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결정

인천지방법원 2019. 4. 11.자 2019카합10014 결정

단체협약상지위보전가처분

주문

1.

채권자들의 채무자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채권자 A노동조합(이하 ‘A노조’라고 한다)은 국내 금속산업 근로자들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채권자 B지부(이하 ‘B노조’라고 한다)는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만 한다) 소속 근로자들로 조직된 채권자 A노조의 산하 지부이다. 채권자들은 2018.4.26. D과 유효기간을 2020.7.31.까지로 정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D은 2018.10.4. 이사회에서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연구개발사업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하여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의하였고, 같은 해 12.18. 주주총회에서 그에 관한 분할계획서(이하 ‘이 사건 분할계획서’라고 한다)를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분할 후 신설 법인으로 채무자 회사가 2019.1.2. 설립되었다.

다.

D의 분할 및 채무자 회사의 설립 과정에서 B노조 소속 근로자들 약 10,000명 중에서 3,200명 정도가 채무자 회사로 전적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전적한 위 근로자들 역시 채권자 B노조에 가입되어 있고, 채무자 회사도 채권자 B노조의 단체협약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다투지 않고 있다(분할 후 D과 채무자 회사 두 곳을 아우르는 소위 ‘2사 1노동조합’에 관하여 수용한 것이다).

라.

채권자들은 새로 설립된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지위 내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채무자 회사는 위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관하여 정한 조항들은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부분인 별지 제1목록 기재 조항들(이하 ‘이 사건 조항들’이라고 한다)은 승계되지 않으므로, 그에 관하여는 별도의 단체협약의 체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통보하였다.

2.

채권자들의 신청 요지

가.

이 사건 단체협약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채무자 회사에 그대로 승계되어 채권자들과 채무자 회사 사이에 적용됨에도 채무자 회사가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하여 그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1)

채무자 회사는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분할 후 D과 연대하여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으므로, 위 단체협약에서 정한 채무를 그대로 부담한다. 채무자 회사가 같은 조제2항에 따라 분할계획서를 통해 그 중 일부 채무만을 승계하기로 정하였더라도, 같은 조제3항에서 규정한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 연대책임이 배제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단체협약은 관련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더라도 채무자 회사에 당연히 승계된다. 위 단체협약의 내용 중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조항들을 ‘규범적 부분’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근로관계가 승계됨에도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모순적 상황을 피하고, 회사분할로 인해 채무적 부분이 임의적으로 면탈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3)

영업양도의 경우에 양수회사로 단체협약의 승계가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 회사에게도 그 승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회사분할과 영업양도는 각각 분할 후 신설회사와 영업 양수회사가 영업을 실질적으로 승계한다는 면에서 동일성이 크고, 분할회사(분할 전 회사를 지칭한다)와 분할 후 신설회사의 동일성의 정도가 영업을 양도한 회사와 양수한 회사의 동일성 보다 크기 때문이다.

나.

이로 인해 채권자들의 단체협약상 권리가 침해되고 노동조합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므로, 채권자들은 위 단체협약에 따른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신청취지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3.

단체협약의 승계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회사분할의 효과에 관한 상법 규정의 해석

1)

합병의 경우에는 법인격이 합일되므로 소멸회사의 모든 ‘권리의무’를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포괄승계하나(상법 제235조), 회사분할에는 이 같은 채무의 포괄승계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 다만 상법 제530조의 10에서 분할신설회사가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위 조항이 회사분할의 효과 내지 권리와 의무의 승계에 관한 일반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할의 경우에는 분할 후 신설회사가 ‘분할 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정된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인수함이 원칙이다. 다만 법령에서 이전을 금하는 권리나 일신전속적 권리 기타 성질상 이전이 허용될 수 없는 권리는 분할 계획에서 이전대상으로 특정되었더라도 이전될 수 없다(대법원 2011.8.25. 선고 2010다44002 판결 참조).

2)

한편 상법은 제530조의9 제1항에서 분할 후 신설회사는 분할 전 회사의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분할 전 회사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둔 규정이다. 하지만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는 것을 조건으로 ‘분할계획서에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에 대한 책임만을 부담할 수 있다(같은 조제2항, 제4항).

3)

이처럼 회사분할의 효과에 관한 일반 규정인 상법 제530조의 10은 권리와 의무의 포괄승계가 원칙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분할 후 신설회사의 연대채무를 규정한 같은 법 제530조의9는 ‘권리와 의무’가 아닌 ‘채무’라는 한정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정한 경우에는 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말하는 ‘채무가’ 반드시 금전채무에 한정되지는 않겠지만, 금전채무나 성질상 금전채무로 전환되어 변제될 수 있는 급부채무를 염두에 둔 규정이라고 보이고, 같은 조제4항에 의한 채권자보호절차의 내용이 이의가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 변제 또는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하는 상당한 재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4)

이러한 상법의 규정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회사분할의 경우에 분할회사의 채무가 금전채무이거나 금전채무로 전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같은 법 제530조의9 제1항이 적용되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채무라면 같은 법 제530조의10의 일반규정에 따라 승계되는 채무의 범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 일반규정만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분할계획의 효력이 부인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승계되는 채무의 범위가 정해지고, 채권자보호절차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음이 명문상 분명하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채무의 성질과 적용 법조

1)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한 부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33조제1항에 따라 협약당사자가 아닌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강행적·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적 효력’을 갖고 있다. 임금, 근로시간, 근로관계의 종료 등에 관한 조항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반면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 이외에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 사이의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을 정한 부분은 협약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일반적인 계약의 효력만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 조직에 관한 조항,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조항,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관한 조항 등이 포함된다.

