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 D은 ‘H 군산지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택배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피고 E 노동조합과 피고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는 이 사건 대리점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원고들은 피고 D으로부터 이 사건 대리점의 관할 지역 중 일부 지역의 택배화물 집배송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택배기사들로, I노동조합(이하 ‘소외 노동조합’이라 한다) 소속 조합원들이다.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위
소외 노동조합은 2020. 12. 30. 피고 D에게 단체교섭을 요청하였고, 피고 D은 ’교섭요구기간‘을 ’2020. 12. 30.부터 2021. 1. 6.까지‘로 하여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다.
피고 D은 2021. 1. 7. 아래와 같이 소외 노동조합과 피고 E 노동조합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고, 이를 공고하였다.
피고 E 노동조합은 2021. 2. 9. 피고 D과의 단체교섭에 앞서 소외 노동조합에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소외 노동조합은 2021. 2. 15. 교섭 요구안을 피고 E 노동조합에 제출하였다.
단체협약 체결 및 원고들의 이행거부에 따른 협약내용 수정
피고 D은 2021. 3. 29. 교섭대표노동조합인 피고 E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위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이후 원고들은 위 단체협약이 불공정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행을 거부하였다. 이 사건 대리점 측은 2021. 4. 28. 원고들에게 위 단체협약 제10조를 위반하여 집배구역에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 집화 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발송하였고, 위 요청서는 그 무렵 원고들에게 도달하였다.
피고 D과 피고 E 노동조합은 2021. 5. 8. 위 단체협약 중 일부를 수정하여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6 내지 8, 10호증, 을 제2, 3, 5, 8 내지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소 중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이 부분 청구원인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 D은 부당노동행위를 하였고 피고 E 노동조합,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이하 ’피고 노동조합들‘이라 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확인을 구한다.
관련법리
확인의 소에 있어서는 권리보호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그 불안 ·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되며, 권리관계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다툼이 없어 법적 불안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4130 판결 등 참조).
확인의 소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의 당사자 간에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는 경우에 허용될 뿐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4다35565(본소), 35572(반소)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D과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피고 E 노동조합인데, 을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가 2021. 6. 7. 자로 해산신고를 하여 같은 날 해산된 사실이 인정되고, 위 피고가 피고 F노동조합택배지부 G군산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이 피고 F 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에 승계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는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은 피고 E 노동조합의 해산으로 인하여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은 일부 택배기사들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가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 D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고, 피고 노동조합들은 같은 법 제29조의4 제1항에 따른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은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 D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집배구역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C에게 수수료 1,751,92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 D은 원고 C에게 위 미지급 수수료 상당액인 1,751,92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은 공모하여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 각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하여
민법 제103조 및 제104조 위반 여부
관련법리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등 참조).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하고, 당사자가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가하였다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원고들이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 상태에 있었고 피고들에게 그와 같은 원고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고, 또 그 내용 자체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부당노동행위 및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피고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
원고들은 피고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제1항에 의하면 공정대표의무의 수범자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해당한다거나 피고 E노동조합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승계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F노동조합 택배지부 G군산지회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D, E 노동조합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6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단체협약은 이 사건 대리점에 소속된 모든 택배기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점, ②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만으로 다른 노동조합원들과는 달리 소외 노동조합 소속인 원고들에 한하여 수입이 감소하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수입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택배기사들 사이에 집배구역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일 뿐 피고 D이 의도적으로 소외 노동조합원들인 원고들에게 불이익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④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 제1항에 따라 집배 구역을 결정하는 데에 합의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직접 작성한 점(을 제6호증 2쪽, 21쪽, 19쪽), ⑤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 제1항 제1문에서 “집배구역관리는 회사(이 사건 대리점 측)가 전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이상 피고 E 노동조합이 집배구역관리에 관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⑥ 그 밖에 피고 E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원고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행위가 피고 D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 E 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라거나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들이 위 협약을 체결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 내지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유효한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 C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그리고 설령 피고 D이 원고 C에게 위 원고와 위 피고 사이의 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D이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수수료 상당액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도 없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들이 공모하여 원고들에게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부당노동행위를 하거나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D과 피고 E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 소외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섭요구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이상 소외 노동조합원들 개개인에게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을 제11호증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요구기간(2020. 12. 30. ~ 2021. 1. 6.)이 지난 2021. 1. 26.경에야 소외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피고들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원고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이 피고들의 부당노동행위 내지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단체협약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성민(재판장) 김은지 이명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