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와 원심 판시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 사이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를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임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H가 C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여러 차례 하도급을 제안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그 대신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이는 H가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안지 않으려고 시공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이는 C와 H 사이의 노무도급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H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도 H가 C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고용한 것이므로 그들에 대한 사용자 역시 C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 체불임금 미청산에 대한 죄책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근로기준법 제32조, 제36조 소정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판단
인정되는 사실 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C는 D로부터 F 건립공사 중 유리공사 부분을 4억 4,300만여 원에 하수급하였는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4조에 의한 노무비(도급금액 중 산출내역서에 적힌 임금의 합산액으로서 압류대상에서 제외되는 임금의 액수)는 약 7,500만 원이었다. C는 유리제조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유리 시공에 전문성이 없었던 탓에 유리 시공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재하도급할 생각으로 H를 소개받았다. H는 ‘Z’의 이사이고, ‘AA’라는 상호의 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인데, 위 각 업체 모두 유리시공업을 영위하였다.
C는 당초 H에게 이 사건 공사 부분의 재하도급을 제안하였으나, H는 시공난이도가 높음에도 C가 너무 저가에 하수급하였다면서 C가 생각하는 금액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C는 이 사건 공사의 포기를 검토하기도 하였으나 D로부터 하수급한 다른 공사도 있었던 탓에 다소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H에게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재차 요청하였다.
C와 H는 협의 끝에 시공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이라 한다). 그 주요 내용은 C는 H에게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불편함이 없도록 자재와 부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경비(주차비, 장갑, 식대)를 지급하며, 인건비를 관리자(H)는 일 30만 원, 작업자는 일 20만 원으로 정하여 지급하고, H는 이 사건 공사에 원활한 인원 투입 및 관리하여야 하고,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여야 하며, 실측 오류 및 시공 파손으로 인해 자재의 손실이 전체 발주 물량의 1.5% 이상일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한다는 것이다. 한편 인건비는 H가 월말에 출력 내역을 정리하여 청구하면 C가 익월 10일 근로자별 계좌로 송금하기로 하였고, 인건비 청구 및 원활한 관리를 위해 H는 C가 확인할 수 있는 현장 확인 출력일보 및 작업일보를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다.
H는 C의 부사장, 이사, 담당 과장을 초대하여 소위 단톡방을 개설하였고, 거기에 매일의 작업 내용이나 출력 현황 등을 올려 보고하였다.
C는 H가 청구한 대로 인건비를 지급하였으나 실제 이 사건 공사에 투입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여 인건비 지급을 보류하였다. 이에 H는 C를 상대로 공사대금청구의 소(인천지방법원 2019가단5238호)를 제기하였다. H는 위 소송에서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이 이 사건 공사의 하도급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사대금(약정된 인건비와 경비)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C의 근로자인지 여부
위와 같은 사실 관계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H는 C의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수급사업자이고 다른 근로자들은 H에 고용된 자로서 H의 지휘·감독을 받는 H의 근로자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C의 근로자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은 그 명칭 자체로 근로계약 내지 고용계약과 구별된다. 그 주요 내용 중 실측 오류 및 시공 파손으로 인한 자재의 손실에 대한 배상 약정은 수급인의 과실로 도급인에게 발생한 손해의 배상 책임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계약과는 어울리지 아니한다.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과 C가 유리 시공 부분을 하도급하면서 작성한 일반적인 하도급 계약서(수사기록 2권 305쪽)를 비교해 보면, 시공단가를 단위 면적(평)당일정액으로 정하였는지, 투입되는 인원의 인건비로 정하였는지의 차이만이 선명할 뿐 나머지 자재나 경비 지급은 대동소이하다. 유리시공 공사를 놓고 보면 시공 면적은 계산이 가능하므로 단위 면적당 단가를 정한 도급계약은 사실상 총액 계약에 가깝다. 그런데 도급계약은 위와 같은 형태의 단가 계약이나 총액 계약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과 같은 인건비와 경비를 지급하는 형태의 노무 도급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 H도 이러한 관점에서 C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급계약이 위장 도급에 불과하고 그 실질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력 자체를 지휘‧감독권을 통해 지배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에서 지휘‧감독권을 C가 유보한 것으로 볼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H가 C와 독립하여 그 판단으로 투입할 근로자의 수를 결정하고 그들은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기로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로도 H는 C로부터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구체적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았다(H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관리하면서 원청인 D의 공사부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C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H가 단톡방을 통해 공사 진행 상황이나 출력 현황을 매일 C에 보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구된 인건비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이 사건 공사의 진행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는 C 입장에서 시공관리위탁계약에 따라 위탁한 업무가 H에 의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인건비 청구가 타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볼 수 있고, 그 보고행위를 두고 C의 지휘‧감독권의 행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에서는 작업자의 인건비를 1일 20만 원으로 정하였는데, H는 작업반장의 노임은 22만 원으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I, J의 노임은 15만 원으로 책정하였다. 이는 H가 이 사건 시공관리위탁계약에서 정한 인건비 안에서 적절한 인력 운용을 통해 자신의 인건비 외에도 추가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H가 이 사건 공사 현장을 관리하는 동안 정해진 출, 퇴근 시간이 따로 있지 않았고 관리 업무를 현장에서 일정한 시간 수행하여야 하는 제한이 있지도 않았다. C도 H의 현장에서의 실제 근무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H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할 근로자들을 직접 모집하면서 일당을 제시하는 등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고, 공사현장에서 구체적인 작업 지시와 감독 등 관리를 하면서 지각·결근 등 근무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근로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였고, 달리 C의 직원들은 공사현장에 상주하지 않았으며 근로자들과 마주친 사실도 없다. 또한 C와 H 사이의 분쟁이 발생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철수할 당시에도 C가 아닌 H가 근로자들에게 철수를 지시하였다.
C가 작업자의 인건비를 H를 통하지 아니하고 작업자의 계좌에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지급하였지만, 이는 인건비가 작업자에게 확실하게 지급되지 아니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의 차질이나 분쟁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들어 C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원심 판결 범죄사실 기재와 같고, 위 공소사실은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노종찬(재판장) 박정련 김서영
각주1)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된 후에 제출한 서면을 통하여, 근로자 Q이 원심에서 피고 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이유로 Q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기각을 구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였으나, 원심에서 제출된 합의서는 인천지방법원 2019가단537029호 임금소송에 관련한 것으로서 C와 Q이 C로부터 230만 원을 지급받고 더 이상 이의제기 하지 않겠다는 내용인바, 위 합의서의 기 재를 들어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Q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 법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당심에서 Q이 위 합의서에 처벌불원의사가 표시되었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