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1. 12. 9. 선고 2021나1332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843,969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6. 10. 7.부터 2020. 1. 31.까지 근로를 제공하다 2020. 1. 31. 퇴직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2020. 1.분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다.

원고는 위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대하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에 진정하였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2020. 6. 4. ‘미지급 임금 2020. 1.분 임금 1,849,300원, 미지급 퇴직금 6,013,736원’이라는 내용의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발급하였다(노동청 진정사건은 진정취하로 종결되었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가불금’ 명목으로 2016. 10.부터 2018. 12.까지 매달 160,000원씩, 2019. 1.부터 2019. 12.까지 매달 150,000원씩 합계 6,120,000원을 지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가불금’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의 쟁점

가.

원고는 2020. 1.분 임금 1,849,300원, 미지급 퇴직금 6,013,736원을 청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한 2020. 1.분 임금은 1,699,300원, 퇴직금은 6,339,533원인데, 위 돈에서 이 사건 가불금 6,120,000원을 상계하면 총 미지급금액은 1,918,833원이라고 주장한다.

나.

원고가 청구하는 퇴직금의 액수가 피고가 주장하는 퇴직금의 액수보다 적으므로, 퇴직금의 액수 및 미지급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상 다툼이 없고(피고는 이 사건 가불금의 지급으로 적법하게 퇴직금이 지급되었다거나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2020. 1.분 임금의 차액은 결국 가불금 150,000원을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이 사건 가불금이 부당이득으로 피고에게 반환되어야 하는지에 있다.

3.

가불금의 성격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직원급여는 연봉제도를 실시해 왔고 연봉은 퇴직금도 포함된 임금이라고 설명해왔다고 하면서 그간 지급한 이 사건 가불금을 상계하여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법리적으로 선해하면, 퇴직금을 ‘가불금’이라는 명목으로 분할하여 지급하였는데, 위 지급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가 수령한 이 사건 가불금은 법률상 원인이 없이 수령한 것으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이 부당이득금 반환 채권과 퇴직금 채권을 상계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

관련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살피건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원ㆍ피고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퇴직금 분할약정과 관련하여 약정서 등 처분문서는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채용원서 접수 받고 면접시 희망 연봉을 제시해달라고 하며, 연봉에는 퇴직금도 포함된 임금이라고 설명해왔고, 원고를 비롯한 다른 근로자도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일 뿐이다. 피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원ㆍ피고 사이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임에 비추어 보면 원고나 다른 근로자가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원ㆍ피고가 실질적인 합의를 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②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가불금은 그 액수가 특정되어 급여와 따로 구별되어 입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회계상의 이유로 필요하다고만 설명하였을 뿐이어서 퇴직금이 분할되어 입금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 이 사건 가불금은 ‘가불금’ 명목으로만 입금되었고, 피고의 각종 내부자료상에도 ‘가불금’으로만 관리되고 있으며, 따로 퇴직급여로 세금처리를 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바 원고가 이 사건 가불금이 퇴직금 분할 지급의 의미로 입금되었는지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③

퇴직금은 근무기간에 따라 그 액수가 증가되는 것인데, 이 사건 가불금은 2016. 10.부터 2018. 12.까지 매달 160,000원으로 고정 지급되었고, 2019. 1.부터는 매달 150,000원으로 도리어 감소하였다.

④

이 사건 가불금을 제외하면 원고의 급여는 약 1,700,000원 상당이 되는데, 이는 2020년 최저임금(시급 8,590원, 월급 1,795,319원)은 물론 2019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월급 1,745,150원)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어 원고에게 매우 불이익하다.

결국 이 사건 가불금은 명목과 상관없이 원고의 급여라고 보아야 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성격의 돈이 아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소결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2020. 1.분 임금은 1,849,300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가 원고의 2020. 1.분 임금 1,849,300원, 퇴직금 6,013,736원을 미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7,863,03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인 2020. 1. 31.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 날인 2020.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동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위 돈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단한다.

판사 김진선(재판장) 김진웅 곽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