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김포시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7명을 고용하여 공업용 가스 제조 판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2. 10. 20.부터 2024. 4. 11.까지 생산현장에서 고압 가스 충전하는 일을 하고 퇴사한 D에게 근무기간 동안 발생한 연차미사용수당(체불금품) 합계 2,415,92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제 수당을 가산하여 이를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연차휴가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간을 근로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러한 소정기간의 근로를 전제로 하여 주휴수당이나 연월차휴가수당을 일당 임금이나 매월 일정액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회사와 D이 체결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이 유효한 포괄임금제 계약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D에게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미지급 사실만으로 곧바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 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2022. 10. 21.자 이 사건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생략>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대표 E는 2022. 1. 3.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연차휴가법 개정으로 인하여 연차미사용수당을 연봉에 선 포함하는 것과 대체사용에 이의가 없다'고 합의하였고, D은 2022. 10. 21. '근로기준법 제62조에 근거한 연차휴가 관련사항(대체사용 및 연봉포함 등) 협의를 위하여 E를 근로자 대표로 선임하는 데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제35조 4호는 '회사는 근로계약서상 사원의 연봉에 연차미사용수당 및 유급휴가수당이 포함 되어 있으며, 노사는 해당사항에 대한 상호동의서를 작성한 후 이에 대한 민형사상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 연차미사용수당(해당 사원의 시급×8시간×15)÷12를 포괄임금에 포함'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52조는 '사원의 임금은 연봉에 기초한 포괄임금제로 하며 별도 임금 규정에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인 F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회사가 동종업계들 회사보다 연봉이 높은 것은 연차가 포함된 금액이 연봉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D이 근무기간 동안 미사용 연차미사용수당을 회사에 청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포괄임금제를 계약한 이유는, 회사 규모 및 업종이 영세하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계약이 포괄임금제 계약으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초부터 D과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비법률가 인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이 연차미사용수당 등의 제수당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으로서 유효하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판단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윤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