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A 주식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제1항의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피고인 A 주식회사(이하 'A'라고 한다)는 정읍공장 폐기물 소각로 2차 연소실(이하 '이 사건 소각로'라 한다) 청소작업을 통하여 매출을 올리거나 이윤 추구를 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는 '사업'이 아닌 '내부 정비작업'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인 A는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 전부를 H에 하도급주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의 '일부'를 도급 주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
피고인 A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기타 주장
검찰이 이미 피고인 A와 환경안전관리팀장 G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하였음에도 피고인들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에는 경험칙 및 채증법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
판단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의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먼저,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이 '사업'이 아닌 '내부 정비작업'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의미하는 점(동법 시행령 제26조 제2항), ② 피고인 A는 정읍공장에서 상시 9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골판지 원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그 사업 목적에는 '폐기물 소각사업 및 그에 부대하는 사업일체'도 포함되는 점(수사기록 153쪽), ③ 위와 같은 폐기물 소각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소각로 내에 고착된 클링커(clinker, 소각로의 천장, 벽에 붙은 고열에 타다 남은 단단한 물질)와 소각로 바닥에 퇴적된 슬래그(slag, 소각로 등에서 나오는 찌꺼기) 청소작업을 1달에 1~2번 정도 실시하여야 하는 점, ④ 피고인 A는 2016. 9.경부터 2017. 3. 3.까지 8회 정도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을 통하여 E에게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을 도급을 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은 피고인 A의 '사업'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이 사업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도급주어 하는 사업인지에 관하여 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 즉 도급사업주 등에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 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위 조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다가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입법취지가 도급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사업주의 근로자가 내용이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지만 단일한 공정계획 아래에서 같은 사업장에서 여러 업무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수행되는 경우에는 도급사업주도 수급사업주의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 점, ②위 규정은 1996. 12. 31. 개정시에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에 의하여 한다는 부분이 추가된 것인데 이는 위 규정이 이른바 사내하도급의 유형에 대하여 적용된다는 취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단순히 사업의 각 내용을 분할하여 다수의 수급인들에게 도급을 줌으로써 형식적으로 전부 도급주게 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를 면책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③ 또한 위 규정에서의 '사업'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또는 그 일'라고 할 것인바, 이러한 사업에는 어떤 일의 공정 내지 공사를 직접 담당하는 업무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관리 감독의 범위를 넘어서 이루어지는 그 일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업무도 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의 한 형태임이 분명하므로 그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사업'의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점, ④ 규범적으로도 도급사업주가 각 도급 업무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정의 일부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각 도급 준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관리한다고 할 수 있는 점, ⑤ 위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도급인의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등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하게 되므로 도급사업주의 책임범위가 책임주의 원칙의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확대되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의 피고인 A와 같이 전체 사업을 운영하는 도급사업주가 사업의 내용을 분할하여 수급인에게 도급을 줌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분할한 사업의 전부를 도급 주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서 정한 일부 도급에 일응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A가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소각로 청소사업을 영위하였는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인바 이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설시한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는 수급인인 E에게 폐기물 소각사업 중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을 분할하여 도급을 전부 주긴 하였지만 이 사건 소각로를 비롯하여 피고인 A의 정읍공장은 피고인 A의 직원들이 상시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서 수급인인 E과 E이 고용한 인력들의 작업장인 소각로가 도급인의 다른 사업장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운영된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 B을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에 따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이 사건 소각로 현장에 피고인 A 소속의 G 팀장이 상주하면서 소각로 가동시간, 청소상태, 청소시간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고 피고인 B에게 보고하는 등으로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은 피고인 A의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관리 하에 이루어 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 A가 E에게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의 전부를 도급 주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의 도급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관련 규정
