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6. 2. 13. 선고 2025구합5070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3. 11. 12. 인천광역시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2023. 2. 6.부터 2024. 8. 18.까지 C공원사업소 D팀에서 근무하였고, 2024. 8. 19.부터는 E공원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24. 7. 13. 11:00경 C공원사업소 D팀 사무실(이하 '이 사건 사무실'이라 한다)에서 피해자에게 과거 동료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면직된 공무원의 이야기를 꺼내며 "팀장님. 이거 알고 계셨어요?", "글쎄, F씨가 그 여직원을 자기 방으로 불러 여 직원 팬티 속에 손을 솎 넣었다고 하는데, 팀장님 그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라고 말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다.

피해자는 2024. 7. 23. 인천광역시 여성정책과에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 신고를 하였으며, 인천광역시 성폭력·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라 한다)는 2024. 8. 14.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피고의 감사관실은 2024. 9. 4.부터 같은 달 27.까지 이 사건 발언과 관련하여 원고와 피해자를 조사하였고, 피고는 2024. 10. 7. 인천광역시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원회'라 한다)에 대하여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 행위로 인정되며 이는 지방공무원법 제55조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같은 법 제69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경징계 의결요구를 하였다.

마.

인사위원회는 2024. 11. 29. 회의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을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24. 12. 4. 원고를 지방공무원법 제69조 제1항에 따라 견책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24. 12. 30. 인천광역시 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심사위원회'라 한다)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소청심사위원회는 2025. 3. 17. 위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내지 10호증, 을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하며,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가.

절차적 하자 주장

원고가 고충심의위원회로부터 송달받은 심의결과 통보서에 2차 피해 판단과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대책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피고가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 시 '2차 가해'를 징계사유로 삼지 않았음에도 인사위원회는 징계의결 과정에서 '2차 가해'를 징계사유로 추가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는 해당 부분에 관하여 소명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나.

실체적 하자 주장

1)

원고와 피해자는 업무와 무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진 2016년경 타 구청에서의 성추행 및 그에 따른 면직에 관하여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 것으로,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공무원 조직 내 비위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한 차원의 언급이었을 뿐인바 업무관련성이 없는 사적 발언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발언은 제3자의 비위행위를 객관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다른 공무원의 징계 처분, 인사이동 등을 이야기하며 하지는 말아야 할 행동으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원고가 피해자 또는 사건의 당사자를 성적 대상화를 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여 수치심을 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이 아니며, 이 사건 발언행위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도 않고,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으로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할 수도 없다.

3)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타 징계사건의 가해자와 같이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해당 사건의 객관적 사실만을 언급한 것으로, 타 징계사건의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그를 비난하는 등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타 징계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이 사건 처분은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4.

판단

가.

인정사실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1)

피해자는 여성이고, 원고의 이 사건 발언 당시 C공원사업소 D팀의 팀장으로 원고의 직속 상급자의 지위에 있었다.

2)

인천광역시 A구청에서 공원녹지과장으로 근무하던 F는 2016년경 같은 부서의 여직원을 성희롱한 사실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됨과 동시에 면직 혹은 파면처분을 받았다(이하 '종전 성비위 사건'이라 한다).

3)

피해자는 종전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A구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종전 성 비위 사건이 있었다는 대략적인 내용과 사건 당사자가 누구인지만 알고 있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였다.

4)

2024. 7. 10.경 2024. 7. 15. 자 인사발령이 발표되었고, 인사발령대상자였던 원고는 2024. 7. 13. 토요일에 이 사건 사무실에 출근하여 인사이동에 대비한 인수인계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해자도 같은 날 출근하여 근무를 하였으며,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원고와 피해자가 이 사건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던 중 이루어졌다.

나.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갑 제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인천광역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2차방지 지침 제19조에서 '시장등은 당사자에게 별지 제3호서식의 조사결과 및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심의결과 통보서에 따라 서면으로 사건 조사결과 및 위원회의 심의결과 등을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통보서의 내용으로 '2차 피해 판단',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대책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2024. 8.14. 자 고충심의위원회 심의결과 통보서에 2차 피해 판단,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대책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지침은 피고가 성희롱· 성폭력을 예방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것으로(제1조), 성희롱·성폭력과 관련된 징계절차에서 원고와 같은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내지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설령 피고가 이 사건 발언과 관련한 피해자의 신고에 대응함에 있어서 위 지침상의 절차와 일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있어 지방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원고로 하여금 인사위원회의 심의과정 등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이상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인사위원회는 징계의결이유에서 징계사유가 '원고의 성적 언동(즉, 이 사건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준 성희롱 행위'라는 것을 명시하였으며 징계사유인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징계양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낀 수치심과 혐오감, 성비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이 사건 발언이 종전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원고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였을 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바, 인사위원회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2차 가해'를 징계사유로 추가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인사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위원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발언이 종전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지하였고(을 제8호증 8면<1>), 그 과정에서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이 종전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소명할 수 있었으므로, 이를 원고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더라도 원고의 방어권 내지 소명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실체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5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피해자에게 업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발언은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는바,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품위유지의무위반에도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성희롱'을 정의한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의 취지 참조). 원고와 피해자는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원고와 피해자는 이 사건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고, 원고도 인사철이어서 인사이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에서 진술하였으므로(을 제7호증 21면), 이 사건 발언은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이루어졌는바, 이 사건 발언의 업무관련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나)

