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판결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25. 2. 18. 선고 2021가단14708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60,798,179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2. 30.부터 2025. 2. 18.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늦어도 2014.경부터 피고가 운영하고 피고의 직원 1명[주로 계산 및 현금 수납 등 결제 업무(이하 ‘캐셔 업무’라 한다)를 수행하였다]이 상주하는 전북 정읍시 C 소재 D마트(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에서 월, 수, 금요일에 일을 하였다.

나.

원고는 당시 이 사건 점포에서 대략 13개에 달하는 거래업체들이 납품한 물품을 이 사건 점포 내 창고(이하 ‘이 사건 창고’라 한다)에서 가져와 진열대에 진열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을 진열대에서 빼내는 업무를 하였다(다만 거래업체들이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이 사건 점포에 방문할 경우 그들이 직접 진열대에 물건을 진열하였다). 원고는 거래업체들로부터 매월 합계 약 80만 원(거래업체별로 월 5만 원 또는 10만 원)을 송금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점포에서 청소, 공병 처리, 판매보조, 캐셔 업무 등 다른 업무도 일부 수행하였다(피고는 이를 다투나, 뒤에서 보는 증거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후술한다).

다.

원고는 2016. 12. 30. 이 사건 창고에서 종이컵 재고 수량 확인을 위해 술박스를 딛고 올라가 물건을 내리던 중 술박스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약 2m 높이에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허리가 바닥에 부딪히고 오른팔이 바닥에 쌓아둔 박스에 부딪혔다. 원고는 이로 인하여 우측 상완골간의 골절 폐쇄 및 우측 요골신경 손상 등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다음 날인 2016. 12. 31. 수술을 받고, 계속 치료를 받다가 2017. 10. 17. 보험회사 제출을 위한 진단서를 발급받고, 2017. 10. 24. 신경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이때 손상된 상완요골근과 요측 수근신근건 사이 기원하는 우측 요골신경 손상이 발견되어 경과관찰 등 계속 치료를 받았으며, 2017. 11. 7. 후유장해진단서를 받았다. 원고는 그 후 골유합 소견을 보여 2018. 5. 11. 우측 상완골 금속고정물 제거술(이른바 ‘핀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 감정결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우측 말초신경(요골 신경)의 영구적인 손상 장애를 입어 노동능력상실률이 22%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라.

원고는 2019. 3. 1. 업무에 복귀하여 2020. 9. 2.까지 이 사건 점포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마.

원고는 2020. 8. 10. 피고를 상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2021. 5. 3. 피고에 대하여 과태료 처분을 하였다.

바.

원고는 2020. 8. 11. 근로복지공단(전주지사, 이하 같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 10. 29.경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2017. 8. 10. 이전까지 부분에 관하여는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2017. 8. 11. ~ 2017. 11. 7.에 관하여만 최초요양으로 인정하고, 2018. 5. 10. ~ 2018. 6. 21.(자문의 소견상 입원 2주, 통원 4주의 진료기간)에 관하여 재요양으로 인정하여 요양급여결정을 하였으며, 그 무렵 요양급여로 102,940원을 지급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 11. 3. 원고에 대하여 휴업급여로 2017. 8. 11. ~ 2018. 6. 21.까지에 관하여 7,714,560원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위 금원이 지급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 11. 4. 원고에 대하여 장해급호 12급 15호로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고, 장해급여로 9,276,960원이 지급되었다.

사.

원고는 2020. 9. 22.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에 이 사건 사고 등에 관하여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2021. 7. 15. 검사의 지휘를 받아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사종결(혐의없음) 처리를 하였다.

아.

원고는 2020. 10. 15.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였는데 비자발적 사유로 퇴직하였음을 이유로 고용보험 취득 및 상실신고 처리를 요청하는 진정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 12. 7. 피고가 원고를 상용직으로 고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만 2019. ~ 2020. 일부 기간 일용직으로 근로내용확인신고 처리한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고용보험심사위원회는 2021. 9. 15.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3호증, 을 제1, 2, 10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청구(주장)

1)

원고는 2011. 3. 입사하여 2020. 9. 2. 해고될 때까지 이 사건 점포에서 상품의 진열, 재고 조사, 청소, 창고정리, 캐셔, 상품의 포장 및 운반, 공병 정리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당일 종이컵 재고 수량을 확인하라는 피고 조합 직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2)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선택적 청구로 선해한다).

