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5, 8, 9 기재 각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를 E으로부터 인수하려 하였으나 인수계약 진행 중에 위 계약이 취소되었다. 피고인은 C의 대표이사가 아니었고 C를 실제로 경영하지도 않았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피고인 작성의 진술서(증거목록 순번 18),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22)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본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제5항에 의하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고, 위 규정은 피고인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관하여도 준용되는바, 위 규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50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 순번 18 기재 피고인 작성의 진술서(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 같은 목록 순번 22 기재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증거로 함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피고인은 원심에서 자신이 C를 실제로 경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 그런데 위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이 C를 실제로 경영하였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일부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다.
기록상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위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인정한 것으로 기재된 것은 피고인의 진술경위로 보아 착오 기재였거나 아니면 피고인이 그와 같이 진술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내용인정"으로 조서를 잘못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위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바가 없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위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였다.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아래에서는 위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살핀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인천 중구 B에 있는 C의 실경영자로서 상시 11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정수기 렌탈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4. 1.부터 2016. 9. 2.까지 근무한 D의 2016. 8. 임금 1,946,243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9 명의 임금 합계 38,161,69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 법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15조 소정의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
근로기준법 제15조에 의하면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하여 온 자는 임금 지불에 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3889 판결).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 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 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퇴직 등의 사유로 그 지급 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5044 판결 참조).
검토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의 각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E은 C의 대표이사로서 C를 경영하다가 2016. 3.경 피고인과 C의 경영권과 자산 일체에 관한 인수계약(이하 '이 사건 인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후 E으로부터 C의 법인 인감도장, 통장, OPT를 인도받아 C를 경영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근로자들을 고용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인수계약 이후 E에게 인수대금 중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C의 채권자들에게 채무의 이행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피고인과 E 사이에 이 사건 인수계약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다.
피고인과 E은 2016. 8. 6. 이 사건 인수계약을 합의해지하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인수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급여 및 퇴직금은 피고인이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과 E은 위 합의각서에 기재된 쌍방의 의무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그 후로도 몇 차례 이 사건 인수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한 합의각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2016. 8. 6. E과 합의각서를 작성할 무렵부터는 C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위 합의각서 작성일로부터 2~3일이 경과할 무렵 E에게 C의 경영에 필요한 법인 인감도장, 통장, OTP를 인도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인수계약 이후 C를 경영하였으므로 피고인이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피고인은 사업주인 C의 사업경영담당자로서 C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나, 피고인이 C의 경영에서 배제된 2016. 8. 6. 무렵 이후에는 C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2016. 8. 6. 이후로도 실제로 C를 경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6, 7 기재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6. 7. 15.나 같은 달 30. 에는 C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5, 8, 9 기재 각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에는 C를 경영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E과 이 사건 인수계약에 관한 합의해지를 하면서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을 책임지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소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5, 8, 9 기재 각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원심은 위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나머지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을 하나의 형으로 처단하였으므로,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살펴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도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