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E 항공기(이하 ‘E기’라고 한다)를 운용하여 여객운송 없이 화물운송만 하였는데, 2016년 정부의 사드(THADD) 배치 발표 후 중국과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고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던 대중국 화물운송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경영난이 악화되었다. 피고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취항하여 활로를 찾으려 하였고, 이를 위해 중·장거리용인 F 항공기(이하 ‘F기’라고 한다)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피고는 2018. 1. 3. F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한 원고 A, C를 기장으로 채용하였고, 2018. 10. 1. F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한 원고 B을 기장으로 채용하여 F기 2대를 운용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여 장기간 완전자본잠식상태가 지속되자 2019. 3.경 F기 1대를 반납하고, 2019. 7.경 남은 F기 1대를 반납하여 더 이상 F기를 운용하지 않게 되었다. 피고는 2019. 7. 31. 경영난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원고들을 정리해고 하였고, 2019. 9. 2. 국토교통부로부터 3년 내로 자본잠식율을 –50% 이하로 개선하지 않으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았다.
그 후 원고들은 모두 ㈜G에 기장으로 입사하여 근무하였는데, 2021. 2.경 피고가 곧 기장을 채용할 것이라는 소문을 접하고 각기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제25조에 따라 자신을 우선재고용 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1>. 이에 대해 피고는 이번 채용은 E기 도입을 전제로 운항승무원을 충원하려는 것인데, E기 운항업무는 원고들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F기 운항업무와 동일한 업무가 아니므로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원고들은 우선재고용 대상이 아니며, 만일 원고들이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보내달라고 답변하였다.
피고는 2021. 3. 15. 기장을 포함한 운항승무원 신입/경력직 모집 채용공고를 하면서 응시자격으로 ‘E 형식한정자격 소지자’일 것을 명시하였다. 피고는 위 공고에 따라 채용절차를 진행하여 2021. 4. 1. 기장 H, 항로기장 I, J, K, 부기장 L, M을 채용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9, 14, 15, 17,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8, 9,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을 정리해고 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원고들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F기 운항업무와 같은 E기 운항업무를 할 운항승무원(기장)을 채용하려고 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5조에 따라 원고들을 우선 고용할 의무(이하 ‘우선재고용의무’라고 한다)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는 다른 사람들을 기장으로 채용하여 우선재고용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한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가 우선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으로,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2항 기재와 같이 우선재고용의무가 발생한 2021. 4. 1.부터 2023. 8. 31.까지의 임금 상당액에서 위 기간에 대응하는 동안 원고들이 ㈜G에서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및 2023. 9. 1.부터 원고들과의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E기 운항업무는 F기 운항업무와 다르다. 원고들은 E기 운항에 필요한 형식한정자격증명을 받지 않아 E기 운항업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원고들을 우선재고용할 의무가 없다.
판단
갑 제2호증, 을 제1, 3 내지 9, 13, 14, 18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갑 제7, 9, 11 내지 13, 15, 17, 19, 21, 2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항공기 조종사인 기장의 E기 운항업무와 F기 운항업무가 같은 업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각 기종 운항업무는 항공기를 조종하는 행위 자체의 성질이 같을 뿐 각기 다른 형식을 가진 항공기 운항을 위하여 다른 한정자격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같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각 기종 운항업무가 같은 업무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항공안전법 제37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용 조종사의 경우 항공기의 형식(기본 설계의 동일여부에 따라 분류되는 항공기의 종류를 말하며, 취급 특성이나 비행 특성이 변경되는 개조를 하는 경우는 다른 형식으로 본다<2>)에 따라 자격증명에 대한 한정(자격증명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특별한 조건, 특권 또는 제한 사항을 명시한 허가 또는 자격부분을 말한다<3>)을 할 수 있고, 자격증명의 한정을 받은 항공종사자는 그 한정된 형식 외의 항공기의 항공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항공안전법 제47조 제6호에 따르면 항공종사자가 이를 위반하여 그 한정된 형식 외의 항공기의 항공업무에 종사한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은 그 형식한정자격증명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효력정지를 명할 수 있다. 따라서 E기 형식한정자격이 없는 원고들은 E기 형식한정자격을 취득하지 않는 한 E기를 운항할 수 없다.
