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13. 11. 6. 선고 2013고정522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전북 완주군 D에 있는 E병원의 병원장으로 상시 근로자 65명을 고용하여 병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0. 3. 1.부터 2011. 8. 25.까지 정신과 의사로 근로한 F의 퇴직금 26,487,010원 및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6,889,95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그 범위에 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또한,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하여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나(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등 참조),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각종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05. 8. 19. 2003다6652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정신과 전문의 F은 2010. 3. 1.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E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매월 1,800만 원의 연봉제 형태의 급여를 받고 근무하다 2011. 8. 25. 퇴직하였다.

2)

F과 당시 이 사건 병원 대표인 G는 2010. 2. 3.과 2010. 3. 31. 각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본연봉: 연 1억 1,760만 원[이를 12로 나눈 것을 1개월 기본임금(980만 원)으로 한다]

○

제 수당: ① 연차수당 - 연 5,625,600원(월 468,800원), 연간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근로자는 이를 사용하되, 미사용 시를 고려하여 매월 임금 지급 시 미리 지급하고 1년 후에 정산한다.

②

고정연장수당 - 연 44,774,400원(월 3,731,200원)

○

이 사건 병원은 매월 25일 F에게 1,800만 원을 지급하며, 매월 지급되는 급여에는 퇴직금과 연차수당 및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된 "포괄임금"으로 구성된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 계약에 따라 매월 1,800만 원을 실 수령하였으며, 위 계약은 갑근세 등의 원천징수분, 주민세, 4대 보험료 중 개인부담부분 등을 이 사건 병원 측이 대신 납부하는 이른바 넷(Net)방식의 연봉계약이다.

4)

이 사건 병원에는 2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데, 2011. 5. 1.부터 근무하여 F과 4개월 정도 함께 근무한 정신과 전문의 H은 매월 1,700만 원을 지급받되, 위 급여에는 퇴직금 등 모든 수당을 포함된 것으로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또 다른 한 명의 전문의도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위 H은 자신의 연봉 안에 퇴직금이 포함 지급되어 있다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

판단

1)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이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① 피고인은 이 사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어 피고인이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② 이 사건 병원과 F 사이에 체결된 임금지급약정은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약정으로 유효하며, 이 사건 병원은 F에게 매월 연차수당 명목으로 468,800원(1년 5,625,600원)을 지급하였던바, 피고인이 F에게 연차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① F은 정신과 전문의로 고액연봉을 받는 등 사용자인 피고인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서 넷 방식의 연봉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넷 방식에 의할 경우, 퇴직금이 월 급여에 포함되어 지급되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은 지급되지 않지만, 그 대신 갑근세 등의 원천징수분, 주민세,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료 중 개인부담부분을 피고인 측에서 부담함으로써 그로스 방식보다 임금 수준이 하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③

F 이외에 이 사건 병원에서 넷 방식의 급여를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거나, 퇴직한 의사 중 퇴직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는 자료는 없다.

④

이 사건 근로계약서(수사기록 2권 6~7쪽)에는 F의 월 급여를 1,400만 원(연차수당 등을 포함한다.)으로 정하고 있으며, F에게 실제 지급되는 매월 1,800만 원의 보수에는 퇴직금 등이 포함된 포괄임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1,800만 원에서 월 급여 1,400만 원을 제한 나머지 400만 원에 대해서는 퇴직금 명목의 돈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F과 이 사건 병원 사이에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명백히 존재하는 점,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 있는 점, 퇴직금 명목의 돈이 월 급여의 약 28.5%에 달하는 점과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인 F에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없다.

⑤

따라서 피고인이 F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퇴직금 중간정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어도, 그 금액 상당의 돈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대법원 2010. 5. 10. 선고 2007다90760 판결 참조).

⑥

F이 이 사건 계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거나 강압적인 상황에서 작성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⑦

F이 월 급여에 포함하여 받은 연차 수당 명목의 금원은 1년에 5,625,600원이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F이 연간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연차수당은 1일 약 37만 5천 원으로 계산되어 미리 지급된 것인바, 그 금액은 피고인의 월 기본 보수에 비추어 불이익하다고 볼 수 없고, F은 퇴직할 때까지 별이의 없이 임금을 수령하였다.

⑧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 연차 수당 등이 포함된 포괄임금제를 명시하였고, 그 약정의 내용이 F에게 불리하다거나 제반사정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그 약정은 유효한바, 이 사건 병원에서 F에게 매월 지급하였던 급여 외에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별도로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라.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현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