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4. 8. 선고 2020노647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

피해 근로자들이 임금채권 등을 사후에 포기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였으므로 피고인은 임금을 미지급한 적이 없고, 설령 위 합의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뢰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

2)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피고인은 합의서 작성을 거절한 피해 근로자들에 대하여 60시간 이하의 근로시간을 부여한다는 기관 방침에 따라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일 뿐 피해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피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2016. 7. 15.자 보수교육 계획서에 수당 포기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점, 피해 근로자들 중 일부가 위 보수교육 후인 2016. 9.부터 근로하였거나 보수교육에 참석한 적이 없는 점, 피해 근로자들이 합의서 작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보수교육이 이루어진 방식 및 합의서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 근로자들이 합의서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위 각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여러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해 근로자들이 임금채권 포기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이와 달리 피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 각 합의서의 내용, 작성 시기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그 실질이 임금채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는바, 합의서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각 합의서의 작성과는 무관하게 피고인의 임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 나아가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처벌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합의서 작성을 이용한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임금 미지급의 고의도 인정된다.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져 미지급이 있더라도 곧바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여타의 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의 경우 이미 발생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처벌을 면하기 위해 합의서라는 방법을 고안한 것일 뿐이어서 고의가 문제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가)

합의서에 따른 임금채권 포기의 효력

(1)

관련 법리

근로자가 스스로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경우 임금의 포기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족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임금채권 포기에 대한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으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185 판결 등 참조). 한편,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피고인이 2016. 7. 15. ‘2016년 2차 보수교육’을, 2017. 5. 4. ‘2017년 1차 보수교육’을 실시하였고, 피해 근로자 중 D, F, G, H이 위 교육에 참석한 사정(증거기록 제2권 821~831쪽, 공판기록 제1권 351쪽) 및 피해 근로자들이 작성한 합의서에 임금 미지급분에 대하여 민형사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된 점(공판기록 제1권 126~193쪽)은 피고인 주장에 부합한다.

반면, 피해 근로자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합의서 작성 이전에 별도의 설명이 없었으며 합의서 문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아래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건대, 피해 근로자들이 위 합의서의 의미를 이해한 채 자발적으로 위 합의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합의서를 피해 근로자들의 명백한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위 합의서는 임금채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가)

합의서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2016년 2차 보수교육에 참석한 D와 F는 원심 법정에서 보수교육 당시 합의서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2권 544, 658, 659쪽), 2016년 2차 보수교육 이후 근무를 시작하였거나 위 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G, H, E도 원심 법정에서 합의서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으며 합의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2권 554, 558, 639, 642, 649, 650쪽).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인 P도 원심 법정에서 2019. 4. 26. 보수교육과 위 보수교육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이번(2019. 4. 26. 보수교육)에는 2018년도 수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그전(2016년 2차 보수교육)에는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돈을 얼마 받는데 얼마,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말해 주어서 받아들이기가 편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2권 567, 568쪽).

피해 근로자들과 P의 위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실시한 보수교육에서 보건복지부 수가 구조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있었을지언정, 기관의 재정 상태나 활동보조사들이 포기하게 되는 수당의 규모 및 내역, 합의서 작성 거부에 따른 후 속조치 등 자발적인 임금채권 포기 합의에 필요한 상세한 정보들이 제공되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

피해 근로자들이 합의서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작성하였는지 여부

2016. 8.부터 2016. 하반기까지 작성된 합의서 양식에는 ‘갑(V)은 매년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정해진 활동지원인 인건비 기준에 의거하여 임금을 지급하였으며 을(활동보조사)은 이에 확인하고 이외에 더 이상 동 기간의 어떠한 금품채권(연차휴가, 미사용수당, 근로자의 날 수당 등 법정 제수당)에 대하여 관련 기관에 진정 및 민형사적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며 갑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016. 하반기부터 2017. 9.까지 작성된 합의서 양식에는 ‘2016. 8. 29.에 합의한 서비스제공시간 보장 및 그에 따른 임금항목 및 산정방식을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하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는 기재가 추가되었다(공판기록 제1권 126~193쪽). 피해 근로자들이 2016. 1.경부터 2016. 9.까지 추가로 작성한 확약서에도 위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피고인이 당심에 제출한 증 제21~23호증의 각 3, 증 제24, 25호증의 각 2).

