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4. 12. 20. 선고 2024가단10838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은 망 E(F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처이고, 원고 B, C는 원고 A과 망인의 자녀이며, 피고는 택시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망인은 2003. 8. 27.부터 2011. 7. 31.까지 주식회사 G 소속 택시기사로 근무하였고, 2011. 8. 1.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소속 택시기사로서 택시운전업무를 수행해왔다.

다.

2023. 9. 3. 03:30경 망인이 운전하던 택시가 부천시 오정구 H 소재 I편의점 앞 도로에서 정차 후 승객이 하차하였음에도 움직이지 않자,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의 119신고로 망인이 J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망인은 후송 직후 뇌실질내출혈 등 진단과 함께 혈종제거술을 받았고, 재출혈로 2023. 9. 20. 2차로 혈종제거술을 받았으나 2023. 11. 18. 03:30경 사망하였다. 사망의 직접원인은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이고, 직접사인의 원인은 원발성 고혈압이다.

라.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A이 신청한 망인의 상병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다만, ‘원발성 고혈압’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음) 원고 A에게 유족급여 지급결정을 하였다.

마.

한편, 피고는 택시기사가 얻은 수입의 관리방식에 관하여, 택시기사가 피고에 일정 금원을 납부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은 택시기사의 수입으로 하며 택시기사에게 매월 기본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하 ‘사납금제’라 한다)을 취하고 있고, 이 사건 당시 망인이 근무하던 방식인 2인 1차제의 경우 사납금을 136,000원으로 정하고 있었다. 망인은 1일 2교대제 하에서 6일간 계속하여 오전근무(10:00부터 21:00까지) 또는 오후근무(22:00부터 익일 09:00까지)만 하다가 6일 후에 다시 6일간 근무시간을 변경하여 다른 근무를 하였고, 오전근무에서 오후근무로 교대가 바뀌는 매주 일요일 하루 휴식을 취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0, 19,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는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망인이 법상 허용한도를 현저히 초과하는 장시간 주야간 교대근무, 사납금 부담에 따른 무리한 운행, 휴게시간 부족 등 육체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출혈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위자료 청구권을 상속받은 원고들에게 청구취지와 같은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택시기사의 업무특성에 비추어 망인은 과로에 있지 않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특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도 않았으며, 망인의 기왕증인 고혈압이 그 사망에 기여하였으므로 망인의 택시운전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피고로서는 망인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고지받은 바가 없어 그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없었다. 따라서 피고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ㆍ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살피건대, 원고 A이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지급결정을 받은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피고가 채택하고 있는 사납금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의 관계 법령에 위반되고 망인의 근로조건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0조 등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내지 4,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본 사정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망인의 사망을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망인이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망인의 근무시간이 매일 11시간으로 그 절대적인 시간이 많기는 하나, 택시기사의 근로형태에 비추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택시기사로 근무한 망인으로서는 운행 중간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고 소속 27명의 택시기사들의 2023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초과금(매출액에서 사납금을 공제한 금액)내역서를 보면, 망인은 꾸준히 하위권에 위치하였는바, 망인의 근무강도는 피고 소속 다른 택시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나)

피고가 1인 2차제 하에서 설정한 1일 사납금 136,000원 및 1일 2교대제 하에서 시행한 1일 근로시간 11시간이 다른 택시회사들에 비하여 그 기준이 과도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망인의 사망 직전 망인의 근무형태나 근무시간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는 없었으며, 망인은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망인이 2022. 11. 30. 수검한 건강검진 결과에 의하면, 고혈압 유질환자인 망인은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고 바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고, 위험음주상태로서 절주 또는 금주가 필요하며 신체활동량 역시 부족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망인이 위 건강검진 이후 고혈압을 관리하기 위하여 병원에 내원하였다거나 생활습관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망인이 매일 11시간의 근로시간, 1인 2차제 하에서 1일 사납금 136,000원 등으로 과로를 하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에게 의견을 제시해 근무환경의 개선을 요청한 바가 없고, 망인의 좋지 않은 건강상태에 관하여도 이를 피고에게 알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다른 택시회사들에 비하여 소속 택시기사들에 대하여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던 피고로서는 망인이 과중한 택시운전업무로 인하여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

망인의 직접 사망원인은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이고, 위 뇌내출혈의 원인은 원발성 고혈압인데, 망인은 사망 당시 만 76세의 고령으로 기저질환인 고혈압이 있었는바, 앞서 살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택시운전업무로 인해 망인의 지병인 고혈압이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뇌내출혈이 발병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

산재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반해 원고들이 이 사건으로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 A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관련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의 과실이 인정되거나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