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지위
피고는 군산에서 택시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최저임금법 적용 사업장이다.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택시를 운전하는 근로자로 근무하거나 근무하다가 퇴사하였다(원고 G 2020. 12. 17. 퇴사).
피고의 임금체계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총 운송수입금에서 운송수입금기준액(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을 자신들이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최저임금법 개정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하 '비교대상임금'이라 한다)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 개정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군산시에 시행되었다.
2015년 임금협정 체결 등
피고는 2015. 3. 11. 피고 소속의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2015년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2016년 이후 임금협정 체결 경과
피고 노동조합과 피고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근로시간과 사납금 액수를 다음과 같이 변경하였다.
최저임금법상 법정 최저임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1년부터 임금협정을 통하여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종전의 1일 6시간 30분에서 순차적으로 1일 4시간 30분까지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통틀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하고, 개별적으로 지칭할 때는 연도로 특정한다)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축 합의는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는 내용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011년 단체협약 이전의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월 173.8시간(2019년부터는 주휴시간이 포함된 202.7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또는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각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 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7. 12. 27. 신설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 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 · 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사이에 2015. 4. 1. 이전에 적용되었던 소정근로시간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어 온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2014년 이전 소정근로시간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피고와 그 택시운전근로자들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이 최초로 단축된 시점이나 계기를 전혀 특정할 수 없고, 그 무렵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등의 변경 유무를 확인할 자료 또한 없다.
이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초로 확인되는 2018년도 임금협정이나 원고들이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2015년도 임금협정의 적용 시기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일(2010. 7. 1.)과도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어 피고가 오로지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2015년 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정한 이후(그 전의 소정근로시간은 확인할 수 없다) 2018년에 4.5시간으로 단축하였다가 2020년에 다시 5시간으로 연장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빈도나 비율, 급격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에게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를 통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한 합의가 무효여서 그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인 월 173.8시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함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미지급 임금 또는 퇴직금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성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