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B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 소속 임직원의 강요로 인하여 또는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2019. 4. 7.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제출하였는바, 이 사건 사직서의 내용과 달리 사용자인 피해자 회사가 근로자인 피고인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였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피해자 회사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수령한 2,116,970원 중 2019. 4.분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1,615,616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은 위 해고예고수당의 변제에 충당되었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게 이 사건 금원 1,615,616원을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형법 제355조 제1항 소정의 ‘반환의 거부’라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반환요구에 불응한 사실만으로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 반환불응의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그 반환불응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만 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8. 8. 23. 선고 88도1213 판결 등 참조). 횡령죄에 있어서의 이른바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송금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계좌명의인(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하여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계좌명의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소유인 이 사건 금원을 보관하는 자로서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이를 인출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반환을 거부하였는바, 위 가.항의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제1항과 같은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과 원심 변호인은 원심의 제3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사직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고,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필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사직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또한 원심 증인 E의 법정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2019. 4.경 피해자 회사에게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 ② 그에 따라 피고인이 자의로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기재한 처분문서인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회사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더하여, ③ 이 사건 기록상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임직원으로부터 강요를 받아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거나, 또는 피해자 회사의 임직원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던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였다는 등 피고인이 임의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해 보면(단순히 ‘피고인이 횡설수설하였다’는 취지의 원심 증인 E의 법정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사직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작성한 이 사건 사직서는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 사건 사직서에는 “피고인은 개인적인 사유로 인하여 2019년 4월 7일부로 사직원을 제출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자의로 피해자 회사에서 사직함으로써 피해자 회사와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위 인정과 달리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의 2019. 4.분 임금 명목으로 2019. 5. 10. 피고인 명의의 G은행 금융계좌(이하 ‘이 사건 금융계좌’라 한다)에 2,116,970원을 송금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과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기하여, 피고인이 2019. 4. 1.부터 2019. 4. 7.까지 근무한 데에 대한 대가로 임금 501,354원을 지급할 채무만을 부담하고 있었는바, 피해자 회사 소속 경리직원의 업무상 착오로 인하여 위 임금 501,354원을 초과하여 위 2,116,970원을 송금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금원 1,615,616원(= 위 송금액 2,116,970원 – 위 정당한 임금액 501,354원)의 송금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해고로 인한 해고예고수당의 채무관계 등)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금원 상당액의 예금채권을 취득하게 되었으므로, 위 가.의
2)항의 관련 법리에 따라 계좌명의인인 피고인은 송금의뢰인인 피해자 회사에게 이 사건 금원 상당액을 반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이 사건 금원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① 피고인은 2019. 5. 10. 위 2,116,970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직후 피해자 회사의 경리직원에게 그 금액이 자신이 받아야 할 2019. 4.분 임금 및 해고예고수당보다 부족하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하였고, 그 당일부터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돈을 계속 인출하여 사용하였다. ② 피해자 회사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금원의 송금일인 2019. 5. 10.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법률상 원인 없이 이 사건 금원을 이 사건 금융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이 사건 금원을 반환받기 위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고인이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공판기록 40쪽, 증거기록 4쪽). ③ 피해자 회사의 경리직원이 2019. 5. 15. 자신의 개인용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피고인과 통화를 하였는데, 그 때 위 경리직원이 피고인에게 초과로 송금된 이 사건 금원을 반환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피고인이 해고예고수당으로 이 사건 금원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반환해 줄 수 없다’라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이 사건 금원의 반환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였다(공판기록 40, 41쪽, 증거기록 4쪽). ④ 그 후 피해자 회사의 관리이사인 E이 2019. 5. 17.부터 2019. 6. 7.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의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이 기재된 각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증거기록 10, 11쪽), 피고인은 위 각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위 ①항 내지 ④항의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금융계좌를 통하여 이 사건 금원을 송금받은 이후 스스로 소유권자처럼 이 사건 금원을 영득 내지 처분할 의사로 이 사건 금융계좌에 예치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한 행위는 횡령죄의 구 성요건인 ‘횡령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이 2019. 5. 15. 피해자 회사에게 이 사건 금원의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금원의 소유자로서 이 사건 금원에 대한 피해자 회사의 권리를 배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반환의 거부’에 해당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현석(재판장) 성인혜 백규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