가)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1)

원고는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거래업체들에서 파견되어 피고의 업무를 수행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

(2)

따라서 피고는 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인 원고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신체를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사용자책임

이 사건 창고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이므로 피고는 사다리나 안전모를 제공하는 등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고 방지에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지시를 받아 재고를 정리하던 중 낙상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용주인 피고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상해를 입게 된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

이 사건 창고는 상품을 정리하고 쌓아두는 공간으로, 작업 특성상 높은 선반에 가까이 가기 위해 오르내리는 작업을 수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조치가 필요한 장소이다. 그런데 피고는 고용노동부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지침에 따른 안전모 제공이나 2인 1조 작업 등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일반 불법행위책임

원고가 호의로 계속 피고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면, 피고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2m 높이의 이 사건 창고에 관하여 원고가 추락으로 인하여 다치는 일이 없도록 사다리를 설치하고 안전장비를 제공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결국 창고에서 재고 정리를 하던 원고가 2m 높이에서 추락하여 상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3)

피고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가)

적극적 손해 : 기왕치료비 3,731,406원

(1)

입원치료비 2,527,506원

(2)

통원치료비 1,114,100원

(3)

약제비 89,800원

나)

소극적 손해

(1)

입원 기간(2016. 12. 30. ~ 2017. 1. 14.) : 957,861원

(2)

퇴원 이후부터 가동 종료일(2036. 8. 9.) : 109,420,122원

다)

손익상계(기지급 치료비 3,000,000원, 요양급여 102,940원, 휴업급여 7,714,560원, 장해급여 9,276,960원)

(1)

남은 적극적 손해: 628,466원(= 기왕치료비 3,731,406원 – 기지급치료비 3,000,000원 – 요양급여 102,940원)

(2)

남은 소극적 손해 : 93,386,463 (= 일실수입 110,377,983원 - 휴업급여 7,714,560원 – 장해급여 9,276,960원)

라)

과실상계(원고 과실비율 20%)

(1)

남은 적극적 손해 : 502,772원 [= 628,466원 × (1 – 0.2)]

(2)

남은 소극적 손해 : 74,709,170원 [= 93,386,463원 × (1 – 0.2)]

마)

위자료 : 19,360,000원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고 파견근로자도 아니다. 원고는 피고가 아닌 거래업체들로부터 직접 일당을 받고 거래업체의 일을 하였으며, 피고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의 지시를 받은 바도 없고, 원고의 자의에 따라 거래업체의 일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제한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한편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에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할 때에 고려하였던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 참조).

2)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앞서 본 인정 사실 및 증거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그러한 사정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이하 원고의 다른 청구에 관하여는 따로 살피지 않는다).

가)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1)

고객으로서 이 사건 점포를 이용한 다수 목격자들(그중 당초 진술을 철회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사람들은 제외한다)의 진술, 원고와 비슷한 시기 또는 직전에 이 사건 점포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한 송지윤의 진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점포에서 이루어지는 상품 진열 및 이에 부수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외에도 공병 정리, 청소, 인근 배달도 하였으며, 상주 직원의 부재시 캐셔 업무를 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하는 취지의 피고 측 대리인 E, 직원 F, G, H 등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허위로 판단된다. 한편 원고도 정확한 업무 개시 시점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하고 있으나, 원고 스스로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고 수년 전의 일인데다가 어떤 서류가 작성되었던 상황도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원고의 진술 전체가 허위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게다가 원고의 후임자인 I도 상품 진열 외에 공병 정리, 캐셔 업무, 판매보조(상품을 박스에 담아주는 일) 등 업무를 하였다고 진술한다(다만 알아서 도와주었을 뿐이고 피고 측 직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한다). 원고가 수행한 위와 같은 업무는 이 사건 점포의 고유 업무 영역에 속한다. 피고는 원고가 수행한 상품 진열 업무가 거래업체들의 업무에 속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이 사건 사고도 원고가 이 사건 창고에서 종이컵 재고 수량 확인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보더라도 이는 이 사건 마트의 고유 업무에 속한다고 보인다.

