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11. 21. 선고 2024노91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2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A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 A를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B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들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의 비전형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예견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 위반의 주체는 피고인 A가 아닌 도급인 사업주인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B’이라고 한다)임에도 원심은 피고인 A에 위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서 피고인 A에 대한 적용법조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살피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에 정하여진 벌칙 규정의 적용대상은 도급인인 사업주임이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한편 같은 법 제173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 제1항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본조의 벌칙 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주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사업주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주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주에 대한 본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위 제173조와 같은 취지로 규정되어 있던 구 산업안전보건법(2006. 3. 24. 법률 제79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에 관한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변경된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기존의 공소사실에 피고인 B의 대표자인 피고인 A에 대하여 양벌규정인 위 제173조를 추가한 것에 불과한바, 위와 같은 적용법조의 변경이 심판대상 자체가 변경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여전히 원심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않고 피고인 A의 항소이유를 판단하기로 한다.

3.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침전조 남측, 동측에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난간 등의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방책을 설치하는 등으로 관계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함으로써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 A가 그 발생을 예견할 수 없는 피해 근로자의 비전형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 A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성립을 모두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유죄의 심증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선광장 내에는 합금철에서 이물질을 선광하기 위해 물을 담아두는 이 사건 침전조가 설치되어 있는데 위 침전조의 규모는 가로 5.3m, 세로 2.8m, 깊이 0.9~1.8m였고(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모래가 침전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최대 깊이가 1.2m 정도라 하더라도 위험성이 유의미하게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당시 침전조 북측 면에는 선별설비가, 서측 면에는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동측 면에는 모래 회수용 용기가, 남측 면에는 포크레인이 있었을 뿐 별다른 방호장치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위와 같은 침전조의 규모, 구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침전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1호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당시는 비가 오고 있었는바 피해 근로자와 같이 야간에 혼자 손전등을 들고 순찰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비로 인한 시야 방해와 조명의 사각지대 등의 이유로 발을 헛디디는 등으로 침전조에 추락할 위험이 있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동법의 목적이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를 ‘고공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나 ‘높이 기준을 2m를 초과하는 장소’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②

피고인들은 이 사건 침전조 동측, 남측 면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으나 이 사건 당일 오전 이 사건 침전조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T)가 중장비 작업상의 편의를 위해 안전 난간봉을 분리하여 놓았다가 다시 결합시키지 않은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피고인들 스스로 이 사건 침전조에 근로자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안전 난간봉을 설치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로서는 임의로 분리가 불가능한 안전 난간을 설치하거나 중장비 작업상의 편의를 위해 안전 난간의 분리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작업 근로자로 하여금 작업이 완료된 후 안전 난간봉을 다시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인 A의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

③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는 코로나 19 백신 4차 접종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 근로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심장에서 심대비와 중증도의 심장동맥경화를 보이기는 하나, 발견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사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허파, 심장, 간, 콩팥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되지 않고 나비굴의 익수가 보이지는 않으나 양쪽 허파가 팽창되어 있고 기도와 기관지내 이물질 등 익사에서 볼 수 있는 소견이 관찰되어 익사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피해 근로자의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하기에 충분하다. 피해 근로자가 앓고 있었던 심장질환이나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당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이 사건 침전조에 추락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부검감정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자료만으로는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침전조에 추락하기 전에 이미 사망 상태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침전조에 난간 등 안전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피해 근로자가 의식을 잃고 이 사건 선광장 바닥에 쓰러졌을지언정 이 사건 침전조에 추락하여 익사하는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 근로자와 함께 이 사건 작업장에서 경비로 일한 H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선광장도 야간 근무시 순찰하는 곳으로 직원들이 기계를 켜놓고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순찰을 하면서 손전등으로 비춰본다’, ‘피해 근로자가 이 사건 침전조 근처에 간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사건 당일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칠까 걱정이 되어 간 것 아닐까 생각한다’, ‘몇년 전에도 이 사건 선광장 내부에 물을 보충하는 호스가 틀어져 있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고 이 사건 선광장에 들어가 밸브를 잡근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침전조가 피해 근로자의 순찰 대상인 이 사건 선광장 내에 위치하고 있고 피해 근로자를 포함한 경비원들이 순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 사건 침전조 가까이에 가는 경우가 있는 이상, 비록 피해 근로자를 포함한 경비원들이 이 사건 침전조에 랜턴을 비춰보는 등의 방식으로 평상시에 순찰 업무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피해 근로자의 비전형적인 업무 수행으로서 피고인 A가 이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A

피고인이 이 사건 침전조에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난간 등의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결과 피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그 책임이 무거운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분리가 가능한 안전 난간봉을 설치하는 등으로 나름의 조치는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서 자신의 의무 위반을 법리적으로 다투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사고 발생 자체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점, 피해 근로자의 건강상태가 사고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근로자의 유족에게 재해보상보험을 통한 유족급여 등으로 손해배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추가로 위로금 및 장례지원금 5,900만 원을 지급하고 유족들과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 사건 이후 수조 이동 및 안전난간 설치 등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동종범죄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B

원심은,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의 위반의 내용, 사고의 결과, 피해 근로자 유족들과의 합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위와 같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의 유의미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 B의 규모,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사유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는 할 수 없다.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B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