 관한 편취의사 및 불법영득의사가 없다.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가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제14 내지 15행 중 "7,000만 원을 송금하게 하여 위 G로 하여금 7,000만 원을 교부받게 하였다"를 "7,000만 원을 송금하게 하여 자신의 부담 부분 3,500만 원의 지급을 면하는 경제적 이득을 얻고 그 이득 상당액을 편취하였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위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의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물품보증금이 감액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는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이를 전혀 고지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공동사업을 경영하는 관계로서 민법 제711조 제2항에 따라 이익뿐만 아니라 그 위험부담도 공평하게 분담한다. 그런데 물품보증금으로 담보되는 채무가 발생한 경우, 가사 피고인의 퇴직금도 담보로 제공된 것이라도 하더라도, 피해자만이 현실적으로 지급한 물품보증금에서 우선적으로 그 채무 상당액이 공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보증금이 감액된 사실(또는 피고인은 물품보증금 지급 대신 퇴직금으로 정산하기로 한 사실)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손실분배비율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피고인이 신의칙상 피해자에게 고지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보증금은 거래 관계에 있어서 장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상대방으로부터 금원을 현실적으로 교부받는 것이 통상적이고, 현실적인 제공이 없는 보증금은 이례적이다. 설령 피고인이 G에 대하여 퇴직금 등 물품보증금 성격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퇴직금 등에 대해서는 그 금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률상 상계나 공제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고 사전에 그와 같은 합의가 명시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현실적으로 물품보증금을 지급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상식적으로는 제가 실수한 것은 인정하겠는데, 이미 피해자가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절반인 3,500만 원을 달라고 하였으면 주었을 것인데, 한 번도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제61면), 검찰에서는 물품보증금의 감액 경위에 관하여 "보증금액이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 소사장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제가 G 대표님께 보증금을 절반으로 낮추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승낙하셨고, 피해자와 약정한 금액 또한 7,000만 원으로 줄었던 것입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제56쪽).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은 현실적으로 납부되어야 할 이 사건 물품보증금액이 절반으로 감액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피해자와 유사한 지위에서 다른 매장을 운영한 H 역시 수사기관에서 "보증금액이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감액되었는데, 그 중 2,500만 원만 자신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은 매장 운영 방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물품보증금 전액이 절반으로 감액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나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과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