2)

이 사건 단체협약도 그 당사자가 아닌 근로자들에게도 직접 적용되는 규범적 효력을 갖는 부분(이하 ‘규범적 부분’이라고 한다)과 그 외에 계약 일반의 효력을 갖는 부분(이하 ‘채무적 부분’이라고 한다)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체로 노조활동의 보장(제15조~제22조), 단체교섭(제126조~제130조) 등에 관하여 정한 이 사건 조항들이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고, 나머지 부분들이 규범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 규범적 부분에 대하여는 채무자 회사가 위 단체협약이 온전하게 승계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효력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항들이 포함된 채무적 부분의 승계 또는 이 부분에 대한 연대채무 부담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3)

살피건대 위 채무적 부분이 그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서만 유효함이 원칙인 이상, 채무자 회사가 분할 전 회사와 구분되어 새로운 법인격을 갖는 법적 주체로 설립된 상황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이 그 당사자가 아닌 전적된 근로자들이나 채무자 회사에게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에 관하여는 규범적 부분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33조제1항과 같은 규정이 없고, 그에 관한 합의도 없었다.

4)

한편 위 채무적 부분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부담하는 단체협약상 채무로서 금전채무가 아님이 분명하고, 그 불이행 등의 경우에 금전채무로 쉽게 전환되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다수의 법적 주체가 ‘연대하여’ 변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유형의 채무로 보이지 않고, 채권자들 주장과 같이 분할 후 존속회사와 분할 후 신설회사 모두를 합쳐서 분할 전 회사에 적용되는 수준과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여부 또는 위 두 회사가 분할된 비율에 따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채무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면, 이는 연대책임의 성질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위 채무적 부분 전체가 유기적으로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하여 정해진 이상, 설령 그 중 일부가 예외적인 경우에 금전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부만을 분리하여 성질상 금전채무로 취급할 수도 없고, 위 채무적 부분 전체를 금전채무와 같이 평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들을 포함한 위 채무적 부분에 대하여는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같은 법 제530조의 10의 일반규정에 따라 분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승계 여부가 결정된다.

다.

분할계획서에 따른 판단

1)

이 사건 분할계획서의 내용 중 근로계약관계에 관하여 정한 부분은 아래와 같고, 위 분할계획서에 근로조건이나 단체협약에 관하여 달리 정한 바는 없다(여기서 ‘연구개발법인’은 채무자 회사를 지칭한다).

*****

5.

근로계약관계의 이전과 퇴직금

연구개발법인은 분할기일 현재 분할대상사업부문에서 근무하는 모든 종업원의 고용 및 관련 법률관계(퇴직금, 대여금 등 포함)를 승계합니다. 단, D에 적용되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은 연구개발법인에 승계되지 아니합니다.

*****

2)

이 사건 분할계획서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중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규범적 부분을 의미한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채무자 회사가 승계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였음이 그 기재에 의하여 분명하게 드러난다(2018.11.12. 직원들에게 배포한 사내 공지문에도 ‘단체협약 중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는 노동조합과 회사간의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된 조항들의 경우 자동적으로 승계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3)

상법 제530조의 10에 의한 권리와 의무의 승계에 대하여는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규정이 없고, 이 사건 조항들이 상법이 정한 채권자보호절차가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님은 앞서 보았으므로, 위 분할계약서가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지 않고 승인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는 채권자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채권자들이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위 단체협약에서 정한 채무를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면서 위 분할계획서의 효력을 다투는 듯하나, 채무의 면제에 관한 주장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 회사가 위 채무를 승계 또는 부담하게 된 이후에야 논의될 수 있을 뿐이다.

4)

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사가 회사분할을 통해 근로관계는 승계하면서도 그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거나 연대책임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은 10,000명이 넘는 근로자들과 자동차 생산공장을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인데, 채무자 회사의 근로자 수는 3,2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이처럼 인적구성과 업무영역을 달리하여 새로 설립된 채무자 회사와 소속 근로자들은 개별교섭을 통해 변화된 상황과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협약자치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조합법에 위 채무적 부분의 승계를 인정하는 명문 규정이 없고 그와 같이 해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반면, 노동조합이 분할되어 종전의 조직적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존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도 상실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D이 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분할계획서를 승인 받기 이전에 이 사건 조항들이 채무자 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한 이상, 그에 관하여 채권자들과 명시적인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여기에 임의적인 채무면탈 등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단체협약의 승계 여부에 관하여 정한 이 사건 분할계획서가 효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그렇다면 채무자 회사는 위 상법 규정과 이 사건 분할계획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조항들을 승계하지 않고, 그에 대한 연대변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라.

영업양도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영업양도의 경우에 기존 채무가 승계되므로, 사업의 동일성을 승계한 채무자 회사도 이 사건 조항들을 승계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채권자들이 주장하고 있음은 앞서 보았다.

그러나 회사의 분할은 회사조직의 규모, 근로자의 인적구성, 업무영역 등이 변경될 수밖에 없어 그 성질이 영업양도와 항상 같지 않으므로 앞서 본 상법 제530조의 10에서 정한 바와 달리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부분만이 아니라 분할 전후 사업 전체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하는데, 분할 전 D과 채무자 회사의 조직과 구성이 달라져 그 사업에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임은 앞서 보았다. 따라서 이에 관한 채권자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마.

피보전권리의 존부

그렇다면 채무자 회사가 이 사건 조항들을 승계하거나 연대하여 변제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4.

결론

따라서 채권자들의 집행관 공시 및 간접강제 신청을 포함한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2019.4.11.

재판장 판사 양환승

판사 윤양지

판사 오범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