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05. 11. 6. 피고가 운영하던 주식회사 D에 정규직원으로 채용되었다.
피고는 2005. 12. 16. 구체적인 사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계속 근무할 의사를 표현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더 이상 근무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거절하면서 계속적으로 원고의 사직을 요구하였고, 결국 원고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퇴직'이라 한다).
이 사건 퇴직 이후 원고는 3개월간 실업급여를 수령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의 퇴직사유를 업무에 대한 능력 부족과 동료들과의 불화로 처리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06. 3.경 이 사건 퇴직과 관련하여 피고가 운영하던 회사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자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원고에게 실업급여 수령사유를 원고의 일신상의 사유인 건강 문제(두통 등)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부당한 요구로 받아들여 거절하였다.
이후 원고는 2009. 7. 29.자 고소장을 통해 피고를 고소하면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하였고, 이를 통해 공무집행을 방해하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는 위 고소사건을 수사하여 협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였고(부당해고), 이후에는 원고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한 것이라는 거짓사유로 노동부에 신고해 달라며 부당한 강요를 하였으며(부당한 강요), 원고가 피고의 요구를 듣지 않자 원고에게 "이 바닥에서 나한테 잘못 보이면 배추장사나 해야 한다"는 등 원고를 협박하였으며(협박), 원고가 정신병자라거나 융통성이 없다거나 일을 못한다는 등 허위의 사실을 주변이나 동종 업계에 퍼뜨려 원고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원고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였기에(허위사실 유표에 의한 명예훼손),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4,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판단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 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2926 판결, 1993. 1. 26. 선고 91다386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사직을 종용하였고, 원고는 회사의 대표인 피고의 계속적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을 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피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사용자의 부당해고가 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해고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12157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원고의 형식적 퇴직사유를 업무능력 부족과 동료들의 불화로 삼고 있는 사실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오로지 원고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어 해고하였다거나 해고사유로 삼은 사실이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점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고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부당해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 주장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하여 보건대, 부당해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성격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이는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제기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는바(민법 제766조 제1항), 앞서 인정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2009. 7. 29.자로 고소하면서 그 고소장에 "부당해고를 당한 후 정서적 충격으로 3달을 구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싶습니다"고 기재하였고, 그 수사과정인 같은 해 8. 19. 경찰서에서 고소보충 진술을 하면서 "C이 '너와 불안하여 같이 일을 못하겠으니 그만 둬라'고 하여 … 퇴사를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절차를 어긴 부당해고를 한 것입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어, 결국 원고는 피고를 고소할 무렵에는 피고의 부당해고로 인하여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의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한 2013. 8. 9.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위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 주장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강요 및 협박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부당한 강요행위를 하였다거나 협박을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고는 늦어도 피고를 고소할 무렵에는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주장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은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
그러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수사기관이나 이 법정에서 "피고가 원고를 면담할 당시 원고가 '출퇴근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하였다"거나 "원고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별다른 다툼이 없으나, 수사과정이나 민사소송 과정에서 당사자 등이 한 진술의 내용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연히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그 진술의 경위와 내용 및 사건과의 관련성, 공연성 등에 비추어 예외적인 경우에만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주변이나 동종 업계에 위와 같은 내용을 퍼뜨리는 등 공연히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여 원고에게 정신적인 손해를 입게 할 만한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민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