형식한정자격을 취득하려면 지상교육, 모의비행훈련, 비행훈련을 이수한 후 국토교통부의 형식한정심사를 통과하여야 하고, 교육비와 훈련비, 시험응시료(이하 위 각 비용을 통틀어 ‘이 사건 교육비 등’이라고 한다)를 합산한 금액은 수천만 원에 이른다. 항공안전법 제38조는 “자격증명을 받으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공업무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 및 능력에 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실시하는 학과시험 및 실기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37조에 따라 자격증명을 항공기의 형식별로 한정하는 경우에는 항공기 탑승경력 등을 심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한정심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항공기 형식한정심사 응시경력<4>으로 ‘항공운송사업자, 항공기사용사업자 또는 항공기제작사가 실시하는 지상교육(항공기제작사에서 정한 교육훈련과 동등 이상의 지상훈련을 포함한다)을 이수한 사람으로서 비행기의 경우 20시간 이상의 모의비행훈련과 2시간 이상의 비행훈련(실제비행훈련 1시간을 모의비행장치훈련 4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을 받은 사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모의비행장치훈련의 경우 일일 훈련량이 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응시경력으로 요구되는 훈련을 전부 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그 비용도 1회당 약 200만 원에 이른다. 또한 형식한정심사는 학과시험과 실기시험으로 나뉘는데, 학과시험은 응시자가 해당 형식의 항공기 조종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고, 실기시험은 학과시험에 합격한 사람 또는 면제된 사람에게 실시하는 구술시험과 실비행시험을 총칭하는 것으로, 실기시험에 합격하려면 모든 실기과목<5>에 대하여 S(Satisfactory; 만족) 등급을 받아야 하며, 실비행시험은 월 1회 응시할 수 있으므로(접수 시작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담당자와 시험일을 협의하여야 한다) 만일 실비행시험에 불합격할 경우 재시험을 치르기까지 다시 약 1달이 걸린다. 만일 피고가 E기 형식한정자격이 없는 조종사를 기장으로 채용하는 경우, 해당 조종사가 추후 E기 형식한정심사에 불합격할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형식한정심사에 합격하더라도 학과시험과 실기시험을 단번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 기장에게 요구되는 업무를 상당한 기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이 사건 교육비 등을 부담할 의사가 있으므로 피고가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한 사람들을 기장으로 채용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비용 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조종사 한 명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이 사건 교육비 등을 선지출 한 다음 매월 급여에서 이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회수하게 되는바, 피고의 재정적 부담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항공사가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경우 근무 중인 조종사들에게 전환교육을 실시하여 해당 기종의 형식한정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E기를 운용하는 많은 항공사들이 기장 채용공고에 E기 형식한정자격 소지자를 우대조건으로 명시하였을 뿐 필수자격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E기 운항업무와 F기 운항업무는 동일한 업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공사가 운용하는 항공기 기종을 변경하더라도 여기에 추가로 다른 사정이 더하여지지 않는 한 근무 중인 조종사들을 해고할 수 없으므로 전환교육을 실시하여 인력을 재배치하는 경우와 특정 기종의 항공기 도입을 전제로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를 같다고 보기 어렵고, E기를 운용하는 항공사들 다수가 기장 채용시 해당 기종의 형식한정자격 소지자를 우대하여 E기 형식한정자격 미소지자와 달리 대우하고 있으며, 원고 A, C는 피고가 2017. 7. 26. F기 형식한정자격 소지를 필수자격으로 하여 진행하였던 기장 또는 부기장 채용절차를 통해 고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E기를 운용하는 항공사들이 기장을 채용하면서 E기 형식한정자격 소지를 필수자격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이 항공업계의 확립된 관행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가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였으나 E기 비승무기간이 3년 이상인 N을 기장으로 채용하였고, E기를 운항하기 위하여 N에게 요구되는 훈련량이 원고들에게 요구되는 훈련량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E기 운항업무와 F기 운항업무는 동일한 업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였으나 E기 비승무기간이 3년 이상인 조종사는 E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지 않은 조종사에 비하여 적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 E기를 운항할 수 있고, 