관련 법리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 제68조 제2호, 제29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과 앞서 든 관련 법리, 법령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은 2017. 1. 2. 이 사건 소각로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임된 이래 이 사건 소각로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소각로 전반의 상황을 보고받아 오면서, 소각로의 천장에 붙은 고열의 클링커가 떨어져 고열에 의한 화상 등의 위험이 있는 이 사건 소각로 청소작업에 방열복이 지급되지 않고 보호망 설치 등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위반이 없다거나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사업주는 작업장의 바닥, 도로 및 통로 등에서 낙하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고열에 의한 화상 등의 위험이 있는 작업의 경우 방열복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 A는 이 사건 당일인 2017. 3. 3. 08:00경이 되어서야 소각로 컨트롤 실에서 폐기물의 투입을 중지하고 이 사건 소각로의 가동을 중단하였고, 같은 날 08:20경부터 맨홀 문을 개방하고, 송풍기를 가동하여 소각로의 열을 식혔으나, 컨트롤 실에서 확인된 소각로 내부 온도는 E 등이 청소작업을 시작할 무렵인 10:30경 131.76℃로 매우 고온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소각로 내부에 들어가 청소작업을 할 경우 천정에 붙은 고온의 클링커가 떨어질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었는데, 당시 이 사건 소각로에는 근로자들에게 클링커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망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자들은 방열복도 입지 않았다. E은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슬러지 등을 삽으로 밀어내는 작업을 무조건 주어진 시간(보통 오후 5시, 이 사건 당일은 오후 3시) 안에 끝내야 하는데 방열복을 입고서는 일을 시간 안에 마칠 수 없는 상황이고, 천정에서 고온의 클링커가 쏟아질 위험이 있어서 현장 담당자인 G 팀장에게 몇 차례 위험하다고 말을 하였다. 기존에 작업할 때에 클링커가 떨어질 위험이 너무 커서 청소작업 시작 전에 천정의 클링커부터 제거하고 작업을 한 적도 있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비추어 보면, 작업시작 전에 이 사건 소각로에 천정의 클링커를 먼저 제거하거나 작업시간을 늘려 방열복을 착용하게 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E과 이 사건 소각로 청소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경비 및 소모품 등의 비용을 지급하였으므로, 방열복 및 보호망 설치의무의 주체는 수급인인 E에게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살펴 본 법 규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도급사업주가 수급인에게 보호장비 구입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의 도급사업주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들은 피고인 A에 방열복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E 등이 방열복을 요청하지 않아서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방열복을 입지 않고 작업한 E, 피해자 등을 비롯한 작업자들의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작업자들이 고온인 이 사건 소각로에 방열복을 입은 채 들어가서 삽으로 슬러지 등을 밀어내는 작업을 한다면, 피고인들이 제시한 시간 안에 그 청소작업을 마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작업자들이 방열복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작업 당일 오전 8:00에서야 이 사건 소각로 가동을 중단하였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클링커 등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바스러지므로 산업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위험한 낙하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소각로 내부에 보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낙하물'에 관한 정의는 없고, 피고인들이 제시하는 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발간 낙하물 방지망 설치지침 등)에도 낙하물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타박상이나 골절상 등의 상해를 입힐 정도의 무게가 있는 물체' 등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이 미리 이 사건 소각로를 식혀두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소각로 천정에 있는 고열의 클링커가 언제든 떨어질 위험에 있는 상태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상황에서 고열의 클링커는 산업안전보건기준 제14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낙하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G가 원심 법정에서 '천정 클링커 제거작업을 할 때 아시바를 설치해서 안전대로 올라가서 깨기도 한다'고 진술한 것을 볼 때, 이 사건 소각로 내부에 보호망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설령 보호망 설치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기준 제14조 제1항에서는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호망 설치에 준하는 필요한 조치, 즉 소각로 가동을 미리 중단하여 소각로 열을 식히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소각로 작업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서약서를 제출받았으므로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를 다하였다고도 주장하나, 피해자와 E의 진술 등에 의하면, 현장관리팀장 G는 실제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서약서에 작업자들의 서명만 받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기타 주장에 관하여
검사가 이미 기소유예 등 불기소처분을 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수사를 재기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지 아니하고, 그러한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도3343 판결,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도8856 판결 등 참조), 더구나 이 사건은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진 업무상과실치상죄와 구성요건, 적용법리가 동일하지 않은바, 공소제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법원의 판단이 검사의 불기소처분 이유 등에 기속을 받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승환(재판장) 남궁주현 최정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