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9. 1. 15. 선고 2018나5448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선택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제1심 판결의 "2. 피고 H, I, J, K에 대한 각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제6쪽 9행부터 제8쪽 8행까지)을 "2. 고치는 부분"과 같이 고쳐 쓰고, 위자료에 관한 추가 주장을 "3. 추가판단"과 같이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 H, I, K은 피고 L에 대한 순차적인 상위 도급자들로서, 피고 J는 I를 피보험자로 한 사용자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망인 및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원고들은 이 법원에서 2), 3)항 및 4)항 중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선택적 청구원인으로 추가하였다).

1)

① 피고 H, I, K의 직원이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지켜보면서 각종 보고를 받고 있었고, ② 망인의 산업재해를 I가 처리하였으며, ③ 인양작업에 피고 K의 장비를 이용하는 등 피고 H, I, K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이른바 노무도급 관계에 있었으므로, 피고 H, I, K 및 사용자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피고 J는 연대하여 망인 및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선택적으로, 도급인은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수급인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것인데, 피고 H, I, K은 인양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위험한 시기에 빠른 인양을 지시하는 등 도급에 관한 중대한 과실을 범하였다.

3)

선택적으로, 피고 K의 장비를 이용하여 혼합가스를 배합하였는데 이에 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피고 K은 피고 L와 공동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4)

선택적으로, 피고 H, I, K은 근로기준법 제90조 제1항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 내지 제19조, 제29조에 따라 망인에 대하여 안전보호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하였으므로, 망인 및 원고들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저야 한다.

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

1)

사용자책임의 인정 여부

살피건대, 도급인이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는 비록 도급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지만(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판결,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도급인의 지휘·감독은 실질적인 사용자 관계가 인정될 정도로 구체적인 공사의 운영 및 시행을 직접 지시·지도하고 감시·독려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7837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6, 7, 13호증의 각 기재, 을라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V, T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피고 H, I, K이 피고 L나 망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노무도급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첫째, 피고 K은 피고 H, I로부터 순차 도급받은 이 사건 인양작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수심 50m 이상의 심해잠수작업에 관하여는 실적도 존재하지 않고, 경험도 없으며 관련 교육도 받지 않아서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피고 L와의 사이에 이 사건 인양작업 중 심해잠수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피고 K은 피고 L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순히 심해잠수작업이 가능한 잠수사들의 노무만을 제공받는 방식이 아니고 투입인원 및 투입장비 등의 총 견적으로 40,000,000원을 제시받은 뒤 그에 따라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둘째, 피고 L는 심해잠수작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직접 망인 등의 전문잠수부들을 고용하였다. 또한 피고 H, I, K은 심해잠수작업에 관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 L가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잠수부들과 현장상황을 판단하고 잠수부들에게 심해잠수작업을 지시·감독하였다.

셋째, 피고 H, I, K의 담당자들이 이 사건 사고 당시 W에 승선하였으나, 위 담당자들은 심해잠수작업에 대한 부분을 전적으로 피고 L에게 일임한 후 심해잠수작업을 보조하거나 후속 인양작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W에 승선한 것으로 보일 뿐 심해잠수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법 등에 관하여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L가 작업의 시작과 중단을 결정하면 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넷째, 피고 L는 혼합기체를 충전하는데 피고 K의 공기압축기 등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피고 K의 지도나 지시 없이 피고 L 측이 독자적으로 이를 사용하였다.