원고가 피해자에게 "F씨가 그 여직원을 자기 방으로 불러 여직원 팬티 속에 손을 한 넣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은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1 제1항 나목 (3)에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성적 언동의 예시로 들고 있는데,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의 성적 언동과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한 '성희롱'의 성적 언동은 문언상 그 의미가 동일하고 이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기준은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발언의 상대방인 피해자가 여성인 직속 상급자였고, 이 사건 발언 당시 이 사건 사무실에 있었던 여성은 피해자가 유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평소에 원고가 피해자와 성적 언동 같은 것을 농담 삼아 주고받을 만한 친분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제9호증 3면), 원고도 피고 소속 감사관실의 조사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볼 때는 불쾌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한 점(을 제1호증 9면), 종전 성비위 사건은 약 10년 가까이 지난 과거 사건으로 이 사건 발언 당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었던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발언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에 대한 신고 당시부터 2024. 7. 30. 자 심층면담조사, 2024. 8. 14. 자 고충심의위원회 심의 등 이 사건 징계절차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원고로부터 이 사건 발언을 들었을 당시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고, 2024. 7. 22.경 다른팀 여직원과 이 사건 발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여직원의 반응을 보고서야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이 맞다고 확신을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을 제5호증, 을 제6호증 4면, 을 제7호증 15면). 이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실제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 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할 것인바, 피해자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것이며,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성적 불쾌감을 느낀 이상 이 사건 발언에 있어서 원고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해자가 원고보다도 상급자인데도 이 사건 발언 이후 신고 시까지 원고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드러낸 바 없었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2024. 7. 22.경 다른 여직원과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가 사후적으로 불쾌감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피해자는 과거 업무상 발생한 갈등 등으로 인하여 평소에 원고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 원고를 C공원사업소D팀에서 다른 팀으로 전보되게 하였는바, 이 사건 발언으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고(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185 판결의 취지, 대법원 2018. 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를 피해자가 원고보다 상급자라는 사정만으로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으로 불쾌감을 느꼈음에도 곧바로 이를 원고에게 드러내지 않고 업무적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하더라도 C공원사업소 D팀의 팀장으로 업무에 있어서 책임감을 요하 는 피해자의 직책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피해자의 태도가 사회통념상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을 제7호증 13면). 설령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업무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원고가 인사발령으로 인해 다른 팀에 배치되었으며, 피해자가 승진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었기도 하였으므로, 불필요하게 조직 내 갈등을 일으켜 부정적인 여론 등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원고에 대하여 거짓으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피해자에게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나아가, 피해자가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갑자기 그 날 일이 생각나서 그 여직원에게 그 날 일을 얘기 해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너무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한 진술 등(을 제7호증 6면)을 포함하여, 이 사건 발언의 내용, 경위들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2024. 7. 22. 경 이 사건 발언을 다른 팀 여직원에게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한바, 원고가 드는 사정만으로 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불쾌감이 사후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가)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2조 제1항 별표2의2 제2호는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성희롱'에 관하여,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파면',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파면 내지 해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 '강등 내지 정직',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감봉 내지 견책' 처분이 각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으며, 위 징계규칙 제5조 제2항 제5호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이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성희롱'을 이유로 징계하는 경우에는 표창 등을 이유로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 발언이 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고 그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가장 경한 징계처분인 '견책' 처분을 의결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의 기준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징계기준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다.

나)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3호 나목에 의하면 '2차 피해'란 여성폭력 피해자가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같은 조직 구성원에게 종전 성비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로, 종전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는 또 다시 조직 내에서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바, 이는 종전 성비위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하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있어 이와 같은 사정을 원고에게 불리한 양정으로 고려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공무원은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고,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공직 내부 기강의 해이로 이어져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 더구나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직속 상급자에 대한 것으로 조직 규율과 근무기강 약화라는 측면에서 조직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일반적인 경우보다도 더욱 크다고 할 것인바, 향후 동일한 비위를 근절·방지하여 건전한 근무환경의 조성과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이 사건 처분의 공익적 필요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이며, 이 사건 발언으로 피해자가 경험한 성적 불쾌감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종선(재판장) 신창용 김택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