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인천 미추홀구 C에 위치한 'D'라는 동물병원(이하 '이 사건 동물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2017. 7. 1.부터 2018. 6. 30.까지 이 사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피고는 2018. 3. 8. 원고에게 '휴진, 지각, 업무지시서 거부, 근무일정표 거부 및 훼손'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을 의결(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에 대하여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 등을 하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5. 23.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은 그 징계사유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겁고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처분으로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는 부당정직임을 인정하고,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을 취소하고, 정직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정을 하였다.
피고는 위 판정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9. 13. 원고가 이 사건 동물병원을 2018. 7. 1.자로 퇴사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더 이상 구제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초심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피고는 2020. 5. 19.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와 동일한 사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후속징계'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1, 12, 14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이 사건 징계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는 부당정직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정직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2018. 3. 9.부터 2018. 6. 8. 사이의 임금 15,000,000원, ② 2018. 6. 9.부터 2018. 6. 30까지 임금 3,663,667원 중 피고가 지급한 3,129,700원을 제외한 미지급 임금 533,967원, ③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5,999,580원에서 피고가 지급한 퇴직금 5,490,060원을 제외한 미지급 퇴직금 509,520원, ④ 피고가 미지급한 15일간 연차수당 3,483,000원, ⑤ 피고가 납부하였어야 할 3개월간 국민연금 1,212,300원 합계 20,738,7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징계는 징계사유가 있고 징계양정 역시 적정하다. 또한 피고는 2020. 5. 19. 원고에게 정직 2개월의 이 사건 후속징계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 중 1개월에 해당하는 임금 등 청구 부분은 기각되어야 한다.
판단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
징계사유의 존부
갑 제1호증, 을 제7,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근무일정 미준수
이 사건 동물병원 취업규칙 제28조에는 '근무형태는 순환근무제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형태는 회사의 사정에 의하여 변경이 가능하다, 주휴일은 매주 하루를 선택하되 회사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요일과 월요일을 반드시 휴무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로서는 동물병원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무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근로자인 원고는 사용자인 피고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가 변경한 근무일정인 3일 근무 1일 휴무, 2일 근무 1일 휴무의 형태가 원고가 감수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원고는 지정된 근무일정을 준수하지 않아 이 사건 동물병원의 진료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지각 및 시말서 작성, 제출 거부
원고가 2018. 2. 14. 사전 통지 없이 지각한 것은 무단지각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에 대하여 시말서를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데도 원고는 시말서의 작성을 거부하였다. 원고의 지각은 이 사건 동물병원 취업규칙 제67조 제8호 무단지각 등 사원으로서의 본분에 배치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고, 원고가 시말서 제출을 거부한 것은 이 사건 동물병원 취업규칙 제67조 제4호 업무상 정당한 상사의 지시명령에 불복한 경우에 해당한다.
교육자료 작성 거부
동물병원 내 수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간호사에 대한 교육자료는 동물병원에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교육자료 작성을 지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원고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였다고 하나, 피고의 동물병원 사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업무로 보이고 원고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장소, 담당업무, 근무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프로필, 근무일정표 훼손
위 가)항에서 본 반와 같이 이 사건 근무 일정의 변경이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원고로서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진료실 앞 로비라는 개방된 장소에서 근무일정표를 찢어서 훼손한 사실은 근무일정에 대한 정당한 항의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사유는 이 사건 취업규칙 제67조 제8호 품행이 불량하여 회사 내의 미풍양속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에게 한 이 사건 징계 및 이 사건 후속징계는 모두 징계양정이 지나친 것이어서 부당하다.
피고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의 수의사들의 근무일정은 각자의 일정 변동 없이 거의 고정되어 있었고, 간혹 일정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 담당 직원을 통해 사전협의나 조율을 거쳐 조정되어 왔는데 피고는 갑자기 사전 조율 없이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근무일 변경을 통지하였다. 피고는 사전에 원고와 충분한 협의나 조율을 거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별다른 협의 없이 근무일을 변경하였고, 원고로서는 갑작스럽게 변경된 근무일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무단지각에 대한 시말서의 작성을 거부하기는 하였으나, 원고의 지각이 단 한 차례 13분 지각한 것에 불과하여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시말서를 제출 받아 그 경위를 파악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는 원고의 근무일정 미준수로 인하여 병원 운영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원고가 9일간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휴가를 시작하기 전날 퇴근 무렵에 교육자료의 작성을 요구하고, 휴가종료 후 복귀하는 날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하였다.
이 사건 병원 취업규칙 제68조에 정직은 "중대 징계사유 발생자에 대하여 3월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여 정직 처분은 피고가 해고 다음으로 취할 수 있는 중한 단계의 처분이다. 이 사건과 같은 경우라면 다른 경징계가 선행될 필요가 있는바, 보다 가벼운 징계로도 조직 내 질서유지라는 징계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퇴직이나 해고의 효과를 의도하고 중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 또는 정직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참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아래와 같이 원고에게 부당정직기간 동안의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정직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2018. 3. 9.부터 2018. 6. 8. 사이의 임금 15,000,000원
2018. 6. 9.부터 2018. 6. 30까지 임금 3,663,667원 중 피고가 지급한 3,129,700원을 제외한 미지급 임금 533,967원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5,999,580원에서 피고가 지급한 퇴직금 5,490,060원을 제외한 미지급 퇴직금 509,520원
피고가 미지급한 15일간 연차수당 3,483,000원(= 29,025원×8시간×15일)
피고가 납부하였어야 할 3개월간 국민연금 1,212,300원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20,738,787원과 그 중 15,000,000원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8. 6. 2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법원 판결선고일인 2019. 11. 14.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5,738,787원에 대하여 원고가 퇴사한 2018. 7. 1.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8. 7.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법원 판결선고일인 2019. 11. 14.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신재환(재판장) 송한도 박정미
각주1) 월급 5,000,000/30×22 = 3,666,666원이나, 처분권주의에 따라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계산하기로 한다.
각주2)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의하면, 1년을 근무한 경우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