다섯째, 피고 I가 망인의 산업재해 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 I가 피고 L나 망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도급인의 불법행위책임 인정 여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K과 피고 L 사이의 계약에 의하면 작업의 개시일만 지정되어 있을 뿐 작업의 종료일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점, ② 작업이 길어질 경우 피고 L의 비용이 커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계약상 수급인인 피고 L에게 다른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 L 측의 잠수사 등이 작업이 위험해서 하지 못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지도 않은 점, ④ 피고 L는 이 사건 사고 전날 저녁에는 유속이 빠르다고 판단하고 관계자들에게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심해잠수작업을 사실상 강요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수급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업무의 위험성이 전제된 계약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H, I, K에게 심해잠수작업의 도급에 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3)

장비운용과실로 인한 피고 K의 공동 불법행위책임 인정 여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L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K이 W에 보유하고 있던 공기압축기를 이용하여 혼합기체를 일부 충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공기압축기를 사용하여 혼합기체를 만드는 일은 심해잠수를 위하여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피고 K의 개입 없이 피고 L 측이 독자적으로 공기압축기를 사용한 점, ② 피고 L는 자신이 직접 가지고 간 공기압축기를 이용해서도 혼합기체를 충전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망인이 사용하고 있었던 혼합기체가 피고 K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압축기를 통해 충전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 L가 가지고 간 공기압축기를 통해서 충전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점, ③ 피고 K이 공기압축기 장비를 관리하는 데 다른 과실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K의 장비운용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채무불이행책임에 관한 판단

1)

근로기준법 제90조 제1항에 따른 책임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90조 제1항은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상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사업이 행하여지는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을 함에 있어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는 것이어서 이를 여러 차례 도급계약이 체결된 경우 원수급인과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 사이에 고용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하여 민법 등에서 정한 보호의무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기 어렵고, 달리 이와 같이 볼만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0조 제1항에 따라 피고 H, I, K과 망인 사이에 고용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되어 민법 등에서 정한 보호의무가 발생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 내지 제19조, 제29조에 따른 책임에 관하여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 내지 17조는 사업주에게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산업보건의를 두고,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직무와 관련된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피고 L가 사업주로서 망인 등을 고용한 사업장이므로, 피고 H, I, K이 망인과의 관계에서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할 대상자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 사업의 관리책임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2017. 10. 17. 대통령령 제283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는 위 제18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수급인과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포함한 상시 근로자가 100명(선박 및 보트 건조업, 1차 금속 제조업 및 토사석 광업의 경우에는 50명) 이상인 사업 및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공사금액을 포함한 해당 공사의 총 공사대금이 20억 원 이상인 건설업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현장이 수급인과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포함한 상시 근로자가 100명 이상이거나 총 공사대금이 20억 원 이상인 건설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제2항은 이를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작업장의 순회점검 등 안전·보건관리,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H은 피고 I에게, 피고 I는 피고 K에게 각 인양업무 전부를 도급하였으므로, 피고 H과 피고 I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편 피고 K은 피고 L에게 전체 작업의 일부인 심해잠수작업만을 도급하였고, 심해잠수작업과 그 이후에 대상물을 인양하는 작업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피고 K은 피고 L와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작업장을 순회점검하며, 피고 L가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피고 K은 피고 L가 작업하는 W를 관리하였고, 피고 L는 잠수사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 K이 피고 L와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K은 피고 I로부터 인양업무를 수급하였으나 50m 이상의 심해잠수작업에 관하여는 실적도 존재하지 않고, 경험도 없으며 관련 교육도 받지 않아서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피고 L에게 하도급하게 된 점, 피고 K이 피고 L와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피고 L의 안전지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개입할 여지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혼합기체의 제조 등 W의 장비를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피고 L만이 전문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피고 K이 이를 감독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K이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추가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위자료가 적어도 70,000,000원은 인정되어야 한다.

나.

판단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쌍방의 과실 정도, 망인과 원고들의 나이 및 가족관계, 피고 L가 형사공탁한 점, 원고 A이 유족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과 원고 A에게 7,000,000원, 원고 C, E에게 각 5,000,000원, 원고 F, G에게 각 2,000,000원의 위자료가 인정되는 점을 더하여 보면, 망인의 위자료로 42,000,000원을 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4.

결론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들이 이 법원에서 추가한 선택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성훈(재판장) 이학승 심우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