(2)

다수 거래업체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점포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 피고와 거래업체들 사이에 피고가 납품된 상품들의 진열, 관리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구하고 대신 거래업체들이 매월 업체별로 미리 정해진 금액(5~10만 원)을 그 사람에게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그 역시 그러한 관행에 따라 이 사건 점포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점포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 거래업체들과 면접을 하였다거나 거래업체들에 채용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원고가 2019. 업무에 복귀할 때 별도로 거래업체들의 동의, 승인을 받은 적도 없다(오히려 원고는 피고의 전무에게 복귀 의사를 전달하였다고 진술한다). 또한 피고 측 주장과 같이 거래업체들이 원고에 대하여 근태관리나 업무지시를 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거래업체들은 원고에 대하여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다.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거래업체들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거래업체들은 이 사건 점포 원고에 대하여 구체적 업무지시를 하기 곤란하고, 반면 이 사건 점포의 상주 직원이 1인에 불과하므로 피고 측이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의 고유 업무까지 수행하도록 할 유인이 컸다고 보인다. 원고가 누구로부터의 업무 지시 없이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양한 이 사건 점포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는 것은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반하고(원고가 아무런 지시 없이 굳이 수행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이 사건 점포의 고유 업무를 그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지시에 따라 하였다고 보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에서도 이 사건 당시 피고 측 작업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후임자인 I의 진술과 같이 지시가 없음에도 선의로 조력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원칙이나 형평의 관점에서 볼 때 그와 같은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피고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 측 직원들은 원고에 대한 작업 지시가 없었다거나 원고가 가끔 도와주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들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 결국 원고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 측의 지시에 따라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양한 이 사건 점포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판단된다.

(3)

원고가 피고 아닌 각 거래업체들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았다는 사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구조 하에서 부당하고 편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결정적 근거로 삼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정직원에 준하는 강한 근태관리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구절초 축제기간 1주일 동안 이 사건 점포에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축제현장에서 주차관리업무를 하되 제3자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에서 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하도록 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당시 피고의 직원 G이 대체자를 구하라고 하여 사전에 양해를 구하였다고 주장한다(반면 G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원고의 근무내용이나 원고가 일정 요일에만 출근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 관계에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4)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고를 위하여 산재처리를 해주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나)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창고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산업재해 예방 시설 및 도구를 설치, 비치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하여 안전 교육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2)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다리 등 높은 곳에 있는 물건에 접근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흔히 이용되는 일반적인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피고에 대하여 그러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위험성이 있는 술박스를 이용하였다. 원고는 그러한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였고, 그러한 과실은 원고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행위와 함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또는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 발생이나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과실상계의 법리 또는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7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 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별지 기재와 같다(인정 근거 : 앞서 본 인정사실과 거시된 증거들).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단리할인법에 따르고, 당사자의 주장 중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1)

일실수입 : 111,559,411원

가)

인적사항 : 별지 표 기재와 같다.

나)

소득 및 가동기간 : 별지 표 기재와 같다.

다)

후유장해 : 별지 표 기재와 같다.

라)

기간별 노동능력상실률 : 별지 표 기재와 같다.

2)

치료비 : 3,731,406원(입원치료비 2,527,506원, 통원치료비 1,114,100원, 약제비 89,800원)

3)

공제(앞서 본 법리에 따라 과실상계에 앞서 공제한다)

가)

적극적 손해에서 공제 : 기지급 치료비 3,000,000원, 요양급여 102,940원

나)

소극적 손해에서 공제 : 휴업급여 7,714,560원, 장해급여 9,276,960원

4)

공제 후 남은 손해 : 95,196,357원

5)

과실상계로 인한 책임제한(50%) 후 남은 손해 : 47,598,179원(= 95,196,357원 × 50%)

6)

위자료

가)

참작 사유 :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원고의 나이 및 과실 정도, 상해 및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나)

인정 금액 : 13,200,000원

7)

손해배상액 : 60,798,179원

가)

재산상 손해 : 47,598,179원

나)

위자료 : 13,200,000원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60,798,17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6. 12. 30.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2. 18.까지 민법상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 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국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