그러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는 활동보조사들이 포기하게 되는 수당의 내역 및 규모를 전혀 알 수 없다.

이러한 전체적인 경위를 종합하면 결국 ① 피해 근로자들은 임금 및 각종 수당이 산정되기 전에, 당시 피해 근로자들이 포기하게 되는 임금이나 수당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피고인이 미리 만들어 제시한 합의서에 형식적으로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임금 전액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단시간 근로자의 지위로 전환되어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이 예정되었던 점, ③ 피해 근로자들이 고령인 반면 합의서의 기재도 모호하고 작성 당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피해 근로자들이 위 각 합의서에 서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취지를 이해한 채 자발적으로 임금채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합의서가 임금채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해 근로자들의 각 근로계약서에 의하면(공판기록 제1권 84~124쪽), 피해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기일은 매월 10일이다. 그런데 피해 근로자들은 모두 전월 근로에 대한 임금 지급기일인 매월 10일 이전인 1일부터 5일 사이에 전월 임금에 대한 합의서를 미리 작성하였다(공판기록 제1권 126~193쪽).

즉 피해 근로자들이 위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포기 대상인 임금채권은 아직 산정되지도 않아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기 전이었다. 따라서 위 합의서는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로 보아야 한다.

나)

피고인의 임금 미지급 고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활동보조사들로부터 합의서를 받게 된 경위에 대하여 ‘2016. 초 당시 임금체계의 위법성을 알게 된 후, 노무사와 상담을 통해 활동보조사들이 월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되 대신 주휴수당, 연장, 야간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제2권 872쪽),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 근로자들에게 임금의 일부가 구조적으로 미지급되고 있었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은 위 합의서를 근거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합의서가 임금채권이 산정되기 전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등 진정한 임금채권 포기 합의에 이르기 위한 제반 상황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점, 위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피해 근로자들에게 단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등 피해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합의서를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 내지 범위를 다툴 만한 정당한 근거로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책임을 면하려는 방법의 일환으로 위 각 합의서를 마련한 것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이의 존재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고의나 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는 피고인의 신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신뢰가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고의나 책임이 부정될 여지는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관과 활동보조사들 사이에 근로시간 제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합의서 작성을 거부한 활동보조사들에게 퇴직을 종용한 점 등을 종합하여 합의서 작성 거부와 근로시간 제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호 소정의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란 일반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나, 조합원이 조합의 결의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서 한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활동 그 자체가 아닐지라도 그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조합원의 행위를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행위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다13708 판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8다2912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피고인은 피해 근로자들이 합의서 작성을 거부하여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일 뿐 피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원 지위와 위 근로시간 제한 조치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바, 이는 합의서 작성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호 상의 불이익 취급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위 합의서 동의 여부에 따라 각종 수당을 포기하게 되거나 근로시간에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위 합의서는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를 거부하고 쟁점화하는 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한 것으로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인 합의서 작성 거부를 이유로 피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제한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설령 피고인이 노동조합 활동과는 무관하게 합의서 작성 여부를 근거로 피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제한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불이익 취급에 해당된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작성된 합의서의 성격 및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의 특성과 현실적 어려움, 피고인의 형사처벌 전력,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은 없다.

원심이 참작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피고인이 별도의 자구책 없이 피해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단시간근로자의 지위를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고용노동청을 통한 피해 근로자들의 지속적인 소통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 원심이 이미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의 특성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택하고 그 액수를 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한다(다만, 원심판결 제5쪽 제8행 이하의 ’진술하지 않았다‘는 ’진술하였다‘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경정한다).

판사 김용두(재판장) 이의진 이영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