형식한정심사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 피고의 운항승무원 훈련교범 중 이와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위 각 표에 따르면 E기 형식한정자격 미소지 조종사는 E기 형식한정자격 소지자이나 E기 비승무기간이 3년 이상인 조종사보다 지상교육(G/S) 75시간을 더 이수하고, 조작절차훈련(CPT) 20시간, 모의비행훈련(SIM) 4시간, 국지비행훈련(A/C) 2시간을 더 받아야 하는바, 이를 근무일로 환산하면 22근무일<6>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E기 형식한정자격 미소지 조종사는 위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에도 한국교통관리공단이 주관하는 학과시험, 구술시험 및 실비행시험에 합격하여야 비로소 E기 형식한정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위 각 시험을 연이어 치르고(구술시험과 실비행시험을 같은 날 치른다고 가정한다) 전부 단번에 합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형식한정자격을 취득하기까지 2근무일이 더 걸린다. 이러한 차이가 근소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과 같은 시기 정리해고 되었고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F기 형식한정자격 소지자이나 E기 형식한정자격은 미소지한 O 부기장을 2021. 6. 14. 고용하여 E기 전환교육을 받도록 하였음을 이유로 피고가 E기 운항업무가 F기 운항업무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2021. 5. 14. 원고들과 O 등 2019. 7. 31. 정리해고 된 조종사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고용의사를 확인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에 대하여 O는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제25조에 따라 자신을 우선재고용하고, 정리해고 당시와 동등한 수준으로 대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E기 도입 및 해당 기종 운용을 전제로 한 채용이고, 피고의 경영 상태를 고려한 근로계약 기간과 근로조건이므로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채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 후 O는 피고가 제시한 채용조건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정리해고 당시보다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계약 기간과 급여 등(정리해고 당시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었고 피고가 2021. 5. 14. 제시한 연봉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을 감수하고 2021. 6. 14.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O의 근로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을 고려할 때, 피고는 E기 형식한정자격을 소지하지 않아 우선재고용 대상이 아닌 정리해고 조종사들에게 기간제 근로 및 종전 대비 삭감된 급여를 감수하고서라도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여 그러한 의사를 표명한 O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일 뿐 F기 운항업무와 E기 운항업무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O를 우선재고용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2021. 3. 15., 2021. 6. 1., 2021. 9. 6., 2022. 5. 9. 기장을 포함한 운항승무원 채용공고를 냈는데 모두 기장 응시자격으로 E 형식한정자격 소지자일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가 위 각 공고에 따라 채용절차를 진행하여 고용한 기장들 중에 E기 형식한정자격 미소지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양희(재판장) 김연수 이순공
각주1) 원고 B은 2021. 2. 22., 원고 C는 2021. 3. 5., 원고 A은 2021. 12. 9. 각각 피고에게 우선재고용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각주2)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시험요령(국토교통부 고시 제2021-1257호) [별표 3] 용어 정의 9.
각주3)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시험요령(국토교통부 고시 제2021-1257호) [별표 3] 용어 정의 68.
각주4)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별표 제4호] 항공종사자·경량항공기조종사 자격증명 응시경력(제75조, 제91조 및 제286조 관련)에 따른 것이다.
각주5) 실기영역은 9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지고(① 비행 전 준비, ② 비행 전 절차, ③ 이륙과 출발, ④ 공중조작, ⑤ 계기비행절차, ⑥ 접근과 착륙, ⑦ 정상 및 비정상 절차, ⑧ 비상절차, ⑨ 비행 후 절차), 각 실기영역은 1개 이상의 실기과목으로 구성된다. 실기과목은 1개 이상의 실기항목으로 구성되며, 실기시험을 위한 기본 채점항목으로 사용된다.
지상교육 75시간과 국지비행훈련 2시간을 일일 근무시간 8시간으로 나눈 값(=9.625 근무일), ② 조작절차훈련 20시간과 모의비행훈련 4시간을 일일 훈련시간인 2시간으로 나눈 값(=12 근무일)을 합하면 21.625 근무일이고, 훈련요구량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최소 근무일을 구하는 것이므로 소수점 이하는 올림 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